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실 타일 줄눈이나 실리콘, 샤워 커튼에 생기는 분홍빛 얼룩을 곰팡이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정체는 세균이다. Serratia marcescens와 Methylobacterium 같은 세균이 습한 표면에 정착해 번식하면서 분홍빛 색소를 만들어낸다.
특히 세라티아 마르세센스는 프로디기오신이라는 적색 색소를 분비하는데, 비누 거품과 각질 같은 유기물을 먹고 자라는 데다 세균 스스로 분비하는 다당류·단백질로 이루어진 생물막을 형성하기 때문에 물로만 닦아서는 제거되지 않는다.
건강한 성인에게 일상적인 접촉이 곧바로 감염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그러나 세라티아 마르세센스는 기회감염균으로, 면역이 약해진 상태에서는 호흡기·비뇨기·피부 상처·눈까지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영유아, 고령자, 만성질환자, 수술 후 회복 중인 사람이 있는 가정이라면 더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구연산으로 먼저, 락스는 나중에 쓴다

초기 얼룩에는 구연산이나 식초 희석액이 먼저다. 물 1L에 구연산 15-30g을 녹여 분홍 얼룩 부위에 뿌리고 키친타월로 덧댄 뒤 10-20분 방치하면 산성 성분이 알칼리성 물때와 비누 찌꺼기를 분해한다. 방치 후에는 솔이나 칫솔로 문지르고 물로 충분히 헹궈내면 된다.
얼룩이 오래됐거나 구연산으로 효과를 못 봤다면 락스를 쓸 수 있다. 물 1L에 락스 10-20mL를 희석해 키친타월에 적신 뒤 해당 부위에 붙여두고, 일정 시간 후 솔질하고 헹군다.

이때 반드시 찬물을 써야 한다. 고온에서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이 빠르게 분해되면서 염소가스 방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고무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환풍기를 켠 상태에서 사용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주의사항은 구연산과 락스를 절대 함께 쓰지 않는 것이다. 산성 물질과 염소계 표백제가 만나면 염소가스가 발생하는데, 눈·코·목 점막을 강하게 자극하고 고농도에서는 폐부종과 호흡곤란을 유발할 수 있다. 구연산으로 먼저 청소했다면 물로 충분히 헹구고 환기를 시킨 뒤, 완전히 다른 시간대에 락스를 사용해야 한다.
생물막은 솔질 없이는 사라지지 않는다

락스가 강력한 살균제인 건 맞지만, 생물막 내부까지 완전히 침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세균이 스스로 만든 보호막 구조가 세정제 흡수를 막기 때문이다.
세정제를 바른 뒤 물리적인 솔질을 반드시 병행해야 얼룩이 제대로 제거된다. 실리콘 줄눈이 세정 후에도 착색이 남아 있다면 교체를 고려하는 게 낫다. 내부까지 색소가 침투한 경우에는 세정으로 회복이 어렵기 때문이다.
샤워기 헤드 내부도 사각지대다. 물때와 함께 세균이 서식하기 쉬운 구조인데, 면역저하자가 있는 가정이라면 헤드를 분리해 구연산 희석액에 담가두고 헹구는 관리를 주기적으로 해주는 게 좋다.
습기 관리가 재발을 막는다

세균은 습한 환경이 유지되는 한 다시 번식한다. 샤워 후 환풍기를 30분 이상 가동하고, 스퀴지로 벽면 물기를 빠르게 제거하면 건조 시간이 단축되면서 세균 번식 조건 자체를 줄일 수 있다.
변기 물을 내릴 때 뚜껑을 닫는 습관도 중요한데, 플러싱 시 발생하는 에어로졸이 주변 1-2m까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칫솔은 변기에서 최대한 멀리, 통풍이 잘되는 곳에 세워 보관하는 게 원칙이다.
분홍 얼룩은 생기는 게 아니라 조건이 갖춰지면 반드시 생긴다. 세정제 선택보다 사용 순서와 환기 습관이 훨씬 중요한 이유다. 구연산 한 통이면 초기 관리는 충분하다. 재발을 막는 건 결국 샤워 후 1분, 환풍기 30분이라는 작은 루틴이다.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