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 90도 이상이면 코팅 손상
산성·알코올 음료는 침식 더 빨라

편의점이나 카페에서 받은 종이컵에 뜨거운 커피를 따라 마시는 것은 일상적인 풍경이다. 하지만 종이컵 내부를 감싼 얇은 코팅막이 고온에 노출되면 미세플라스틱이 녹아 나온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제로 하루 300밀리리터씩 종이컵으로 뜨거운 음료를 마시면 연간 약 36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종이컵은 액체가 새지 않도록 내부에 폴리에틸렌이나 폴리프로필렌 같은 플라스틱 코팅이 되어 있는데, 이 코팅막 두께는 20-50마이크로미터 정도로 매우 얇다.
90도 이상의 뜨거운 액체를 부으면 코팅이 변형되면서 미세플라스틱이 떨어져 나오기 쉬운데, 특히 산성이 강한 음료나 알코올이 섞인 경우 코팅 손상이 더 빨라진다.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크기라서 마시는 동안 전혀 느낄 수 없다는 점이다.
뜨거운 음료가 코팅을 녹이는 원리

종이컵 코팅은 폴리에틸렌 같은 열가소성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는데, 고온에 노출되면 분자 구조가 느슨해지면서 미세한 입자가 떨어져 나온다.
중국 지량대학 연구에 따르면 95도 물을 종이컵에 부어 20분간 두었을 때 리터당 675개에서 5984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같은 조건에서 온도가 높아질수록 미세플라스틱 방출량이 33% 이상 증가했다는 호주 연구도 있다.
커피처럼 뜨거운 음료는 대부분 85도에서 95도 사이 온도이기 때문에 코팅이 손상되기에 충분한 조건이다. 게다가 커피를 들고 이동하거나 오랜 시간 컵에 담아두면 접촉 시간이 길어지면서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용출된다.
인하대 연구팀이 분석한 결과, 뜨거운 커피를 담은 종이컵 한 개당 조 단위의 나노플라스틱이 검출되기도 했다. 한국 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커피 전문점 종이컵 한 개당 평균 20.3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오는데, 연간 377잔을 마신다고 가정하면 약 2639개를 섭취하는 셈이다.
산성 음료와 알코올은 더 위험하다

코팅 손상은 온도만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레몬차나 자몽차처럼 산성이 강한 음료를 담으면 코팅 표면이 화학적으로 부식되면서 플라스틱 특유의 냄새나 맛이 나기도 한다. 산성 성분이 코팅 분자를 분해하기 때문인데, 장시간 방치할수록 손상이 심해진다.
탄산음료도 주의가 필요하다. 기포와 함께 들어 있는 인산 성분이 코팅을 미세하게 침식할 수 있고, 뜨거운 상태라면 더 빠르게 진행된다.
막걸리처럼 산성과 알코올이 함께 있는 발효주는 코팅에 이중 타격을 주는데, 알코올이 플라스틱 성분을 녹이는 성질이 있어 표면이 거칠어지거나 벗겨지기 쉽다.

기름기가 많은 뜨거운 국물도 문제다. 기름 성분이 코팅 안쪽 깊숙이 스며들면서 열과 함께 코팅막을 약하게 만들기 때문에 육수나 찌개를 종이컵에 담아 마시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한 번 사용한 종이컵을 헹궈서 다시 쓰는 경우도 있는데, 이미 손상된 코팅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추가로 방출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재사용은 권장하지 않는다.
안전하게 마시려면 텀블러를 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개인 텀블러나 머그컵을 사용하는 것이다.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열전도율이 낮아 뜨거운 커피를 담아도 안전하고, 유리컵은 화학 반응 걱정 없이 산성 음료까지 담을 수 있다. 최근에는 카페에서도 개인 컵 사용 시 할인 혜택을 주는 곳이 많아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다.
불가피하게 종이컵을 써야 한다면 몇 가지 원칙을 지키면 도움이 된다. 뜨거운 음료는 가능한 한 빨리 마시고, 종이컵에 오래 담아두지 않는다.
90도 이상 끓는 물이 필요한 차는 텀블러에 우려내는 것이 낫다. 코팅 재질도 확인할 필요가 있는데, 최근에는 생분해 가능한 PLA 코팅 제품도 나오고 있어 일반 폴리에틸렌 코팅보다 미세플라스틱 방출이 적은 편이다.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 종이컵 대신 매장 내 머그컵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포장이 필요하다면 차라리 플라스틱 컵을 선택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는데, 일부 연구에서는 순수 폴리에틸렌 컵보다 종이컵의 폴리에틸렌 코팅이 표면 거칠기 차이로 미세플라스틱을 더 적게 방출한다는 결과도 있지만, 애초에 고온 음료를 종이컵에 담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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