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 샴푸통은 대개 뚜껑을 열어 물로 헹군 뒤 분리배출함에 던져진다. 그런데 통 안쪽 벽면에는 세정과 기포를 담당하는 음이온 계면활성제와 자극 완화 역할의 양쪽성 계면활성제가 상당량 남아 있다.
말끔히 쓴 것처럼 보여도 실제 세정 성분은 아직 통 안에 있는 셈이다. 여기에 재료 하나만 더하면 욕실 전용 세제가 된다. 핵심은 베이킹소다와의 조합이다.
샴푸 잔여 성분이 세제로 바뀌는 원리

다 쓴 샴푸통에 미온수를 용기 용량의 3분의 1 정도 붓고, 베이킹소다 한 티스푼을 넣는다. 뚜껑을 닫기 전에 공기를 살짝 빼주는 게 좋은데, 이때 바로 세게 흔들면 내부 압력이 높아져 뚜껑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킹소다가 샴푸 잔여물의 약산성 성분과 만나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며 압력이 생긴다. 천천히 섞어준 뒤 사용하는 게 안전하다.
베이킹소다는 pH 약 8.3-8.4의 약알칼리 성질을 띠는데, 연마·중화·탈취·흡습 네 가지 작용을 동시에 한다.
여기에 샴푸의 계면활성제가 더해지면 가벼운 욕실 오염을 닦아내기에 충분한 혼합 세제가 완성된다. 만들어둔 혼합액은 즉시 사용하는 게 원칙이다. 물이 희석되면 샴푸 속 보존제 농도가 낮아져 세균이 번식할 수 있다.
타일 줄눈부터 변기까지, 부위별 사용법

혼합액 활용도가 가장 높은 곳은 타일 줄눈이다. 줄눈에 직접 혼합액을 도포하고 2-3분 방치한 뒤 헌 칫솔로 문지르면, 베이킹소다의 미세 연마 작용이 때를 긁어낸다. 이 과정에서 샴푸 계면활성제가 오염물을 부유시켜 헹굼이 한결 쉬워진다.
변기는 안쪽 벽면에 혼합액을 고루 뿌리고 잠시 방치한 뒤 솔로 문지르고 물을 내리면 된다. 수전의 가벼운 물때에도 혼합액을 바르고 3-5분 후 마른 행주로 닦으면 어느 정도 제거된다.
다만 베이킹소다는 알칼리 성분이라 물때(탄산칼슘)를 화학적으로 분해하지는 못하고 기계적 연마로만 작용한다는 점은 알아두는 게 좋다.
무광 수전이나 PVD 코팅 수전은 주의가 필요하다. 알칼리성 세제, 연마재는 물론 산성인 구연산도 코팅 손상을 일으킬 수 있어, 이런 제품에는 중성 세제와 부드러운 극세사 천만 사용해야 한다.
오래된 물때엔 구연산을 따로 쓴다

수전이나 샤워기 헤드에 오래 굳은 석회질 스케일이 생겼다면 혼합액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물때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은 알칼리성 오염물로, 이걸 분해하려면 반대 성질인 산이 필요하다.
구연산(약산, pH 약 3.2)은 탄산칼슘과 반응해 구연산칼슘과 이산화탄소, 물로 분해하는데, 이 반응이 석회질을 효과적으로 녹여낸다.

물 500mL에 구연산 1-2스푼을 녹여 물때 부위에 바른 뒤 5-10분 방치하면 된다. 반면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을 같은 표면에 동시에 사용하는 건 금물이다.
산과 알칼리가 중화 반응을 일으켜 두 재료의 세정 효과가 모두 상쇄된다. 사용 순서를 반드시 분리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구연산과 락스를 절대 혼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유해가스가 발생한다.
욕실 청소의 핵심은 오염의 성질을 파악하는 데 있다. 줄눈의 때처럼 연마로 긁어낼 오염인지, 수전의 석회질처럼 화학적으로 분해해야 할 오염인지를 구분하면 어떤 재료를 어디에 써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결정된다.
버려지는 샴푸통과 주방에 있는 재료 두 가지로 욕실 대부분을 관리할 수 있다. 시작은 거창할 필요 없이, 다음번 빈 샴푸통부터 버리지 말고 써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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