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보다 더 귀한 건 줄기”… 으름덩굴, 동의보감 속 신장 약재 ‘목통’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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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베어내던 담장 위 덩굴, 알고 보면 ‘동의보감’ 속 귀한 약재

으름덩굴열매
으름덩굴열매 / 국립생물자원관

여름의 막바지, 무더위 속에서도 지칠 줄 모르고 담장과 울타리를 뒤덮는 으름덩굴은 우리에게 친숙한 풍경이다. 가을이면 바나나처럼 생긴 독특한 열매를 맺는 이 식물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상용 덩굴이나 과일나무 정도로만 기억한다.

하지만 으름덩굴의 진정한 가치는 달콤한 열매가 아닌, 무심코 잘라내던 줄기와 잎에 숨겨져 있다.

예로부터 한의학에서는 으름덩굴의 줄기를 ‘목통(木通)’이라 부르며 귀한 약재로 사용해왔다.

조선 시대의 의서《동의보감에는 목통에 대해 “심장의 열을 내려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없애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여 몸의 부기를 뺀다”고 기록되어 있을 만큼 그 효능을 높이 평가했다.

으름덩굴잎
으름덩굴잎 / 국립생물자원관

이처럼 몸의 막힌 기운을 뚫어주고 수분 대사를 원활하게 하는 효능 덕분에 전통적으로 신장과 방광의 건강을 다스리는 데 널리 쓰였다.

오늘날 국산 자연산 목통은 채취와 가공의 어려움 때문에 1kg에 수만 원을 호가할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 줄기의 겉껍질을 벗겨내고 속을 햇볕에 잘 말려야 비로소 약재로 완성되는데, 이 과정에 많은 정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줄기뿐만 아니라 잎 역시 예부터 여름철 더위를 식히고 기운을 보충하는 차(茶)의 재료로 활용되어 왔다.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으름덩굴에 풍부한 사포닌(Saponin)과 플라보노이드(Flavonoid) 성분이 이러한 효능의 근원이다.

으름덩굴잎
으름덩굴잎 / 국립생물자원관

이 화합물들은 체내 염증 반응을 완화하고, 강력한 이뇨 작용을 통해 노폐물과 불필요한 열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으름 잎차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깨끗하게 씻은 잎을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바짝 말린 뒤, 5~6장을 80도 정도의 따뜻한 물에 넣고 3~4분간 우리면 된다.

쓴맛이나 강한 향이 없어 마시기에 부담이 없지만, 이뇨 작용이 강하므로 하루 한 잔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반드시 구분해야 할 ‘천목통’과 ‘관목통’

으름덩굴 줄기
으름덩굴 줄기 / 국립생물자원관

으름덩굴을 약용으로 활용할 때 가장 중요하게 명심해야 할 점은 바로 안전성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으름덩굴의 줄기는 ‘천목통(川木通)’이라고 한다.

하지만 과거에는 이름이 비슷해 ‘관목통(關木通)’이라는 다른 식물의 줄기가 목통으로 함께 유통되기도 했다.

이 관목통은 신부전과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아리스톨로크산(Aristolochic acid)이라는 치명적인 독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현재 국내에서는 약재로의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다.

따라서 야생에서 직접 채취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곳에서 구매할 때는 반드시 식물 전문가의 확인을 거쳐 으름덩굴(천목통)이 맞는지 확인해야만 한다.

으름덩굴잎 차
으름덩굴 차 / 푸드레시피

가장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방법은 직접 마당이나 화분에 으름덩굴을 키우는 것이다. 한번 뿌리를 내리면 특별한 관리 없이도 매년 무성하게 자라나 필요한 만큼의 잎과 줄기를 안전하게 얻을 수 있다.

흔히 보아왔던 으름덩굴은 단순한 덩굴식물 그 이상이다. 가을의 열매는 잠시의 달콤함을 주지만, 여름 내내 뻗어 나가는 줄기와 잎에는 우리 조상의 지혜와 자연의 치유력이 담겨있다.

이 흔한 식물의 숨겨진 가치를 제대로 알고, 올바른 지식과 주의를 기울여 활용한다면 우리 곁의 가장 훌륭한 여름철 건강 지킴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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