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DHA 풍부한 보양 어종
가을 붕장어, 맛과 영양의 절정

붕장어는 뱀장어목 붕장어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한국에서는 흔히 ‘아나고’라는 일본명으로도 불린다.
비늘이 없는 매끄러운 몸과 야행성이 특징인 이 어종은 특히 가을철에 그 맛과 영양이 절정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온 변화가 커지는 환절기에 기력을 보충하려는 이들에게 붕장어는 인기 있는 보양 식재료로 주목받는다.
가을에 영양이 정점에 이르는 이유

붕장어가 가을철 보양식으로 꼽히는 데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 붕장어는 여름철(약 6~8월) 깊은 바다로 이동해 산란기를 거친다.
산란 후 기력이 쇠한 붕장어는 가을이 되면 잃어버린 에너지를 보충하고 겨울을 나기 위해 왕성한 먹이 활동을 시작한다. 이 시기 붕장어는 지방과 영양분을 다시 축적해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기름기가 돌며 고소한 맛이 극대화된다.
영양학적으로도 붕장어는 뛰어난 식재료다. 100g당 단백질 함량이 20g 이상으로 높고 지방은 적은 편이다. 특히 풍부한 불포화지방산인 DHA와 EPA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고 혈관 건강을 유지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비타민 A(레티놀)와 비타민 E(토코페롤) 함량도 높아 눈 건강과 피로 해소, 피부 노화 방지에도 도움을 준다.
붕장어의 껍질 부분에는 콜라겐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피부 탄력 유지와 노화 방지를 기대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도 붕장어를 기력을 돋우고 허한 것을 보하는 식재료로 언급한다. 뼈에는 칼슘과 인도 풍부해 뼈째 먹거나 탕으로 끓일 경우 성장기 어린이나 골밀도가 낮아지는 노년층의 뼈 건강에도 유익하다.
붕장어·갯장어·민물장어, 명확한 차이

소비자들이 흔히 혼동하는 장어 3종은 생태와 맛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붕장어는 남해와 서해의 갯벌이나 암초 지대에 서식하며, 몸 측면에 흰색 점(측선 감각공)이 나란히 박혀 있어 구별이 쉽다. 육질이 비교적 단단하고 담백해 회(붕장어 회)나 구이로 즐겨 먹는다.
반면 여름이 제철인 갯장어(하모)는 붕장어보다 주둥이가 길고 이빨이 매우 날카롭다. 잔가시가 많아 회로 먹을 경우 고도의 손질 기술이 필요하며, 주로 샤부샤부(유비키) 형태로 소비된다.
민물장어(뱀장어, 우나기)는 이름처럼 강이나 하천 등 민물에서 서식하다 바다에서 산란한다. 붕장어보다 지방 함량이 월등히 높아 육질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강해 양념구이(카바야키)로 인기가 높다.
유럽은 기피 대상, 한국은 인기 보양식

동일한 붕장어를 두고 한국과 유럽의 인식은 극명하게 갈린다. 붕장어는 대서양과 지중해 연안에서도 흔하게 잡히지만,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식재료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외형에 대한 거부감이다. 비늘 없이 미끈거리는 피부와 뱀을 연상시키는 긴 형태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악마의 물고기’라는 부정적인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식감과 조리법의 차이도 존재한다. 유럽인들은 상대적으로 지방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민물장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붕장어는 지방이 적고 살이 단단해 구웠을 때 다소 질기다고 느낄 수 있다.
유럽의 전통적인 생선 조리법이 주로 소금에 절이거나 훈제하는 방식에 머무른 점도 영향을 미쳤다. 네덜란드나 덴마크 등지에서는 붕장어를 훈제로 가공하기도 하지만 대중적인 식재료는 아니다.
반면 한국에서 붕장어 요리가 발달한 것은 서해와 남해의 독특한 해양 환경 덕분이다. 갯벌이 발달한 연안은 붕장어의 주요 서식지이며, 이곳에서 자란 개체는 근육질이 단단하고 지방이 고루 분포한다. 특히 부산 기장이나 통영, 여수 등은 해류가 교차해 영양분이 풍부한 황금 어장으로 꼽힌다.
한국의 어획 방식과 조리 문화도 붕장어의 맛을 끌어올렸다. 기장 어민들이 사용하는 ‘주낙’ 어업은 긴 줄에 수백 개의 낚싯바늘을 다는 전통 방식으로, 붕장어에 상처를 거의 내지 않아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게 한다.
이렇게 잡은 신선한 붕장어를 냉동 없이 바로 회로 뜨거나 숯불에 구워 먹는 문화가 붕장어 특유의 고소함을 극대화했다.
어업인 소득부터 지역 관광까지 미치는 영향

붕장어는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어업인과 지역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주낙 어업과 같이 손이 많이 가는 전통 방식으로 붕장어를 어획하는 어업인들에게 제철 붕장어는 핵심 소득원 역할을 한다.
최근 유류비 상승과 어족 자원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붕장어와 같은 고부가가치 어종의 안정적인 어획 및 판매는 어가 소득 유지에 필수적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붕장어는 민물장어 대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원문 언급 1인분 2만 5천 원~3만 5천 원 선)에 높은 영양가를 섭취할 수 있는 ‘가성비’ 보양식이다. 이는 가을철 건강 관리에 신경 쓰는 중장년층이나 환절기 기력 보충이 필요한 이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다.

나아가 붕장어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기장 붕장어’라는 브랜드가 확고히 자리 잡은 부산 기장군 일광면 칠암리 등에는 붕장어 전문 식당가가 형성되어 있다.
이곳은 제철 붕장어를 맛보기 위한 미식가와 관광객들을 유치하며 요식업뿐 아니라 연관된 관광 산업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일으킨다.
붕장어는 식문화와 환경의 차이에 따라 한 지역에서는 기피 대상이 되고 다른 지역에서는 귀한 보양식으로 대접받는 독특한 식재료다.
풍부한 영양소와 가을철 절정에 달하는 맛을 앞세운 붕장어는 한국의 바다 환경과 어업 기술, 독창적인 조리법이 결합된 고유한 음식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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