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약이 되지만, 생으로 먹으면 독이 될 수 있는 ‘이 식재료’의 두 얼굴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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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취나물 vs 가을 취나물, 맛과 향의 미묘한 차이와 활용법

취나물
취나물 / 게티이미지뱅크

독특한 향과 쌉쌀한 맛으로 가을 밥상을 풍성하게 하는 취나물은 대표적인 건강 식재료로 꼽힌다. 하지만 특정 조건에서는 건강을 위협하는 신장 결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취나물의 효능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식재료의 양면성을 이해하고, 그 안에 숨은 위험 요소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제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취나물의 숨은 위험, 신장 결석 유발자 ‘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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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나물 / 게티이미지뱅크

취나물에 함유된 ‘수산(Oxalic acid)’은 식물성 독소의 일종으로, 체내에서 칼슘과 결합하는 강력한 성질을 지닌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수산칼슘(Calcium oxalate)’은 물에 거의 녹지 않는 날카로운 형태의 결정체다.

이 결정들이 소변을 통해 배출되지 못하고 신장에 축적되면,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신장 결석이나 방광 결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신장 기능이 약하거나 과거 결석 병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취나물을 생으로 섭취하는 것이 매우 위험할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잠재적 위험 요소를 인지하고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장치, 끓는 물에 데쳐 수산 제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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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나물 / 게티이미지뱅크

다행히 수산은 열에 약하고 물에 쉽게 녹아 나오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취나물을 조리하기 전 끓는 소금물에 30초에서 1분가량 살짝 데치는 과정만 거치면 대부분의 수산을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다.

데친 후에는 찬물에 헹궈 남아있는 수산 성분을 씻어내고 물기를 꼭 짜서 사용하면 된다. 이 간단한 과정은 취나물의 쓴맛과 풋내를 줄여 맛을 부드럽게 만들 뿐만 아니라, 결석의 위험 없이 취나물이 가진 풍부한 영양소만을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도록 하는 필수적인 안전장치다.

어린잎은 수산 함량이 적어 쌈 채소로 소량 섭취하기도 하지만, 안전을 위해 데쳐 먹는 것이 가장 권장된다.

위험 제거 후 누리는 가을의 영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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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나물 / 게티이미지뱅크

안전하게 손질한 취나물은 중장년층 건강에 특히 유익한 영양의 보고다. 100g당 약 469mg에 달하는 풍부한 칼륨은 체내 나트륨 배출을 촉진하여 혈압을 조절하고 혈관 건강을 지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뼈 건강에 필수적인 칼슘과, 이 칼슘이 뼈에 잘 흡수되도록 돕는 비타민 K가 풍부하여 골다공증 예방에 시너지 효과를 낸다.

예로부터 동의보감에서는 취나물을 ‘간 기능 강화와 혈액순환 개선에 좋다’고 기록하며 그 효능을 인정해왔다.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운동을 활성화하여 변비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가을 취나물을 가장 맛있게 즐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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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나물 반찬 / 게티이미지뱅크

취나물은 계절에 따라 맛과 식감이 미묘하게 달라진다. 향이 짙고 잎이 연한 봄 취나물과 달리, 가을 취나물은 잎이 다소 억세고 두꺼워지며 향이 은은해지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가을 취나물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우러나와 볶음이나 국, 묵나물(말린 나물)로 활용하기에 최적이다. 데친 취나물을 물기를 제거한 뒤 국간장, 다진 마늘, 참기름(또는 들기름), 깨소금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내면 가을의 정취를 담은 향긋한 반찬이 완성된다.

된장국에 넣으면 구수한 풍미를 더하며, 장아찌로 담가두면 오랫동안 특별한 별미로 즐길 수 있다. 장기 보관을 원할 경우, 데친 후 물기를 짜고 한 번 먹을 양만큼 소분하여 냉동 보관하면 된다.

가을 취나물은 풍부한 영양을 담고 있는 자연의 선물이지만, 그 이면에는 ‘수산’이라는 잠재적 위험도 존재한다.

끓는 물에 데치는 간단한 과정은 이러한 위험을 제거하고 오롯이 취나물의 건강 효능만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지혜다. 식재료의 특성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활용할 때, 우리 밥상은 더 건강하고 안전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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