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도 떡도 아니다…일본 수험생들이 ‘합격 부적’처럼 먹는 뜻밖의 음식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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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음·색·재료로 염원 담은 합격 상징

찹쌀떡
찹쌀떡 / 게티이미지뱅크

오는 11월 13일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다. 한국을 비롯해 교육열이 높은 아시아 전역의 수험생과 가족들은 이 중대한 시험을 앞두고 합격을 기원하는 특별한 음식을 나누며 간절한 마음을 전한다. 나라마다 문화는 다르지만, 시험을 앞둔 절실함은 하나의 공통된 풍경을 만들어낸다.

발음의 상징성 ‘카츠’와 ‘쭝쯔’

돈가스
돈가스 / 게티이미지뱅크

합격 기원 음식 문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형태는 언어적 유사성을 활용한 ‘행운의 펀(Pun)’이다. 일본이 대표적이다. 일본에서는 수험생들이 ‘돈가스(돈카츠)’를 즐겨 먹는다.

돈가스의 ‘카츠(カツ)’가 ‘이긴다’는 뜻의 일본어 ‘카츠(勝つ)’와 발음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는 시험이라는 경쟁에서 반드시 승리하라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언어유희는 상업적으로도 크게 성공했다. 영국 초콜릿 과자 ‘킷캣(KitKat)’은 일본에서 ‘킷토카츠(きっと勝つ)’, 즉 ‘반드시 이긴다’는 말과 발음이 유사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제조사인 네슬레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이를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활용, 수험생을 위한 특별 패키지를 출시하거나 우체국과 협력해 킷캣을 응원 메시지 카드처럼 보낼 수 있게 하는 등 ‘합격 부적’으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

쭝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중국 역시 발음을 통한 기원이 존재한다. 매년 6월 치러지는 대학입학시험 ‘가오카오(高考)’ 시즌이 되면 수험생들은 ‘쭝쯔(粽子)’를 먹는다.

쭝쯔는 찹쌀에 고기나 견과류 등을 넣고 댓잎에 싸서 찐 단오절 전통 음식이지만, ‘쭝(粽)’의 발음이 ‘적중하다’ 혹은 ‘가운데’를 뜻하는 ‘중(中)’과 같기 때문이다. 이는 수험생이 시험 문제를 정확히 맞히고(적중) 목표에 명중하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있다.

재료의 물성 ‘붙다’와 ‘붉은색’

쏘이 걱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언어 유희와 달리, 재료가 가진 물리적 특성이나 색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의 ‘엿’과 ‘찹쌀떡’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이 음식들은 끈적하고 찰기가 도는 고유의 물성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 ‘시험에 한 번에 붙다’라는 합격의 의미를 연관 지은 것이다.

이 풍습은 역사가 깊다. 조선왕조실록 영조실록 기록에도 과거시험장에서 엿을 파는 엿장수들이 등장한 내용이 전해진다.

이는 엿과 떡이 단순한 간식을 넘어 합격을 상징하는 문화적 아이템으로 최소 조선 시대부터 이어져 왔음을 시사한다. 오늘날에도 견과류나 초콜릿이 들어간 다양한 프리미엄 떡과 엿이 등장하며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베트남에서도 독특한 합격 기원 음식이 있다. 매년 6~7월 열리는 고교 졸업 시험 시기에 수험생 가족들은 ‘걱(Gấc)’이라는 붉은색 열매로 지은 찹쌀밥 ‘쏘이 걱(Xôi Gấc)’을 준비한다.

베트남 문화에서 붉은색은 예로부터 행운, 부, 번영을 상징한다. 찹쌀밥의 붉고 선명한 색상을 통해 자녀의 성공적인 합격과 밝은 미래를 기원하는 풍습이다.

합격 기원 문화의 현대적 진화

엿
엿 / 게티이미지뱅크

이러한 전통적인 합격 기원 문화는 2025년 현대 사회에 이르러 기업의 복지 문화로도 확장되고 있다. 국내 주요 그룹들은 수능을 앞두고 임직원 자녀들에게 특별한 격려 선물을 전달하며 응원 릴레이에 동참했다. 이는 수험생 가족인 임직원의 사기를 높이고, 중요한 가족 행사를 회사가 함께 챙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시아 각국의 수능 격려 음식은 한국의 찹쌀떡, 일본의 돈가스, 중국의 쭝쯔, 베트남의 걱 찹쌀밥 등 형태와 이유는 각기 다르다.

하지만 음식을 매개로 수험생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과 응원의 문화는 국경을 넘어 동일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문화가 개인의 염원을 넘어 기업의 격려 문화로까지 확장되며 2025년 수능 시즌을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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