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리스 냄비 바로 쓰지 마세요…’이렇게’ 두 번 해야 연마제 안 나옵니다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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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리스 냄비 첫 사용 전 세척 필수
식약처 권고, 연마제 제거가 기본 절차

스테인리스 냄비
스테인리스 냄비 / 게티이미지뱅크

새로 산 스테인리스 냄비를 꺼내 바로 라면을 끓이거나 볶음 요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깨끗해 보이고 포장도 막 뜯었으니 당연히 안전하다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스테인리스 조리기구를 처음 사용하기 전에 반드시 표면에 남은 연마제를 제거한 뒤 사용하라고 권고한다. 제품이 불량이어서가 아니라, 제조 공정에서 사용한 연마제가 표면에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연마제는 스테인리스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고 광택을 내기 위해 쓰는 미세 입자 혼합물이다. 탄화규소·산화알루미늄·스테아르산 등이 주요 성분인데, 이 중 탄화규소는 국제암연구소(IARC)가 2A군, 즉 발암 추정 물질로 분류한 성분이다.

다만 이 분류는 분진을 직업적으로 반복 흡입하는 경우를 기준으로 한 평가다. 산화알루미늄과 스테아르산은 인체 위해 우려가 낮다고 별도 평가되므로, 연마제 전체를 발암물질로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잔류 성분이 음식에 섞여 반복 섭취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이 식약처의 취지다.

연마제가 물세척만으로 지워지지 않는 이유

식용유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탄화규소 등 연마 성분은 소수성 미세 분말이라 물이나 주방세제만으로는 잘 씻겨 나가지 않는다.

새 스테인리스 냄비를 식용유를 묻힌 키친타월로 문질러 보면 검은 가루나 검은 막이 묻어 나오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표면에 남아 있던 연마제 성분이다.

세제로만 씻으면 이 성분들이 겉으론 깨끗해 보여도 남아 있을 수 있고, 이 상태로 요리를 하면 연마 성분이 음식과 함께 섭취될 가능성이 생긴다.

섭취했을 때의 복합독성은 아직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 식약처도 “가급적 노출을 줄이는 것이 좋다”는 수준으로 안내하고 있어, 급성 위험보다는 예방적 조치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연마제가 남은 냄비로 매일 요리하는 것이 곧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기보다는, 불필요한 노출을 줄이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식약처 권고 세척법과 민간 기름 세척법

연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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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가 권고하는 방법은 두 단계다. 먼저 중성세제로 냄비 안팎을 충분히 세척하고, 이후 냄비에 물과 식초 또는 구연산을 넣고 끓인 뒤 헹궈내는 것이다.

산성 성분이 일부 연마 성분을 용해·분산시켜 제거를 돕는데, 연마제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하는 게 좋다.

방송과 생활 정보를 통해 널리 알려진 민간 방법도 있다. 부드러운 천이나 키친타월에 식용유나 올리브유를 소량 묻혀 냄비 표면 전체를 꼼꼼히 문지르면, 연마제가 기름에 달라붙어 검게 묻어 나온다.

이후 중성세제와 온수로 기름을 충분히 씻어낸 뒤, 식초를 희석한 물로 한 번 더 헹궈 마무리한다. 검은색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 같은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기준이다.

다만 이 방법은 공식 표준이 아닌 경험적 팁이므로, 식약처 공식 방법과 병행하거나 이후에 추가로 적용하는 것이 더 확실하다.

처음 한 번이지만 제대로 해야 하는 이유

구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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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척이 완료된 이후에는 일반적인 조리·세척 방법을 유지하면 된다. 스테인리스 조리기구는 식약처 안전 기준을 통과한 제품이고, 적절하게 세척한 뒤 사용하는 일상적인 환경에서 과도한 불안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다만 처음 한 번의 세척이 이후 수년간의 사용 안전성을 결정하는 만큼, 이 과정만큼은 꼼꼼히 거치는 게 바람직하다.

새 냄비를 샀을 때 시즈닝을 하듯, 연마제 제거 세척도 스테인리스 조리기구를 처음 맞이하는 기본 절차로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

새 스테인리스 냄비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 사용 전 세척 과정이 빠진 것이 문제다. 제품의 결함이 아닌 사용 습관의 문제인 셈이다.

검은 가루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 닦아내는 한 번의 수고가, 이후 수년간의 조리 환경을 결정한다. 오늘 새 냄비를 꺼냈다면 요리보다 세척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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