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라거스에 풍부한 아스파라긴산, 숙취와 피로 해소에 좋은 이유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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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파라긴산과 글루타치온, 해독과 항산화의 핵심 성분

아스파라거스
도마위에 놓인 아스파라거스 / 푸드레시피

여름밤,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잘 구워진 스테이크가 접시에 오른다. 사람들의 시선은 두툼한 고기에 쏠리지만, 그 옆에는 늘 푸른 창처럼 생긴 채소가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바로 아스파라거스다. 많은 경우 고기 맛을 돋우는 단순한 가니시(garnish)로 여겨져 남겨지기 일쑤지만, 이는 아스파라거스가 품고 있는 유구한 역사와 놀라운 영양 가치를 간과하는 것이다.

사실 이 채소는 단순한 곁들임이 아닌, 그 자체로 주인공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귀하게 여겨졌으며, 우리에게 익숙한 숙취 해소 성분의 이름이 바로 이 채소에서 유래했을 만큼 영양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왕의 식탁을 지배한 ‘귀족 채소’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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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른 아스파라거스 / 푸드레시피

아스파라거스의 역사는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이집트와 로마 제국에서 이미 그 독특한 풍미와 영양을 인정받아 왕과 귀족들만 즐길 수 있는 고급 식재료로 통했다.

‘태양왕’으로 불리는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아스파라거스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는 유명한 일화다.

그는 추운 겨울에도 아스파라거스를 맛보기 위해 자신의 정원사였던 장바티스트 드 라 퀸티니에게 명하여 유럽 최초의 채소 온실을 짓게 했을 정도다. 이처럼 오랜 세월 왕과 귀족의 식탁을 독점하며 ‘왕의 채소’라는 별칭을 얻었다.

숙취 해소의 원조, 아스파라긴산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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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자라는 아스파라거스 / 푸드레시피

우리가 해장을 위해 콩나물국을 찾을 때 흔히 언급하는 성분은 ‘아스파라긴산(Asparagine)’이다.

그런데 이 성분은 1806년 프랑스 화학자들이 아스파라거스 즙에서 처음 발견하여 그 이름을 붙인, 말 그대로 아스파라거스가 원조인 물질이다.

아스파라긴산은 간에서 알코올과 그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독성물질(아세트알데히드)을 분해하고 배출시키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어 간의 부담을 덜고 숙취를 완화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여기에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성분은 바로 ‘글루타치온(Glutathione)’이다. 체내에서 생성되는 강력한 항산화 물질로, ‘마스터 항산화제’라고도 불린다.

세포를 공격하는 활성산소를 중화시키고 DNA 손상을 방지하며, 다른 항산화 영양소의 기능을 돕는다. 나이가 들수록 체내 생성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식품을 통한 보충이 중요하다.

세포 성장부터 면역력까지, 숨은 영양의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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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와 기름에 볶은 아스파라거스 / 푸드레시피

아스파라거스는 특정 성분 외에도 다채로운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특히 풍부한 ‘엽산(Folate)’은 비타민 B9의 일종으로, 새로운 세포와 혈액을 형성하는 데 필수적이라 임산부에게 적극 권장되는 영양소다.

미국 농무부(USDA) 데이터에 따르면, 아스파라거스 100g에는 약 52µg의 엽산이 들어있다.

채소 중에서는 단백질 함량이 높은 편이며, 인삼이나 도라지 등에 많은 것으로 알려진 사포닌(Saponin) 성분도 함유하여 면역력 증진과 피로 해소에 기여한다.

특히 독일에서 즐겨 먹는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는 재배 과정에서 흙을 덮어 햇빛을 차단하는데, 이 때문에 엽록소가 생성되지 않아 흰색을 띤다. 이 과정에서 쌉싸름한 맛을 내는 사포닌 성분이 더욱 응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양과 풍미를 지키는 조리 및 보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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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에 볶는 아스파라거스 / 푸드레시피

아스파라거스는 엽산과 같은 수용성 비타민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물에 오래 삶는 것보다 굽거나 찌거나, 혹은 기름에 살짝 볶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특히 올리브오일을 두른 팬에 마늘과 함께 빠르게 구워내면 풍미가 극대화되고 지용성 영양소의 흡수율도 높아진다. 조리 전에는 밑동의 질긴 부분을 손으로 쥐고 구부려 ‘똑’하고 자연스럽게 부러지는 지점을 잘라내면 연한 부분만 즐길 수 있다.

신선하게 보관하려면 수분 증발을 막는 것이 관건이다. 젖은 키친타월로 밑동을 감싼 뒤 컵이나 병에 세워 냉장 보관하면 수확했을 때처럼 신선함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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