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레인지 사용하신다면 ‘여기부터’ 켜세요…주방 속 발암물질 50% 이상 줄어듭니다

김혜은 기자

입력

가스레인지 켤 때마다 새고 있는 발암물질
조리 중 벤젠, 제대로 알아야 막을 수 있다

가스레인지
가스레인지 / 게티이미지뱅크

매일 아침 계란 후라이 하나를 구우면서 우리는 무엇을 마시고 있을까.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이는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오염물질이 주방 공기를 채우기 시작한다.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미세먼지는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정작 더 위험한 물질은 따로 있다.

국제암연구소(IARC)가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벤젠이다. 가스 연소 과정에서 자연 발생하며, 단기 노출만으로도 어지러움·피로·두통이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환기 없이 조리를 반복하면 실내 공기 중 농도가 조용히 쌓인다는 것이다.

가스레인지에서 벤젠이 나오는 이유

가스레인지
가스레인지 / 게티이미지뱅크

가스가 탈 때는 완전 연소와 불완전 연소가 동시에 일어나는데, 이 과정에서 탄화수소가 분해되며 벤젠을 비롯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 발생한다.

미국 버클리 연구소가 87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는 가스레인지 사용 중 실내 벤젠 농도가 2-20 μg/m³까지 올라갔으며, 이는 WHO 실내 안전 기준인 5 μg/m³을 최대 4배 초과하는 수준이다.

특히 아파트처럼 밀폐된 구조에서는 환기량 자체가 적어 오염물질 잔류 위험이 더 높다. 무엇보다 후드를 켜지 않은 채 조리하면 벤젠이 주방을 넘어 거실과 침실까지 퍼지기 때문에, 가스를 쓰는 모든 가정이 주의해야 할 문제다.

후드 포집 효율이 전부를 바꾼다

후드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가장 직접적인 방어선은 주방 후드다. 포집효율 40-60% 수준의 중간 등급 후드를 사용했을 때 오염물질 농도가 최대 55% 줄었고, 고효율(60-80%) 후드는 VOCs를 평균 70% 이상 감소시킨다.

후드는 조리를 시작하기 전에 미리 켜는 게 좋은데, 불을 올린 뒤 켜면 초기 발생량을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필터가 막히면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므로, 2-3개월마다 청소 또는 교체하는 것도 빠뜨릴 수 없다.

후드 성능이 낮은 가정이라면 교체를 검토할 만하다. 초기 비용은 있지만, 장기적으로 유지비가 낮고 저감 효과가 확실하다.

환기는 시간과 방법이 모두 중요하다

환기
환기 / 게티이미지뱅크

후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조리 중에는 창문도 함께 열어 공기가 순환하도록 해야 하며, 특히 조리 직후 30분은 반드시 확보하는 게 기본 수칙이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실내 벤젠의 반감 주기는 2-4시간으로, 오염물질의 50% 이상을 배출하려면 3-4시간 환기가 필요하다.

다만 환기의 핵심은 시간보다 실제 공기교환율(시간당 0.5회 이상)에 있기 때문에, 창문을 조금만 열어두는 것과 활짝 열어두는 것은 효과가 전혀 다르다. 아파트라면 기계 환기 시스템을 함께 가동하면 더 효과적이다.

조리 중 공기 오염은 냄새가 나지 않아서 안심하기 쉽지만, 벤젠은 무색무취다. 문제는 오염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지,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게 아니다.

매일 세 끼를 만드는 주방에서 후드를 먼저 켜고 창문을 여는 순서를 습관으로 만드는 것. 그 작은 차이가 가족이 매일 마시는 공기의 질을 결정한다.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