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AI 세탁기가 오염으로 착각한다

새 청바지를 처음 빨 때 물이 파랗게 변하는 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색빠짐을 막으려고 소금을 넣어 세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방법은 생각보다 위험하다. 특히 AI 세탁기나 건조기를 쓴다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소금이 청바지 염료를 고정시킨다는 이야기는 염색 공정에서 나온 원리다. 전해질인 소금이 섬유와 염료 사이의 상호작용을 변화시켜 염료가 섬유 쪽으로 이동하도록 돕는 건 맞지만, 이미 완성된 청바지를 집에서 세탁하는 조건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게다가 AI 세탁기는 물의 탁도와 전도도로 오염도를 판단하는데, 소금이 녹으면 센서가 이를 오염으로 인식해 헹굼을 반복하거나 오작동할 수 있다. 건조기에 소금기가 남은 채 돌리면 가열판과 내부 부품이 부식되는 문제도 생긴다.
염료 고정 효과는 염색 공정에서만 유효하다

청바지가 물에 빠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새 청바지나 진한 색상 제품은 섬유에 완전히 고착되지 않은 잔류 염료가 많아서 초기 세탁 시 탈색과 이염이 쉽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염색 공장에서는 소금 같은 전해질을 넣어 염료가 섬유에 잘 달라붙도록 도와주는데, 이 과정은 고온·고압 환경에서 염료가 섬유 내부로 침투하는 단계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집에서 30-40도 미온수에 소금을 풀어 청바지를 20-30분 담가둔다고 해서 염료가 다시 섬유에 고정되는 건 아니다. 염료와 전해질의 상호작용 자체는 존재하지만, 일반 세탁 농도와 조건에서는 염료를 재부착시키는 효과가 미미하다.
오히려 세제와 소금을 함께 넣으면 계면활성제의 미셀 구조와 거품성이 변하면서 세척력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소금을 쓰려면 세탁 전 별도로 담가두거나 마지막 헹굼 단계에서만 써야 하는데, 이마저도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AI 세탁기 센서가 소금을 오염으로 인식한다

AI 세탁기는 물의 탁도와 전도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오염 정도를 판단한다. 세탁물에서 빠져나온 먼지나 때가 물을 탁하게 만들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 헹굼 횟수를 늘리는 방식인데, 문제는 소금이 물에 녹으면 전도도가 급격히 높아진다는 점이다.
센서는 이 변화를 오염 증가로 해석하면서 헹굼을 반복하거나, 심한 경우 세탁 시간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질 수 있다.
게다가 소금기가 완전히 빠지지 않은 채 건조기에 넣으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염화나트륨 수용액과 습기는 철이나 합금의 부식을 촉진하는데, 건조기 내부의 가열판과 금속 부품이 반복적으로 염분에 노출되면 녹이 슬거나 성능이 저하된다.
이 때문에 소금을 사용했다면 평소보다 헹굼을 1-2회 더 추가해서 염분을 완전히 제거해야 하지만, AI 세탁기는 이미 헹굼을 과도하게 반복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울·실크는 소금 때문에 수축된다

소금 세탁의 또 다른 문제는 섬유 종류에 따라 오히려 손상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울이나 실크 같은 단백질 섬유는 알칼리, 염분, 온도 변화에 매우 민감한데, 소금물에 담그면 섬유가 수축하거나 변형될 위험이 있다.
청바지는 면 소재라 비교적 안전하지만, 굵은 천일염을 쓰면 입자가 섬유 표면을 긁어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고운 정제염이나 꽃소금을 써야 한다.
퀴퀴한 냄새 제거 목적으로 소금을 쓰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근거가 약하다. 건조 과정에서 생기는 특유의 냄새는 모락셀라 오실렌시스라는 세균이 증식하면서 나는 것인데, 고농도 소금이 삼투압으로 일부 세균 증식을 억제할 가능성은 있지만 일반 세탁 농도에서 모락셀라균에 직접적인 살균·탈취 효과가 있다는 연구는 부족하다.
냄새 예방의 핵심은 소금이 아니라 충분한 건조와 적정 세탁량, 온도 관리다. 소금 대신 색상 보호 전용 세제나 컬러 케어 제품을 쓰는 게 훨씬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소금보다 단독 세탁과 충분한 헹굼이 답이다

청바지 색빠짐 방지의 핵심은 소금이 아니라 세탁 방법에 있다. 새 청바지는 첫 1-2회는 단독으로 빨거나 비슷한 색상끼리 모아 세탁하고, 미온수를 사용하며, 헹굼을 충분히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AI 세탁기를 쓴다면 제조사 매뉴얼에서 소금 같은 첨가제 사용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잘못 쓰면 기계만 망가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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