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쓰니 하나도 안 버려요”… 물러진 과일, 요리 고수들의 ‘활용 비법’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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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부터 드레싱까지, 신선도 떨어진 과일을 100% 활용하는 5가지 꿀팁

샐러드 드레싱
샐러드에 붓는 키위 드레싱 / 푸드레시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달콤한 복숭아와 자두는 더위를 잊게 하는 작은 위안이다. 하지만 행복은 잠시, 하루 이틀만 지나도 금세 물러져 버리기 일쑤다. 아까운 마음에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기 전, 생각을 바꿔보자. 신선도가 살짝 떨어진 과숙 과일은 맛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도가 최고조에 달해 새로운 요리로 재탄생할 최적의 상태라는 신호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다. 활용 가능한 것은 어디까지나 ‘과숙’된 과일이다. 표면에 푸른 곰팡이가 피었거나 시큼한 알코올 발효취가 나는 등 명백히 ‘부패’한 과일은 독소를 생성할 수 있어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 경계만 잘 지킨다면, 버려질 뻔한 과일은 우리 집 식탁을 풍성하게 만드는 ‘요리의 보석’이 될 수 있다.

가장 확실한 변신, 농축된 단맛의 ‘잼과 콩포트’

귤 잼
유리병에 든 귤 잼 / 푸드레시피

물러지기 시작한 과일을 구제하는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확실한 방법은 이나 을 만드는 것이다. 과숙된 과일은 당도가 응축되어 있어 설탕을 많이 넣지 않아도 깊은 단맛을 낸다. 과일과 설탕을 1:1 또는 기호에 따라 1:0.7 비율로 섞어 졸이면 된다. 여기서 설탕은 단순히 단맛을 더하는 것을 넘어, 삼투 현상을 통해 과일 속 수분을 뺏어 미생물이 번식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한다.

마지막에 레몬즙 한 스푼을 추가하는 것은 전문가의 비법이다. 레몬의 산 성분은 과일 속 펙틴을 활성화시켜 잼의 농도를 걸쭉하게 잡아주고, 전체적인 맛의 균형을 맞춰 풍미를 한층 끌어올린다. 잼보다 과정이 간단한 콩포트(Compote)도 훌륭한 대안이다. 과일을 큼직하게 썰어 설탕과 함께 형태가 뭉개지지 않을 정도로만 살짝 끓이면, 요거트나 아이스크림 토핑으로 활용하기 좋은 고급 디저트가 완성된다.

요리의 격을 높이는 천연 조미료, ‘연육제와 드레싱’

키위 샐러드 드레싱
키위로 만든 샐러드 드레싱 / 푸드레시피

무르기 시작한 배, 키위, 파인애플은 고기 요리의 치트키가 될 수 있다. 이 과일들 속에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키위의 액티니딘, 파인애플의 브로멜라인, 배의 프로테아제 같은 효소들은 질긴 고기의 단백질 결합을 끊어 육질을 놀랍도록 부드럽게 만드는 천연 연육제 역할을 한다.

고기 양념장에 설탕 대신 갈아 넣으면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단맛까지 더할 수 있다. 또한, 으깬 과숙 과일에 올리브 오일, 식초, 소금, 후추만 섞어도 시판 제품과 차원이 다른 수제 샐러드드레싱이 탄생한다. 특히 복숭아나 자두를 활용하면 색감과 풍미가 뛰어난 드레싱을 만들 수 있다.

가장 손쉬운 구출법, ‘냉동 보관과 스무디’

딸기 스무디
믹서에 가는 딸기 / 푸드레시피

만약 당장 요리할 시간이나 정성이 부족하다면 냉동 보관이 가장 현명한 해결책이다. 물러진 과일을 더 방치해 부패하게 두는 대신, 일단 손질해서 냉동실에 넣어두는 것이다. 씨를 제거하고 적당한 크기로 자른 과일을 쟁반에 겹치지 않게 펼쳐 얼린 뒤, 밀폐 용기나 지퍼백에 옮겨 담으면 된다.

이렇게 ‘시간을 멈춰 둔’ 과일은 훌륭한 스무디 재료가 된다. 얼린 과일을 우유나 요거트, 물과 함께 믹서에 넣고 갈기만 하면, 얼음을 따로 넣지 않아도 시원하고 걸쭉한 스무디가 완성된다. 과숙 과일의 응축된 단맛 덕분에 인공적인 감미료 없이도 충분히 달콤한, 건강한 여름 음료를 순식간에 만들 수 있다.

시간의 미학, 향긋한 ‘수제 과일 식초’

고기 연육제
고기 위에 붓는 파인애플 연육제 / 푸드레시피

조금 더 색다른 활용법을 원한다면 수제 과일 식초에 도전해볼 수 있다. 이는 물러진 과일의 향과 맛을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고급스러운 방법이다. 열탕 소독한 유리병에 손질한 과숙 과일을 채우고, 과일이 잠길 만큼 현미 식초나 화이트 와인 식초를 부어주기만 하면 된다.

여기에 로즈마리나 타임 같은 허브를 함께 넣으면 풍미가 더욱 다채로워진다. 뚜껑을 닫아 서늘한 그늘에서 1~2주간 숙성시킨 뒤 과일을 걸러내면, 샐러드나 음료에 활용하기 좋은 자신만의 특제 과일 식초가 탄생한다. 버려질 뻔했던 과일이 시간의 마법을 거쳐 식탁의 품격을 높이는 재료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관점의 전환이 만드는 가장 맛있는 지혜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는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무르기 시작한 과일을 ‘상한 것’이 아닌 ‘맛이 농익은 것’으로 바라보는 작은 관점의 전환에서 출발한다. 잼과 연육제, 스무디와 식초에 이르기까지, 과숙 과일의 변신은 무궁무진하다. 이러한 제로 웨이스트의 지혜는 얇아진 지갑을 지켜주고, 우리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며, 나아가 환경까지 보호하는 가장 맛있고 현명한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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