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냄비 국물을 그릇에 옮기다 식탁을 적신 경험, 페트병 물을 따르다 콸콸 쏟아진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다. 조심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데, 따르는 속도나 각도를 아무리 조절해도 액체는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기 일쑤다.
냄비 가장자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국물, 좁은 병 입구를 비껴가는 물줄기 모두 같은 원인에서 비롯된다. 그때마다 행주로 닦고, 주변을 정리하고 나면 괜히 기운이 빠진다.
사실 도구의 문제가 아니라 액체가 왜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지 원리를 알면, 식탁 위에 놓인 숟가락 하나로도 충분히 해결된다. 원인은 액체의 물리적 성질에 있다.
액체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이유

액체는 중력 방향으로 곧장 떨어지지 않고, 가까이 있는 물체 표면을 타고 흐르려는 성질이 있다. 이를 코안다 효과라고 하는데, 냄비 가장자리나 용기 주둥이를 타고 액체가 옆으로 번지는 현상이 바로 이 때문이다.
따르는 속도가 빠를수록, 용기의 주둥이가 두꺼울수록 이 현상이 강하게 나타난다. 특히 국물처럼 점성이 낮은 액체일수록 표면을 타고 흐르는 성질이 강해서 더 쉽게 흘러내린다.
반대로 말하면, 코안다 효과를 역이용하면 액체의 흐름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숟가락이 그 도구가 된다.
숟가락 하나로 액체 흐름을 잡는 법

숟가락의 볼록한 뒷면을 컵이나 그릇 주둥이 안쪽에 밀착시킨 뒤, 그 위로 천천히 액체를 부으면 된다.
액체가 숟가락 표면을 타고 흘러 자연스럽게 아래 용기 안으로 유도되는데, 이때 천천히 부을수록 숟가락 표면을 더 안정적으로 타고 흘러 실패 확률이 줄어든다. 무엇보다 도구를 따로 살 필요 없이 식탁 위 숟가락만으로 해결된다는 점이 장점이다.
입구가 좁은 병이나 용기에 액체를 옮길 때는 숟가락의 자루(손잡이) 부분을 활용한다. 자루를 용기 주둥이에 바짝 대고 가이드 삼아 천천히 따르면, 자루 표면을 타고 액체가 좁은 입구 안으로 정확하게 들어간다. 깔때기가 없을 때 대신 쓸 수 있는 방법이다.
대용량 페트병, 회오리로 빠르게 따르는 법

2리터짜리 대용량 페트병을 뒤집어 따르면 꿀렁꿀렁 끊기면서 물이 튀는 경우가 많다. 병 안의 물이 빠져나가는 동시에 공기가 안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좁은 입구를 물과 공기가 동시에 통과하려 하면서 생기는 병목 현상 때문이다.
이때는 병을 뒤집은 상태에서 원형으로 빠르게 돌려 내부에 회오리를 만들면 된다. 회오리가 생기면 중앙에 공기 통로가 확보되면서 물과 공기가 동시에 이동할 수 있고, 덕분에 끊김 없이 물이 쏟아진다. 실제로 해보면 차이가 꽤 크게 느껴진다.
액체를 흘리는 건 부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물리 법칙의 문제다. 코안다 효과를 이해하고 나면, 숟가락 하나만으로도 웬만한 따르기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오늘 국물 요리를 담을 일이 있다면, 숟가락을 뒤집어 컵 위에 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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