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여름 캠핑장에서 물을 아껴 쓰는 일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요리와 세면까지 합치면 1인당 하루 최소 5L 이상의 물이 필요하고, 이 중 마시는 용도만으로도 2L 이상이 요구되는데 정작 야외에는 수도꼭지가 없어 생수통을 통째로 기울이다 흘리기 일쑤다. 저장 용기는 한정돼 있고, 흐르는 물을 세밀하게 조절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그런데 지퍼백 같은 비닐봉지 하나와 빨대만 있으면 이 문제가 의외로 간단히 풀린다. 물속 압력과 대기압의 차이를 이용하면 손가락 하나로 유량을 조절하는 임시 수도꼭지를 만들 수 있어서다. 다만 그 전에 야외에서 물을 다룰 때 반드시 짚어야 할 위생 조건이 있다.
고인 물과 여름철 보관, 위생이 먼저다

정수기나 저장 용기, 관로 등에 오래 정체된 물은 이물질이나 초기 오염 우려가 있어 사용 전 2~3분가량 흘려보낸 뒤 받는 것이 권장되며, 지하수나 수돗물도 약 3분간 미리 흘려보내는 방식이 안내되곤 한다.
생수와 정수된 물은 화장실 근처나 냉난방기 앞처럼 오염과 온도 변화가 심한 자리를 피해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그늘에 보관해야 한다.
고온다습한 여름철에는 세균 번식 속도가 빨라지므로 저장탱크처럼 물이 닿는 부위는 자주 청소하고, 비닐봉지나 페트병 같은 임시 용기도 잦은 세척과 교체가 필요하다.
정수압이 대기압을 넘어설 때 물이 흐른다

대기압보다 정수압이 높은 수면 아래에 빨대 입구가 위치하면 내부의 물이 자연스레 외부로 밀려 나온다. 반면 물이 빠지면서 빨대 입구가 수면 위로 드러나 대기압이 유입되는 순간 흐름은 저절로 멎는다.
이 정수압은 유체의 밀도와 중력 가속도, 깊이에 비례해 커지는데 물속에서 깊이가 10m 깊어질 때마다 약 1기압씩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닐봉지 안에 담긴 소량의 물에서도 이 원리는 똑같이 작동하기 때문에, 봉지 높이만 조절해도 물줄기 세기가 달라지는 셈이다.
비닐봉지와 빨대로 완성하는 제작법

준비물은 두꺼운 지퍼백류 비닐봉지와 빨대, 송곳이나 볼펜처럼 뾰족한 도구면 충분하다. 봉지 하단에 구멍을 낼 때는 물이 새지 않으려면 일반 빨대의 외경인 6~8mm에 정확히 맞춰야 한다.
봉지 안에 물을 절반가량 채우고 입구를 단단히 묶은 뒤, 뚫어둔 구멍에 빨대를 꽂으면 제작이 끝난다. 페트병으로 만들 때도 원리는 같아서, 뚜껑이나 측면에 빨대가 들어갈 구멍을 낸 뒤 그 자리에 빨대를 끼우면 똑같이 작동한다. 날카로운 도구로 구멍을 뚫는 과정인 만큼 눈과 피부를 보호할 장구를 착용하는 편이 안전하다.
손가락 하나로 유량 조절, 그리고 사용 후 폐기

완성된 간이 수도꼭지는 손가락으로 빨대 단면의 면적을 줄여 배출 유량을 조절할 수 있고, 완전히 멈추고 싶다면 빨대 끝을 손가락으로 밀폐하면 그만이다.
필요한 만큼만 흘려 쓰는 방식은 양치할 때 컵을 쓰거나 생수를 남기지 않는 생활 속 물 절약 실천과도 맞닿아 있다. 다만 봉지를 반복해서 쓰면 내부에 세균이 늘어날 위험이 있어 1회 사용 후에는 폐기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압력 차이라는 물리 원리 하나가 야외에서의 물 소비 습관까지 바꿔놓는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거창한 장비 없이도 손끝의 힘 조절만으로 흐름을 멈추고 다시 트는 경험은, 한정된 자원을 다루는 감각 자체를 달리 보게 만든다.
다만 이 방법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봉지나 빨대를 여러 번 재사용하지 말고, 담는 물 역시 고인 물을 미리 흘려보내는 등 위생 수칙을 함께 지켜야 여름철 야외 활동에서 탈이 나지 않는다.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