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김치 담글 때 육수 끓이지 마세요…’이 가루’ 한 숟갈이면 감칠맛 7배입니다

by 김혜은 기자

댓글 0개

입력

파김치, 멸치가루로 감칠맛 강화
멸치가루 신선도, 맛 좌우하는 핵심

파김치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파김치는 파와 양념만으로 만드는 단순한 김치지만, 깊은 감칠맛을 내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다시마나 멸치로 육수를 내는 배추김치와 달리 파김치는 재료 특성상 감칠맛 성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파 1단(1~2kg)에 멸치가루 1~2큰술만 넣으면 육수를 따로 끓이지 않아도 감칠맛이 7배 이상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마에 풍부한 글루탐산과 멸치에 많은 이노신산이 1:1 비율로 만나면 감칠맛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핵심은 두 성분을 양념 단계에서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있다.

글루탐산·이노신산 1:1 비율, 감칠맛 7배 증강

파김치 멸치가루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무 100g에는 비타민C 22mg과 디아스타아제라는 소화효소가 함유돼 있으며, 겨울철 면역력 강화와 소화 촉진에 도움을 주는 셈이다. 특히 생무로 먹으면 효소 활성도가 높아 더부룩할 때 효과적이다.

다시마에 들어있는 글루탐산은 MSG 성분과 동일하며, 멸치에 풍부한 이노신산은 고기나 생선에서 주로 발견되는 감칠맛 물질이다.

이 두 성분이 1:1 비율로 결합하면 감칠맛이 7~8배 강해지는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는데, 이는 한국 전통 육수가 다시마와 멸치를 함께 끓이는 과학적 근거이기도 하다. 실제로 글루탐산만 있을 때보다 이노신산 10%만 추가해도 감칠맛은 5배 이상 강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파김치에 멸치가루를 넣으면 별도로 육수를 내지 않아도 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파 자체에는 감칠맛 성분이 거의 없지만, 멸치가루 1~2큰술이면 파 1단 분량에 충분한 이노신산을 공급하는 셈이다. 게다가 멸치가루는 젓갈의 단백질 분해 효소와 결합해 발효 과정에서 아미노산 생성을 돕기도 한다.

찹쌀풀·고춧가루·멸치가루 삼중 작용으로 유산균 촉진

파김치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파김치의 발효는 찹쌀풀, 고춧가루, 멸치가루가 함께 작용하면서 진행된다. 찹쌀풀은 유산균의 먹이가 되는 당분을 제공하고, 고춧가루는 바실러스 서브틸리스 같은 특정 미생물을 10배 이상 증식시키며, 멸치가루는 질소 성분으로 발효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초기 발효 단계에서는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 같은 유산균이 활동하며 신맛과 풍미를 만들어낸다. 이후 냉장 숙성 단계로 넘어가면 락토바실러스 사케이 같은 유산균이 우세해지면서 깊은 맛이 더해지는 편이다.

이 과정에서 염도는 2.5% 수준을 유지하는 게 좋은데, 이는 유산균 활동과 감각적 선호도를 모두 고려한 최적값이다.

멸치가루는 양념에 고루 섞어야 효과가 극대화된다. 한쪽에 뭉쳐있으면 감칠맛이 고르게 분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찹쌀풀이 식은 뒤 고춧가루, 멸치가루, 젓갈을 함께 넣고 섞으면 멸치가루가 양념 전체에 균일하게 퍼지는 셈이다.

신선도 확인법과 0~4℃ 냉장 보관 원칙

멸치가루
멸치가루 / 게티이미지뱅크

멸치가루는 신선도가 맛을 좌우한다. 연한 갈색을 띠고 입자가 고우며 비린내가 약한 제품이 좋다. 반면 갈색이나 검은색에 가깝고 굵은 입자에서 산패 냄새가 나면 피하는 게 좋다.

멸치가루는 개봉 후 공기에 노출되면 산패가 빠르게 진행되므로 밀폐 용기에 냉장 또는 냉동 보관하며 2주 이내 사용하는 게 안전하다.

쪽파는 잎이 파릇하고 뿌리가 단단하며 향이 풍부한 것을 고른다. 시들거나 뿌리가 물러진 파는 발효 과정에서 물러지기 쉽다. 파를 깨끗이 씻고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 뒤 양념을 입히면 발효가 고르게 진행되는 편이다.

완성된 파김치는 0~4℃ 냉장고에서 밀폐 용기에 보관하며, 권장 섭취 기간은 2~3주다. 최대 1~2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신맛이 강해지고 식감이 떨어진다.

냉동 보관은 권장하지 않는데, 해동 시 파의 수분이 빠져나가 아삭한 식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편 냉장고 문 쪽은 온도 변화가 크므로 안쪽 선반에 보관하는 게 좋다.

생선·갑각류 알레르기 확인 필수

멸치가루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멸치가루는 생선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으며,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교차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이는 멸치와 갑각류의 단백질 구조 중 트로포마이오신이라는 성분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새우젓이나 멸치액젓을 사용할 때도 같은 주의가 필요하다.

파김치는 염도 2.5%로 고염 식품에 속하므로, 심혈관 질환이나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섭취량을 조절하는 게 좋다. 실온에서 1~2일간 초기 발효를 진행한 뒤 냉장고에서 3~5일 이상 숙성하면 감칠맛이 충분히 발달하지만, 이 과정에서 염도가 낮아지지는 않는다.

파김치는 멸치가루를 활용하면 육수 없이도 깊은 감칠맛을 낼 수 있는 발효식품이다. 글루탐산과 이노신산의 시너지 효과를 이해하고 찹쌀풀, 고춧가루와 함께 적절히 배합하면 전통 조리법의 과학적 원리를 실생활에서 활용하는 셈이다.

다만 멸치가루는 산패가 빠르므로 개봉 후 냉장 보관하며 빠르게 소비하는 게 좋다. 생선이나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다면 멸치가루와 젓갈 사용 전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며, 고염 식품이므로 섭취량 조절도 중요하다.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