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똑같은 생수 아니었어?…구매 전 ‘이 표기’ 확인 안 하면 속고 사는 겁니다

조은아 기자

입력

마트 생수 절반은 진짜 ‘물’이 아니다
먹는샘물과 혼합음료, 라벨 한 줄이 가른다

편의점 생수코너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냉장 코너에 나란히 진열된 생수들. 브랜드도 다양하고 가격도 비슷한데, 어떤 제품은 ‘먹는샘물’이고 어떤 제품은 ‘혼합음료’다. 소비자 대부분은 같은 물이라고 생각하며 집어 들지만, 법적으로 이 둘은 전혀 다른 식품이다.

먹는샘물은 암반대수층 지하수나 용천수를 원수로 사용하며, 물리적 처리만 허용된다. 염소소독 같은 화학적 처리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고, 환경부가 먹는물관리법에 따라 관리한다.

반면 혼합음료는 수돗물을 포함한 일반 ‘먹는 물’에 칼슘·마그네슘 등 합성 식품첨가물을 넣어 가공한 음료로, 식약처가 식품위생법으로 관리한다. 핵심은 수질검사 항목 수에 있다.

수질검사 50개 vs 8개, 같은 매대의 다른 기준

생수
생수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먹는샘물은 원수 채취 단계에서 46개 항목, 생산된 제품에서 50개 항목을 검사한다. 미생물(저온일반세균 100 CFU/mL 이하), 납(0.01 mg/L 이하), 탁도(1 NTU 이하) 등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반면 혼합음료는 산소량·납·카드뮴 등 8개 항목만 관리하면 된다. 같은 냉장 매대에 놓여 있지만, 적용되는 검사 기준의 격차는 6배가 넘는다.

규제 격차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먹는샘물 생산업체 가운데 취수능력이 300톤을 초과하면 환경영향조사와 수질개선부담금 납부 의무가 생기는데, 혼합음료 생산업체는 이 두 가지 의무에서 모두 면제된다.

2021년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공식 지적됐고, 식약처장이 위생관리 개선안 마련을 약속했지만 제도적 간극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혼합음료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생수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혼합음료를 일방적으로 열등한 제품으로 볼 수는 없다. 자연수는 산지에 따라 미네랄 함량이 제각각이지만, 혼합음료는 칼슘과 마그네슘 비율을 3:1로 인위 조절할 수 있어 특정 기능성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 설계가 가능하다. 알칼리수나 미네랄 강화 제품 대부분이 혼합음료 방식으로 생산되는 이유다.

다만 문제는 소비자가 이 차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구매한다는 점이다. 삼다수 등 주요 먹는샘물 업체들이 구분 강화를 공식 요구할 만큼, 현장에서 혼동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라벨 한 줄이면 바로 알 수 있다

생수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구분법은 간단하다. 2017년부터 페트병 용기에 제품 유형 표기가 의무화되어, 라벨에서 ‘먹는샘물’과 ‘혼합음료’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마트에서 제품을 집어 들었을 때 용기 앞면이나 옆면에 작게 표기된 제품 유형란을 보면 된다.

특히 ‘미네랄워터’, ‘이온워터’ 같은 이름이 붙어 있으면 혼합음료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라벨을 먼저 확인하는 게 좋다.

마시는 물, 선택은 라벨에서 시작된다

생수를 고르는 여자
생수를 고르는 여자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생수를 고를 때 중요한 것은 브랜드나 가격이 아니라,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를 아는 일이다. 먹는샘물과 혼합음료 중 어느 쪽이 낫다는 절대적 기준은 없다. 각자의 건강 상태와 목적에 맞는 물을 골라야 한다.

냉장 코너에서 10초만 투자해 라벨을 확인하는 습관이, 매일 마시는 물의 질을 결정한다.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