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연산 2스푼이면 충분
락스는 물때 제거 효과 제로

화장실 세면대와 수전에 하얗게 굳은 물때를 보면 누구나 락스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아무리 뿌려도 물때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락스는 강한 알칼리성 세제로, 같은 알칼리성 성분인 물때를 녹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때의 정체는 수돗물 속 칼슘과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이 증발 후 남아 굳어진 탄산칼슘이다.
많은 사람이 락스를 만능 청소제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곰팡이와 세균 제거에만 특화된 제품이다. 물때처럼 광물 성분이 주인 오염물에는 산성 세제가 필요하다. 구연산이 바로 그 해결사다. 구연산으로 물때를 제거하는 과학적 원리와 안전 수칙을 알아봤다.
구연산이 물때를 녹이는 화학 반응

물때는 탄산칼슘(CaCO3)이 주성분으로, 알칼리성을 띤다. 구연산은 산성 물질로, 이 탄산칼슘과 만나면 화학 반응을 일으켜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시킨다. 이 과정에서 딱딱하게 굳은 물때가 물에 잘 녹는 구연산칼슘 형태로 바뀌면서 쉽게 제거되는 것이다.
구연산은 식품 첨가물로도 쓰이는 안전한 성분이라 인체에 무해하다. 물 200mL에 구연산 가루 2스푼(약 10g)을 섞어 물때에 뿌린 뒤 10분 정도 기다렸다가 닦으면 된다.
이 과정에서 산성 성분이 알칼리성 오염물을 중화시키면서 물때가 자연스럽게 분해되는 셈이다. 심한 물때는 키친타월에 구연산 용액을 적셔 붙인 뒤 30분 뒤 제거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락스는 곰팡이 제거용, 물때엔 무용지물

락스의 주성분인 차아염소산나트륨(NaOCl)은 강력한 산화력으로 유기물을 태우듯 분해하는 살균소독제다. 곰팡이나 세균 같은 생물성 오염에는 탁월하지만, 광물 성분인 물때를 녹이는 능력은 전혀 없다. 오히려 락스도 강한 알칼리성이라 같은 알칼리성인 물때 위에 뿌려봤자 아무런 화학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락스를 물때에 사용하면 표면의 약간의 먼지나 기름때는 제거될 수 있으나, 핵심인 석회질 층은 그대로 남는다. 반면 구연산은 물때의 화학 구조 자체를 바꿔 근본적으로 제거하므로 효과가 확실하다. 락스는 곰팡이 제거나 살균이 필요한 곳에만 사용하고, 물때는 구연산으로 해결하는 게 올바른 방법이다.
절대 혼합 금지, 염소 가스 발생 위험

락스와 구연산을 함께 사용하면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락스의 차아염소산나트륨이 산성 물질인 구연산을 만나면 급격한 화학 반응이 일어나며 염소 기체(Cl2)가 발생한다.
이 가스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화학무기로 쓰였을 만큼 독성이 강하며, 흡입 시 호흡기 손상과 폐부종을 일으키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안전보건공단과 제조사에서도 염소계 표백제와 산성 세제의 혼합을 엄격히 금지한다. 구연산으로 물때를 제거한 뒤 락스로 곰팡이를 제거하고 싶다면, 반드시 구연산을 완전히 헹궈낸 뒤 최소 30분 이상 환기한 다음 락스를 사용해야 한다.
또한 락스는 뜨거운 물과 만나도 분해되어 염소 가스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찬물에 희석해서 사용하는 게 안전하다.
대리석과 인조대리석엔 구연산 금지

구연산은 물때 제거에 탁월하지만, 대리석이나 인조대리석 소재에는 사용하면 안 된다. 대리석의 주성분도 탄산칼슘이라 구연산과 만나면 표면이 부식되어 광택을 잃고 변색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인조대리석도 천연석 성분을 포함하므로 산성 세제에 취약하다.
화장실 세면대나 욕조가 대리석 소재라면 중성 세제를 사용하거나, 베이킹소다를 물과 섞어 페이스트 형태로 만들어 문지르는 방법이 안전하다.
일반 도자기나 스테인리스 소재에는 구연산을 자유롭게 사용해도 문제없으니 소재를 확인한 뒤 적절한 세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재 구분이 어렵다면 눈에 띄지 않는 부분에 먼저 테스트해보는 게 좋다.
물때는 산성 구연산으로, 곰팡이는 알칼리성 락스로 구분 사용

화장실 물때는 구연산 2스푼을 물 200mL에 섞어 뿌린 뒤 10분 뒤 닦으면 말끔히 제거된다. 락스는 물때 제거에 효과가 없으므로 곰팡이 제거에만 사용해야 한다. 두 제품은 절대 혼합하지 말고, 구연산 사용 후 최소 30분 환기 뒤 락스를 쓰는 게 안전하다.
대리석 소재에는 구연산 대신 중성 세제나 베이킹소다를 사용해야 변색을 막을 수 있다. 락스는 찬물에 희석해 사용하고, 뜨거운 물과 섞으면 염소 가스가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올바른 세제 선택과 안전 수칙만 지키면 화장실 청소가 훨씬 쉬워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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