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퍼백·물 한 대야로 유사 진공
물 수압 원리로 산소 차단 효과

냉장고에 넣어 둔 채소가 며칠 만에 시들거나 변색되는 이유는 공기 중 산소 때문이다. 산소에 노출된 식재료는 지질 산화와 색소 분해가 진행되고, 호기성 미생물이 활발하게 증식하면서 부패 속도가 빨라진다.
별도의 진공 포장기를 사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집에 있는 지퍼백과 물 한 대야만으로도 유사 진공 상태를 만들 수 있는데, 핵심은 물의 수압을 이용해 지퍼백 내부 공기를 자연스럽게 밀어내는 원리다.
물 수압으로 공기가 빠지는 원리

대야에 물을 받고 지퍼백을 천천히 담그면 수압이 지퍼백 외벽을 사방에서 압축한다. 이 압력이 내부 공기를 남겨 둔 틈새로 밀어내면서 자연스럽게 공기가 빠지는데, 이 상태에서 입구를 신속하게 봉인하면 유사 진공 상태가 완성된다.
다만 기계식 진공 포장기와 달리 완전한 진공은 아니며, 밀봉 지점에서 공기가 재유입될 가능성이 있어 밀봉 유지력도 기계식보다 낮다.
따라서 이 방법은 장기 냉동 보관보다는 냉장 상태에서 3-5일 단기 신선도 유지에 적합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는 게 좋다.
그럼에도 산소 차단으로 변색과 물러짐을 늦추고 냄새 섞임을 줄이는 효과는 충분히 기대할 수 있으며, 공기가 빠진 지퍼백은 부피가 눈에 띄게 줄어 냉장고 선반이나 서랍에 적층 보관하기도 훨씬 편해진다.
지퍼백 수압 진공 포장 순서

방법은 단순하다. 먼저 식재료를 지퍼백에 납작하게 펼쳐 담는데, 너무 많이 넣으면 공기가 고르게 빠지지 않으므로 여유 있게 채우는 게 좋다.
지퍼를 거의 다 닫되 공기가 빠져나올 수 있는 틈새를 조금 남겨 두고, 물을 충분히 받은 대야에 지퍼백을 천천히 비스듬히 담근다.
이때 열린 틈이 수면 아래로 완전히 잠기기 전에 봉인을 마쳐야 물이 안으로 들어오지 않으므로 속도가 중요하다. 공기가 충분히 빠진 것을 확인한 뒤 수면 밖에서 신속하게 입구를 닫으면 된다.
물기 없는 식재료라면 빨대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는데, 지퍼 틈에 빨대를 꽂고 입으로 공기를 흡입한 뒤 빠르게 봉인하면 견과류나 건과일처럼 물에 닿으면 안 되는 재료에 더 위생적으로 쓸 수 있다. 밀봉력을 높이고 싶다면 이중(더블) 지퍼백을 사용하는 것도 공기 재유입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진공 포장을 피해야 하는 식재료

수압 진공 포장이 모든 식재료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브로콜리, 양배추, 콜리플라워처럼 자체적으로 가스를 방출하는 채소는 밀봉 후 지퍼백이 팽창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마늘이나 저산성 채소도 마찬가지인데, 산소가 차단된 혐기성 환경에서는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 같은 혐기성 세균이 증식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재료들은 진공 포장보다 통기가 가능한 용기나 일반 지퍼백에 보관하는 것이 안전하다. 반면 잎채소, 손질해 둔 채소, 육류, 소분한 치즈처럼 산화와 수분 손실이 주된 변질 원인인 식재료에는 수압 진공 포장이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식재료 보관의 핵심은 산소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차단하느냐에 있다. 고가의 장비 없이도 원리를 이해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대야 하나와 지퍼백이면 오늘부터 바로 실천할 수 있다. 어떤 재료를 보관하느냐에 따라 방법을 골라 쓰는 것만으로도 냉장고 속 식재료 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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