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00km로 질주하는 온혈 어류,
대양 횡단 여정부터 ‘오도로’의 과학까지

최근 우리 동해안에 과거와 달리 거대한 참다랑어의 출현이 잦아지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뜻밖의 현상은 우리에게 ‘바다의 제왕’이라 불리는 이 경이로운 생명체를 깊이 들여다볼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
참다랑어는 단순히 값비싼 생선이 아닌, 바다의 한계를 극복하도록 진화한 자연의 걸작이다. 참다랑어의 가장 큰 비밀은 일반 어류와 근본적으로 다른 혈액 시스템에 있다.
바로 변온동물인 어류 중에서 드물게 체온을 일정 부분 유지할 수 있는 ‘온혈(溫血) 어류’라는 점이다.

참다랑어는 ‘괴망(Rete mirabile)’이라 불리는 특수한 미세혈관 그물 구조를 통해, 활동적인 근육에서 발생하는 열이 아가미를 통해 바닷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붙잡아 둔다.
이 덕분에 참다랑어는 주변 수온보다 5~10℃가량 높은 체온을 유지할 수 있으며, 이는 차가운 심해에서도 근육을 빠르고 강력하게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시속 100km에 육박하는 폭발적인 속도로 먹이를 추격할 수 있는 능력은 바로 이 ‘따뜻한 피’에서 나온다.
생물학적 경이, 바다의 슈퍼카

참다랑어의 외형은 빠른 속도를 위해 완벽하게 설계되었다.
거대한 몸은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유선형이며, 등은 짙은 청색, 배는 은백색을 띠어 위에서는 어두운 심해와, 아래에서는 밝은 수면과 자신을 구분하기 어렵게 만드는 완벽한 보호색을 갖추고 있다.
성체가 되면 몸길이 3m, 무게 400kg을 훌쩍 넘기는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지만, 그 움직임은 놀랍도록 날렵하다.
유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등지느러미를 몸의 홈에 수납할 수 있으며, 몸 곳곳에 돋아난 작은 지느러미들은 고속 주행 시 발생하는 와류를 제어하여 안정성을 높인다. 말 그대로 참다랑어는 대양을 누비기 위해 태어난 ‘바다의 슈퍼카’와 같다.
태평양을 횡단하는 위대한 여정

참다랑어의 삶은 탄생과 함께 장대한 여정의 시작을 의미한다.
주로 일본 남부나 필리핀 인근의 따뜻한 바다에서 산란기를 보내는데, 이곳에서 태어난 어린 참다랑어 중 일부는 생존을 위한 본능에 이끌려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수천 킬로미터의 대장정에 나선다.
이들은 캘리포니아나 멕시코 연안의 풍요로운 먹이터에 도착해 몇 년간 머물며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성체가 되어 번식할 때가 되면, 놀라운 귀소본능으로 자신이 태어난 서태평양의 산란장을 향해 다시 한번 거대한 바다를 건넌다.
인공적인 항법 장치 하나 없이 망망대해를 정확하게 오가는 이들의 여정은 아직도 많은 부분이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자연의 위대한 경이로움 그 자체다.
최상위 포식자에서 최고의 진미(珍味)로

대양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군림하는 참다랑어는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에게는 최고의 식재료로 여겨진다. 참다랑어의 가치는 부위에 따라 명확하게 나뉘는데, 이는 근육의 특성과 지방의 분포도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부위는 붉은 속살인 ‘아카미(赤身)’다. 지방이 적고 담백하며, 참치 본연의 산미와 감칠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부위다.
허리살이나 뱃살 부위에서 나오는 ‘주도로(中トロ)’는 아카미의 붉은 살과 지방이 적절히 섞여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맛의 균형이 일품이다.

그리고 미식가들이 최고로 꼽는 ‘오도로(大トロ)’는 지방 함량이 가장 높은 뱃살 부위로, 입에 넣는 순간 눈처럼 녹아내리는 식감과 폭발적인 고소함이 특징이다.
이 아름다운 선홍빛 살에 촘촘히 박힌 하얀 지방층은 마치 최고급 육류의 마블링을 연상시킨다. 이처럼 부위별로 뚜렷한 개성을 지닌 참다랑어는 바다에서 식탁에 오르기까지 까다로운 관리를 필요로 한다.
앞서 언급한 ‘야케’ 현상을 막기 위해 어획 직후 신속하게 피를 빼고 급랭하는 과정은 최고급 진미를 위한 필수적인 의식과도 같다.
동해에 모습을 드러낸 참다랑어는 우리에게 단순한 수산 자원 이상의 의미를 던진다. 그것은 극한의 환경에 적응한 생명의 경이로움이자, 대양을 누비는 자유로운 영혼이며, 우리 바다가 변화하고 있음을 알리는 살아있는 증거다.
이 바다의 제왕을 마주하는 우리는 감탄과 함께 자연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의 필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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