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풀인 줄 알았던 ‘배암차즈기’, 알고 보면 밥상과 건강을 책임지는 보물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길가나 논두렁의 풀밭은 사실 숨겨진 보물창고일지 모른다. 발에 채이는 흔한 잡초로 여겨졌던 식물 중 상당수가 알고 보면 독특한 풍미와 영양을 지닌 귀한 식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겨울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계절, 습기가 있는 땅이라면 어디서든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풀, 배암차즈기 역시 그런 존재다.
잎 표면이 올록볼록 주름져 있어 흔히 ‘곰보배추’라는 정겨우면서도 낯선 별명으로 더 자주 불리는 이 식물의 진정한 가치를 재조명한다.
못생겨도 괜찮아, 곰보배추의 진짜 이름 ‘배암차즈기’

배암차즈기는 꿀풀과(Lamiaceae)에 속하는 두해살이풀로, 학명은 Salvia plebeia R.Br.이다. 한국, 중국, 일본 등 온대 기후 지역에 널리 분포하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남부지방의 양지바른 풀밭이나 도랑가에서 쉽게 발견된다.
다 자라면 높이가 30~70cm에 이르며, 네모난 줄기에는 아래를 향한 잔털이 촘촘히 나 있다. ‘곰보배추’라는 별명은 뿌리 쪽에서 방석처럼 넓게 퍼져 겨울을 나는 잎의 모양새에서 유래했다.
마치 배추 잎처럼 생겼지만 표면이 울퉁불퉁해 얽은 자국, 즉 곰보 자국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봄이 깊어지고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이 뿌리잎은 점차 스러진다.
5월에서 7월 사이에는 줄기 윗부분 잎겨드랑이에서 연한 자주색의 입술 모양 꽃이 층층이 피어나 소박한 아름다움을 더한다.
쌉쌀함 뒤에 숨은 단맛, 맛과 향을 즐기는 법

배암차즈기의 맛은 쌉쌀함과 매콤함, 그리고 은은한 청량감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생잎을 그대로 씹으면 꿀풀과 식물 특유의 상쾌한 야생초 향이 먼저 코를 감싸고, 뒤이어 기분 좋은 쓴맛이 입안을 개운하게 만든다.
이런 특성 때문에 어린잎을 샐러드에 넣거나 고춧가루, 액젓 등과 함께 겉절이로 바로 무쳐내면 그 독특한 풍미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반면 열을 가하면 쓴맛은 한결 부드러워지고 감초 같은 순한 단맛이 살아난다.
살짝 데쳐 나물로 조물조물 무치거나 된장국에 넣어 끓이면 쌉쌀한 향은 남되 구수한 감칠맛이 더해져 훌륭한 국거리가 된다.
잘 말린 잎을 덖어 차로 우리면 상쾌하면서도 깊은 향을 오랫동안 음미할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한의학과 현대 과학이 주목한 천연 호흡기 영양제

예로부터 배암차즈기는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삭이는 등 호흡기 질환에 효험이 있는 약초로 널리 쓰여왔다. 이러한 전통적 지혜는 현대 과학을 통해 그 원리가 점차 밝혀지고 있다.
배암차즈기에는 항산화 및 항염 효과가 뛰어난 플라보노이드 계열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데, 핵심은 바로 ‘히스피둘린(Hispidulin)’과 유파폴린(Eupafolin) 성분이다.
실제로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을 비롯한 여러 연구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이 성분들은 우리 몸에서 염증을 유발하는 매개 물질의 생성을 억제하고 기관지 점막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덕분에 만성적인 기침이나 가래, 기관지염 완화는 물론, 노화 방지와 세포 손상 억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뿌리는 체내의 열을 내리고 독소 배출을 돕는 이뇨 작용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식이섬유가 풍부하므로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을 섭취할 경우 복통이나 복부 팽만감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적당량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들판의 이름 없는 잡초에서 우리 몸을 이롭게 하는 건강 식재료로, 배암차즈기는 그야말로 반전의 매력을 지닌 식물이다.

독특한 풍미로 입맛을 돋우는 특별한 나물이자, 전통 의학과 현대 과학이 모두 주목하는 천연 호흡기 영양제로서의 가치를 동시에 품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 우리 주변에 숨어있던 토종 식물 배암차즈기는 일상 식탁을 더욱 건강하고 풍성하게 만들어 줄 훌륭한 선택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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