썩은 된장 냄새로 오해받은 식물…알고 보니 정부가 인정한 ‘이 약초’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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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은 독특하지만 효능은 검증된 천연 항생제 대체 자원으로 주목받는다

마타리
마타리 / 국립생물자원관

여름의 끝자락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 전국 산과 들 양지바른 곳에서는 노란 우산을 펼친 듯한 꽃 무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바로 마타리다. 하지만 ‘미인’, ‘애틋한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꽃말에 이끌려 향기를 맡는 순간, 썩은 된장이나 간장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냄새에 당황하기 쉽다.

이 독특한 향기의 근원은 무엇이며, 예로부터 중요한 약재로 쓰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식물의 뿌리에 있으며, 전통 의학의 지혜와 현대 과학의 분석이 그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마타리는 마타리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학명은 Patrinia scabiosifolia이다. 최대 1.5m까지 자라는 긴 줄기 끝에 작은 노란색 꽃이 모여 피는 형태가 특징이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중국 등 동아시아 전역에 걸쳐 분포하는 토종 식물이다. 그 이름은 가늘고 긴 줄기가 말의 다리를 닮았다고 하여 ‘말다리’로 불리다 ‘마타리’가 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된장 썩는 냄새의 근원, 패장(敗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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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타리 / 국립생물자원관

마타리의 모든 논란과 효능은 뿌리에서 시작된다. 강렬한 냄새의 진원지인 뿌리는 한의학에서 ‘패장(敗醬)’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는 ‘썩은 장’이라는 의미로, 식물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을 약재명으로 삼은 것이다. 이 냄새는 식물 자체의 방어기제와 관련이 있으며, 특정 화합물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시대의 의학서 『동의보감』에서는 패장에 대해 “성질은 평하고 맛은 쓰고 짜며 독이 없다”고 전제하며, “오래된 어혈을 헤치고 고름을 물로 만들며, 출산 후의 여러 병을 낫게 한다”고 기록했다.

이는 마타리 뿌리가 혈액순환을 촉진해 뭉친 피를 풀어주고, 강력한 소염 작용으로 체내 염증과 농을 제거하는 데 탁월했음을 시사한다. 또한 해열, 해독, 진통 작용이 있어 각종 종기와 피부 질환 치료에도 활용되었다.

현대 과학이 주목하는 마타리의 성분

마타리
마타리 / 국립생물자원관

전통 의학의 기록은 현대 과학의 연구를 통해 구체적인 성분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마타리 뿌리에는 사포닌(saponin)과 이리도이드(iridoid) 계열의 화합물이 다량 함유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사포닌은 염증 반응을 억제하고 면역 체계를 조절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이는 마타리가 맹장염이나 자궁염, 신우신염 등 각종 염증성 질환에 사용된 전통적 근거를 설명한다.

또한 마타리 추출물은 신경계 안정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된다. 특정 연구에서는 마타리 뿌리 알코올 추출물이 신경쇠약 환자의 수면 개선에 80%에 달하는 유효율을 보였다고 언급되기도 했다.

이는 마타리가 단순한 염증 치료제를 넘어,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인한 불면증 완화에도 잠재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불어 포도상구균, 용혈성연쇄상구균, 대장균 등에 대한 항균 작용도 확인되어 천연 항생제로서의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다.

다양한 관점에서 본 마타리의 가치

마타리
마타리 / 국립생물자원관

마타리의 활용은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각기 다른 의미를 가진다. 전통 의학계와 이를 신뢰하는 소비자에게 마타리는 장염, 어혈, 산후 후유증 등을 다스리는 검증된 약초다. 특히 대장 내 염증을 완화하고 장 기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뛰어나, 변에 피나 고름이 섞여 나오는 증상에 민간요법으로 널리 사용되어 왔다.

농업 및 임업 종사자에게 마타리는 비교적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며 특별한 관리가 필요 없는 고부가가치 약용작물로 인식될 수 있다. 봄에 돋아나는 어린순은 쓴맛을 우려낸 뒤 나물로 무치거나 된장국에 넣어 먹을 수 있어 식용 자원으로서의 가치도 지닌다.

반면, 제약 및 생명과학계에서는 마타리가 지닌 항염, 항균, 신경 안정 활성 성분을 분리하고 표준화하여 새로운 의약품 소재로 개발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이는 전통 지식을 현대 기술로 재해석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다.

마타리는 ‘미인’이라는 꽃말과 상반되는 독특한 향기로 인해 오해받기 쉬운 식물이다. 하지만 그 뿌리에 담긴 ‘패장’의 가치는 수백 년 전 『동의보감』에서부터 현대 과학의 성분 분석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단순한 야생화를 넘어, 염증과 어혈을 다스리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마타리의 잠재력은 앞으로 더 많은 연구를 통해 우리 생활에 더 가까이 다가올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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