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라이터, 차 안에 두지 마세요”… 폭염 속 차량 화재 부르는 위험 물건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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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차량 내부 온도 상승과 그 원인
페트병·음료·전자기기의 폭발 위험 사례

차량
뜨거운 차량 내부 / 푸드레시피

장마가 물러간 자리에 어김없이 폭염이 찾아왔다. 한낮의 태양 아래 주차된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잠재적 위험을 품은 뜨거운 공간으로 변모한다.

많은 운전자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평범한 소지품들이 여름철 밀폐된 차량 안에서 화재나 폭발을 일으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는 자동차의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 효과(Greenhouse Effect) 때문이다. 자동차 유리를 통과한 짧은 파장의 태양 에너지는 차량 내부의 시트나 대시보드에 흡수된 뒤,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긴 파장의 열에너지로 바뀌어 갇히게 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차량 내부 온도는 외부 기온을 훨씬 뛰어넘어 치솟는다.

실제로 행정안전부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공동 실험 결과에 따르면, 외부 기온이 35℃인 날 한낮에 차량을 주차했을 때 불과 한 시간 만에 내부 온도는 70℃를 넘어섰고, 대시보드 온도는 최고 92℃까지 기록됐다.

이처럼 오븐과 같이 달궈진 환경에서는 우리가 무심코 차 안에 두고 내린 물건들이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투명한 덫’, 빛을 모아 불씨를 만드는 물건들

페트병
뜨거운 차량에 있는 페트병 / 푸드레시피

여름철 차량 화재의 의외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것은 바로 투명한 생수병이다. 마시다 남은 물이 담긴 페트병은 그 곡면이 볼록 렌즈와 같은 역할을 하여 햇빛을 한 점으로 모은다.

이 ‘볼록 렌즈 효과’는 돋보기로 종이를 태우는 원리와 정확히 일치한다. 강력한 직사광선이 페트병을 통과해 한 점에 집중되면, 초점 부위의 온도는 순식간에 발화점 이상으로 올라간다.

만약 이 초점이 어두운 색의 대시보드나 가죽 시트, 혹은 차량 내부에 놓인 영수증 같은 종이 위에 맺히게 되면 연기가 피어오르다 이내 화재로 번질 수 있다. 이는 비단 생수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시보드 위에 장식용으로 올려둔 크리스털 장식품이나 유리 재질의 방향제 등 투명하고 둥근 형태를 가진 모든 물건이 잠재적인 화재 유발 요인이 될 수 있다. 사소한 장식품 하나가 강력한 집광 장치로 돌변하여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압력을 견디지 못하는 위험한 ‘폭탄’, 가스와 액체

콜라
식탁에 놓인 캔 콜라 / 푸드레시피

빛을 모으는 물체만큼이나 위험한 것은 열을 받아 팽창하는 물질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탄산음료나 주류 등 밀봉된 캔과 병이다.

음료에 녹아있는 이산화탄소는 온도가 상승하면 기체로 변하며 빠져나오려는 성질이 있는데, 이로 인해 밀폐된 용기 내부의 압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결국 캔이나 병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터지면서 내장재를 오염시키는 것은 물론, 유리병의 경우 파편이 튀어 2차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같은 원리로 알코올 성분이 다량 함유된 향수나 손 소독제 역시 위험하다. 휘발성이 강한 알코올은 약간의 온도 상승에도 쉽게 기화하여 부피가 팽창하므로, 폭발하며 유독성 화학 물질을 차량 내부에 퍼뜨릴 수 있다.

스프레이
스프레이형 가스 / 푸드레시피

그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인 화재 원인이 되는 것은 일회용 라이터나 부탄가스가 담긴 스프레이형 제품이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라이터 내부의 액화가스가 50℃ 이상의 환경에 노출될 경우 급격히 팽창해 폭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여름철 대시보드 온도가 90℃ 이상 치솟는 점을 고려하면, 컵홀더나 대시보드에 무심코 던져 둔 라이터는 사실상 작은 폭탄과 다름없는 셈이다. 이는 비단 라이터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조배터리, 스마트폰, 전자담배 등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모든 전자기기 역시 고온에 매우 취약하다. 열에 노출된 배터리는 내부 분리막이 손상되면서 부풀어 오르거나, 최악의 경우 ‘열폭주 현상’을 일으켜 폭발과 함께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 차량 내부 온도 낮추기

햇빛가리개
차 창문에 부착된 햇빛가리개 / 푸드레시피

이 모든 위험을 예방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차량 내부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습관은 되도록 실내 주차장이나 그늘진 곳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것이 여의치 않다면 햇빛 가리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교통안전공단이 실시한 실험에 따르면, 앞 유리에 햇빛 가리개를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대시보드의 온도를 약 40℃가량 낮출 수 있으며, 차량 실내 전체의 평균 온도 역시 15℃ 이상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

앞 유리뿐만 아니라 직사광선이 들어오는 모든 창문을 가려주면 효과는 더욱 커진다. 또한, 주차 시 창문을 1~2cm가량 살짝 열어두어 내부의 뜨거운 공기가 외부와 순환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이 경우 차량 도난의 위험이 있으므로 주변 환경을 잘 고려하여 안전이 확보될 때만 실행해야 한다.

습관이 안전을 만든다

라이터
차안에 있는 라이터 / 푸드레시피

여름철 자동차는 더 이상 안전한 짐 보관 공간이 아니다. 잠깐의 방심이 돌이킬 수 없는 화재나 폭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이 필요하다.

빛을 모으는 투명한 물체, 열을 받아 팽창하는 가스와 액체, 그리고 고온에 취약한 전자기기는 여름철 차량에 절대 방치해서는 안 될 ‘위험물 3종 세트’임을 기억해야 한다.

차에서 내리기 전, 단 5초만이라도 실내에 위험한 물건이 남아있지 않은지 둘러보는 작은 습관이 당신의 소중한 재산과 안전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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