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한 줌으로 후드·줄눈 기름때 없애는 법
세제보다 빠르고, 스크래치 걱정도 없다

주방 후드는 가장 열심히 일하면서도 가장 자주 방치되는 살림 도구다. 튀김이나 볶음 요리를 자주 하는 집이라면 한 달만 지나도 필터와 앞면이 끈적하게 굳은 기름막으로 덮인다. 시중 주방세제로 닦아도 잘 지워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세제가 이미 굳은 기름막을 용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의외의 해법은 주방 서랍 안에 있다. 밀가루의 전분 입자는 직경 10-100μm의 미세한 크기로, 친수성과 친유성을 동시에 갖는 양면 구조 덕분에 기름때를 표면에서 들어 올리듯 흡착한다.
게다가 밀가루의 모스 경도는 2-3으로 스테인리스(4-5)보다 낮아, 아무리 문질러도 표면에 스크래치가 생기지 않는다.
후드 기름때, 소주와 섞으면 3분 만에 끝난다

굳은 기름때가 두껍게 쌓인 후드에는 밀가루 단독보다 소주를 섞는 방법이 훨씬 효과적이다. 밀가루와 소주를 1:1 비율로 섞어 반죽 상태로 만든 뒤 후드 앞면과 필터에 고르게 펴 바르는데, 이때 후드 전원은 반드시 먼저 차단해야 한다. 주변 전기 부품에 혼합물이 닿으면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3분 이상 방치하면 밀가루 전분이 기름때를 흡착하는 동시에, 소주의 에탄올(알코올 도수 16-25%)이 굳은 지방을 용해하며 반죽이 기름을 머금은 상태가 된다. 이 반죽을 마른 행주로 걷어낸 뒤 뜨거운 물과 주방세제로 헹구면 마무리다. 세제만 단독으로 쓸 때와 비교하면 닦아내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싱크대와 욕실 줄눈엔 이렇게 다르게 쓴다

싱크대 스테인리스 표면의 기름때는 더 간단하다. 물을 쓰지 않고 밀가루를 건조한 상태로 뿌린 뒤 마른 행주로 닦아내면 된다. 흡착 시간은 2-5분이면 충분하고, 물을 섞으면 오히려 반죽이 늘어붙어 닦기 어려워지므로 건식 방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욕실 타일 줄눈에는 과정이 조금 다르다. 줄눈은 각질·샴푸 찌꺼기·석회질이 복합적으로 쌓인 공간인데, 먼저 표면의 물기를 충분히 닦아낸 뒤 밀가루를 뿌리고 분무기로 물을 살짝 뿌려 반죽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흥건하게 젖으면 반죽이 묽어져 흡착력이 크게 떨어진다.
5-10분 방치 후 솔이나 칫솔로 문지르면 되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헹굼이다. 전분과 단백질 잔여물이 줄눈에 남으면 미생물의 먹이가 되거나 배수구를 막을 수 있어 강한 수압으로 3회 이상 반복해서 흘려내야 한다.
밀가루를 오래 쓰려면 보관부터 달라야 한다

청소에 쓰고 남은 밀가루는 관리가 필요하다. 밀가루에는 지방이 1-2% 함유돼 있는데, 산소·빛·열에 노출되면 리파제 효소가 지방을 분해하면서 유리지방산을 만들어 퀴퀴한 냄새가 난다. 노란색이나 회색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면 이미 산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또한 전분의 다공성 구조 탓에 주변 냄새를 쉽게 흡수하므로 밀폐용기 보관이 기본이다.
냉동 보관 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해동 과정에서 결로가 생기면 밀가루가 덩어리질 수 있어, 한 번 쓸 양만 따로 덜어 실온에서 충분히 해동한 뒤 사용하는 게 좋다.

밀가루 청소의 핵심은 ‘씻어내는’ 방식이 아니라 ‘흡착해서 들어 올리는’ 원리에 있다. 세제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오염물이 액체 상태로 용해돼야 하지만, 전분 입자는 굳은 기름 위에서도 작동한다.
서랍 속에 오래된 밀가루가 있다면, 버리기 전에 한 번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큰 준비 없이도 예상보다 깔끔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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