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쉰내의 진짜 원인 모락셀라균

깨끗하게 세탁을 마친 빨래에서 나는 찝찝한 걸레 쉰내의 정체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세탁기 내부의 오염을 의심하지만, 진짜 원인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 특히 ‘모락셀라 오슬로엔시스(Moraxella osloensis)’라는 세균일 가능성이 높다. 이 세균의 생존 조건을 차단하는 것이 냄새 해결의 핵심이다.
냄새의 주범, 모락셀라균의 증식 조건

모락셀라균은 사람의 피지나 땀, 각질 등 유기물을 먹고 증식하며, 이때 배설하는 물질이 바로 걸레 쉰내와 같은 불쾌한 냄새를 유발한다. 이 세균이 가장 좋아하는 환경은 ‘수분’과 ‘온기’다.
세탁 전문가는 “세탁기 자체가 냄새의 원인일 확률은 1~2%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세탁조는 냄새가 배기 어려운 스테인리스나 플라스틱 소재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세탁이 끝난 빨래를 세탁조 안에 그대로 방치하는 습관이다. 탈수를 마친 세탁물은 적당한 온기와 높은 습도를 머금고 있어 모락셀라균에게는 최적의 번식 환경이 된다.
세탁 종료 후 단 1~2시간만 지나도 세균은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하며 섬유 깊숙이 냄새 분자를 고착시킨다. 3시간 이상 방치하면 재세탁을 해도 냄새가 쉽게 빠지지 않는다.
세탁기보다 중요한 ‘시간’과 ‘건조’의 과학

결국 냄새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세균이 증식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다. 세탁이 끝나면 가능한 한 빨리, 늦어도 1시간 이내에 세탁물을 꺼내 널어야 한다.
만약 예약 세탁 기능을 사용한다면, 외출 시간에 맞춰 세탁이 끝나도록 설정하는 것보다 마지막 헹굼 단계에서 멈추도록 설정하는 것이 낫다. 물에 잠겨 있는 동안에는 세균 증식이 더디므로, 귀가 후 바로 탈수해 널면 냄새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건조 방식 역시 냄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수건처럼 두꺼운 섬유는 단순히 건조대에 걸쳐 널면 접힌 부분의 통풍이 막혀 부패가 시작되기 쉽다.
반드시 집게를 사용해 수건의 면이 최대한 넓게 공기와 닿도록 널어야 한다. 건조대 사이의 간격을 넓게 유지하고 선풍기나 제습기를 활용해 공기 순환을 돕는 것도 매우 효과적이다.
수건 냄새가 유독 심한 이유와 해결책

유독 수건에서 냄새가 심하게 나는 이유는 섬유 구조 때문이다. 수건의 주성분인 면(셀룰로오스)은 세균과 곰팡이가 서식하기 좋은 다공성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젖은 수건을 욕실에 오래 두거나 다른 빨래와 섞어 세탁하면 오염이 심해지고 냄새도 강해진다.
이미 냄새가 배어 뻣뻣해진 수건은 삶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다. 끓는 물은 섬유 사이에 낀 피지와 세균을 완벽하게 제거해 살균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때 산소계 표백제인 과탄산소다를 한 스푼 넣으면 살균과 표백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다. 염소계 표백제(락스)는 섬유 손상과 변색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수건에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건조기를 사용하면 고온 건조를 통해 살균은 물론 수건의 부드러운 촉감까지 되살릴 수 있다.
빨래 쉰내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값비싼 세제나 세탁기 청소가 아닌, 사소한 습관의 변화에 있다. 냄새의 원인인 모락셀라균의 생존 환경을 이해하고, ‘세탁 후 1시간 내 꺼내기’와 ‘통풍이 잘되게 널기’라는 두 가지 원칙만 지킨다면 계절과 날씨에 상관없이 항상 쾌적한 세탁물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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