헹굼 15초, 계면활성제 대부분 제거
뚝배기·토기는 20초 이상 꼼꼼히 헹굼

설거지를 마치고 거품이 사라지면 충분히 헹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계면활성제는 여전히 그릇 표면에 남아 있는데, 이 잔류 세제가 매 끼니마다 조금씩 몸속으로 들어간다.
특히 어린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더욱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2013년 대한환경공학회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7초 헹군 그릇에서는 모든 용기에서 계면활성제가 검출됐지만, 15초 헹군 그릇은 대부분 검출되지 않았다.
단 8초를 더 헹구는 것만으로 화학물질 섭취를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세제를 과다하게 사용하면서도 헹굼은 대충 끝낸다는 점인데, 거품만 없어지면 깨끗하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제를 물에 희석하지 않고 수세미에 직접 짜서 쓰면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져 아무리 헹궈도 잔류물이 남기 쉽다. 가천대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연구팀이 평균 사용량인 8밀리리터 세제로 실험한 결과, 표면이 거친 뚝배기는 15초를 헹궈도 미량의 계면활성제가 남았다.
계면활성제가 피부와 점막을 손상시키는 원리

주방세제에 들어간 음이온 계면활성제는 물과 기름을 연결해 때를 떼어내는 역할을 하는데, 이 성분이 피부 보호막까지 녹여버린다는 게 문제다.
피부 각질층은 지질로 이뤄진 방어막인데 계면활성제가 침투하면 구조가 무너지면서 수분이 증발하고 외부 자극에 취약해진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아토피피부염이 악화되거나 알레르기성 비염이 생기기도 하는데, 특히 어린아이는 피부 장벽이 약해 더 위험하다.
입과 눈 같은 점막 조직은 피부보다 훨씬 민감해서 소량의 잔류 세제만으로도 자극을 받는다. 하루 세 번 설거지를 한다고 가정하면 1년 동안 약 0.74그램의 계면활성제가 누적될 수 있는데, 이는 미량이지만 장기간 노출되면 체내에 축적되면서 알레르기 반응이나 호르몬 교란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헹굼 시간을 15초 이상으로 늘리면 대부분의 계면활성제를 제거할 수 있으므로 간단한 습관 하나로 건강 위협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세제는 물 1리터에 1.5밀리리터만 희석해 쓴다

환경부가 정한 표준 사용량은 물 1리터당 1.5-2밀리리터인데, 이는 국그릇 4개 정도 되는 물에 펌핑용기로 한 번 누른 양과 같다.
식품의약처 발표에 따르면 물 1리터당 1밀리리터 이상 넣어도 세척력이 거의 증가하지 않으므로 과도한 사용은 낭비일 뿐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설거지통에 물을 받지 않고 수세미에 직접 세제를 짜서 쓰는데, 이렇게 하면 원액이 그대로 묻어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진다.
설거지통에 뜨거운 물 1리터를 받고 세제를 정량 희석하면 계면활성제가 미셀이라는 입자를 형성하면서 물에 고르게 퍼진다. 이 상태에서 수세미를 담갔다가 짜서 사용하면 적은 양으로도 충분한 세척 효과를 낼 수 있고, 무엇보다 헹굼이 훨씬 쉬워진다.
다만 희석한 세제물은 세균이 번식하기 쉬우므로 하루 동안만 쓰고 버려야 하며, 거품이 많다고 해서 세척력이 높은 게 아니라 오히려 세제를 과다하게 사용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
기름기는 소주로 먼저 제거하면 세제가 절반으로 준다

고기를 구운 프라이팬이나 기름진 그릇은 아무리 세제를 많이 써도 잘 안 닦이는데, 이때 소주를 활용하면 세제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소주에 든 에탄올은 기름을 액체로 용해시키는 성질이 있어서 표면장력을 낮추면서 기름막을 분해한다. 기름기 많은 그릇에 소주 50-100밀리리터를 붓고 살짝 끓인 뒤 키친타월로 완전히 닦아내면 대부분의 기름이 제거되는데, 알코올도수가 높을수록 효과가 강하다.
이렇게 기름을 선제 제거하면 세제로 한 번만 닦아도 깨끗해지므로 세제 사용량도 줄고 헹굼 시간도 단축된다. 베이킹소다나 밀가루를 기름에 뿌려 흡착시킨 뒤 닦아내는 방법도 있는데, 고운 입자가 물리적으로 기름을 흡수하면서 액체를 고체로 바꿔 제거가 쉬워진다.
다만 기름을 배수구에 버리면 배관이 막히고 수질오염까지 일으키므로 반드시 키친타월에 싸서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한다.
뚝배기 같은 다공성 용기는 20초 이상 헹군다

일반 그릇은 15초면 충분하지만 표면이 거친 뚝배기나 토기류는 미세한 구멍에 세제가 스며들어 20-30초 이상 헹궈야 한다.
연구 결과 뚝배기는 15초를 헹궈도 4.68밀리그램 퍼 리터의 계면활성제가 남았는데, 다공성 재질 특성상 세제가 깊숙이 침투하기 때문이다. 반면 유리나 스테인리스 같은 매끈한 재질은 15초만으로도 대부분 제거된다.
흐르는 물에 헹굴 때는 거품이 안 보여도 최소 15초를 지켜야 하며, 물을 아껴야 하는 상황이라면 깨끗한 물을 담은 대야에 그릇을 담가 여러 번 헹구는 방법도 있다. 헹굼을 마친 뒤에는 물기를 완전히 털어내거나 건조대에 세워 말려야 물 얼룩이나 세균 번식을 막을 수 있다.
설거지의 핵심은 세제를 많이 쓰는 게 아니라 정량 희석하고 충분히 헹구는 데 있다. 물 1리터에 2밀리리터만 녹여도 세척력은 충분하며, 기름은 소주로 미리 제거하면 세제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헹굼 시간 8초를 더 투자하는 것만으로 1년에 0.74그램의 화학물질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설거지가 달라진다. 거품이 사라졌어도 15초는 기본이며, 뚝배기는 20초 이상 헹궈야 한다는 원칙만 지켜도 가족 건강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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