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을 지을 때 쌀을 몇 번 씻는지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여러 번 씻어야 한다고 배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두세 번 헹구는 것으로 끝내는 집도 있다.
심지어 요즘은 무세미(씻지 않아도 되는 쌀)가 나와 아예 씻지 않기도 한다. 횟수 차이가 밥맛에 실제로 영향을 주는지 물으면 대부분 확신하지 못하는데, 초밥 장인들이 세척 횟수에 유달리 신경을 쓰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첫물은 빠르게, 이후엔 부드럽게

쌀을 씻는 첫 번째 목적은 도정 과정에서 생긴 쌀가루와 먼지, 표면의 이물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때 첫물은 빠르게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첫물에는 먼지와 잡냄새가 섞여 있어 오래 두면 쌀이 도리어 이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이후 세척은 힘을 빼고 부드럽게 하는 것이 원칙이다. 손으로 강하게 문지르거나 횟수를 과도하게 늘리면 쌀알 표면이 깎이고 전분이 필요 이상으로 빠져나가 밥이 퍼석해진다.
일부 초밥 장인들이 3회 안팎을 선호하는 것도 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다. 다만 셰프마다 4-6회를 권하기도 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자신이 쓰는 쌀과 밥솥에 맞춰 조정하는 것이 결국 중요하다.
불림과 뜸, 밥맛을 완성하는 두 단계

세척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불림이다. 백미는 30분 안팎, 현미는 수분 침투가 느려 1시간 이상 불리는 것이 좋다. 충분히 불린 쌀은 열이 고르게 전달되어 밥알 속까지 균일하게 익는다.
불림을 생략하면 겉은 익었지만 속은 단단한 밥이 될 수 있는데, 특히 현미나 잡곡이 섞인 경우 이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 여름에는 냉장고에서, 겨울에는 실온에서 불리는 것이 세균 번식 측면에서 안전하다.
뜸은 전기밥솥이라면 자동으로 처리되지만, 냄비밥을 짓는다면 불을 끈 뒤 10-15분 정도 뚜껑을 열지 않고 두는 것이 좋다. 이 시간 동안 밥솥 내부의 잔열로 수분이 고르게 퍼지고 밥알이 안정된다. 뜸을 충분히 들이지 않으면 밥 표면이 질척하고 아래쪽은 눌어붙기 쉽다.
혈당이 걱정된다면 세척법보다 이것이 먼저

쌀 세척 횟수가 GI(혈당지수)를 크게 바꾼다는 주장이 인터넷에 돌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공신력 있는 연구는 없다. 흰쌀밥의 GI는 연구에 따라 60-80 범위로 보고되는데, 조리법이나 세척 횟수보다 함께 먹는 음식의 종류와 양이 혈당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
혈당이 걱정된다면 현미나 잡곡을 20-30% 섞고, 채소와 단백질을 먼저 먹는 식사 순서를 지키는 것이 세척 횟수를 바꾸는 것보다 실질적으로 더 효과적이다.
쌀 씻는 횟수 하나로 밥의 모든 것이 바뀌지는 않는다. 다만 첫물을 빠르게 버리고, 부드럽게 2-3회 씻고, 충분히 불리는 습관은 번거롭지 않으면서도 밥맛에 차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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