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 도마는 칼날이 덜 상하고 손목에 오는 충격도 부드러워 오래 써온 주방 도구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세제를 쓰면 도마가 망가진다”며 물로만 헹궈 쓰는 방식을 권하기도 한다. 요리사들 사이에서 불문율처럼 전해지는 이야기지만, 실제 위생 지침과는 다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USDA 등 국내외 식품 안전 기관은 나무 도마도 따뜻한 물과 중성 세제로 세척한 뒤 충분히 헹구는 것을 기본으로 권고한다. 문제는 세제 자체가 아니라 강한 세제를 자주 쓰거나, 씻은 뒤 건조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다.
세제보다 건조가 나무 도마 위생을 가른다

나무는 다공성 재질이라 수분을 일부 흡수하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물기를 남긴 채 도마를 눕혀두면 아랫면까지 습기가 고여 곰팡이가 생기거나 뒤틀림이 생기기 쉽다.
UC Davis의 딘 클라이버 연구팀 실험에서는 나무 도마 표면에서 세균이 내부로 흡수·건조되며 생존성이 낮아지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는데, 이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세척 후 완전한 건조가 전제돼야 한다.
세척 방법은 단순하다. 사용 직후 음식 찌꺼기를 제거하고, 따뜻한 물에 중성 주방세제를 풀어 문질러 씻은 뒤 깨끗한 물로 충분히 헹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지막 단계로, 도마를 세워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자연 건조하는 것이다. 눕혀두면 아랫면에 물기가 남기 때문이다.
소금과 레몬은 냄새·얼룩 잡는 보조 관리법

굵은 소금을 도마 위에 뿌리고 레몬 반 조각으로 문지르는 방법은 입자의 물리적 연마 효과와 구연산의 산성 환경이 합쳐져 냄새와 표면 오염을 줄이는 데 유용하다. 이때 소금 알갱이가 표면 이물질을 긁어내고, 레몬즙이 산성 환경을 형성해 일부 세균 억제에도 도움이 된다.
다만 이 방법은 어디까지나 보조 관리법이다. 육류나 가금류, 생선을 다룬 뒤에는 소금·레몬만으로 병원성 세균까지 충분히 제거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식재료를 다룬 도마는 세제 세척이 필요하다.
반면 빵이나 채소, 과일 위주로 쓰는 도마라면 소금·레몬 세척을 일상 관리에 활용하는 것도 좋다. 게다가 교차오염 예방을 위해 육류용과 채소용 도마를 아예 구분해 쓰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오일링 한 번이 도마 수명을 늘린다

나무 도마를 오래 쓰려면 오일링 관리가 필수다. 세척 후 완전히 건조된 상태에서 식품용 미네랄 오일을 천에 묻혀 나무결 방향으로 얇게 발라주면 표면 코팅이 유지되며 건조와 균열을 막을 수 있다.
과잉 오일은 마른 천으로 닦아내는 게 좋다. 반대로 도마를 물에 장시간 담가두거나 냄비에 넣고 직접 끓이면 뒤틀림이나 크랙이 생길 수 있으므로, 소독이 필요할 때는 끓는 물을 도마 위에 천천히 붓는 방식으로 단시간 처리하는 것이 낫다.
또한 깊은 칼자국이나 균열이 생기고 악취가 지속된다면 세척·관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런 상태의 도마는 세균이 자리 잡기 쉬운 구조가 됐다는 뜻이므로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현명하다.

나무 도마 관리의 핵심은 세제를 쓰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씻은 뒤 어떻게 건조하고 유지하느냐에 있다. 올바른 세척과 완전한 건조, 주기적인 오일링이 갖춰질 때 나무 도마는 비로소 위생적이고 오래 쓸 수 있는 도구가 된다.
특별한 재료나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소금 한 줌, 레몬 반 조각, 오일 몇 방울로 충분하다. 오늘 저녁 설거지 마지막에 도마를 세워 말리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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