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끓일 때 꼭 떠오르는 ‘하얀 거품’…걷어야 할까, 섞어야 할까?

by 김혜은 기자

댓글 0개

입력

전처리·온도·재료에 따른 거품

육수 거품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찌개나 국물 요리를 위해 육수를 끓일 때, 물이 끓어오르며 표면에 하얗게 떠오르는 거품은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 거품의 핵심 성분은 식재료, 특히 고기나 멸치에서 물에 녹아 나온 수용성 단백질이다. 하지만 이 단백질이 열에 의해 응고되는 과정에서 재료에 남아있던 미세한 핏물이나 찌꺼기, 또는 채소의 토양 성분 등 불순물을 흡착한다. 따라서 이 거품은 영양 성분과 불순물이 뒤섞인 혼합물로, 요리의 목적에 따라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

60~80도에서 일어나는 단백질 변성

육수 거품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거품은 물이 끓기 시작하는 시점, 즉 섭씨 60도에서 80도 사이에서 가장 왕성하게 발생한다. 이는 고기 속의 알부민(albumin)이나 핏물의 미오글로빈(myoglobin) 같은 수용성 단백질이 이 온도 구간에서 급격히 열 변성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열에 의해 구조가 변형된 단백질 분자들은 서로 엉겨 붙어(응집) 물보다 가벼운 덩어리를 형성해 표면으로 떠오른다. 이 응집된 단백질 덩어리는 스펀지처럼 작용하여 멸치의 미세한 가루나 고기의 뼛가루, 혈액 잔여물 등 잡내의 원인을 포집한다.

맑은 국물과 곰탕, 거품의 상반된 역할

곰탕
곰탕 / 게티이미지뱅크

거품을 제거하는 것이 항상 정답은 아니며, 요리의 종류에 따라 그 역할이 달라진다. 멸치 육수, 맑은 고기 국, 채소 육수 등 ‘청탕(淸湯)’을 끓일 때는 거품 제거가 필수적이다. 이 거품은 국물 맛을 텁텁하게 하고 색을 탁하게 만들어 요리의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반면, 설렁탕이나 곰탕, 돼지국밥 같은 ‘백탕(白湯)’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끓기 시작할 때 나오는 어둡고 지저분한 첫 거품은 불순물과 핏물이므로 반드시 걷어내야 한다.

하지만 장시간 고아낼 때 발생하는 하얗고 크림 같은 거품은 단백질과 지방 성분이다. 이 거품은 뼈에서 우러나온 콜라겐과 지방이 물과 섞여 뽀얀 국물을 만드는 ‘유화(emulsification)’ 과정을 돕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진한 국물에서는 이 후반부 거품을 걷어내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저어 섞어주기도 한다.

거품을 줄이는 재료별 전처리 비법

멸치, 다시마 육수
멸치, 다시마 육수 / 게티이미지뱅크

국물을 끓이기 전 재료를 손질하는 단계에서 거품 발생을 상당 부분 제어할 수 있다. 멸치는 쓴맛을 내는 검은 내장을 제거하고, 마른 팬에 살짝 볶아 비린내와 수분을 날린 뒤 사용하면 훨씬 맑은 육수가 우러난다.

뼈나 양지머리 등 고기 육수를 낼 때는 전처리가 중요하다. 뼈의 경우, 끓는 물에 5~10분간 넣어 초벌 데치기(블랜칭)를 한 뒤, 불순물이 묻은 물을 버리고 뼈를 깨끗이 씻어낸다.

이후 새로운 찬물에 뼈를 넣고 끓이기 시작해야 잡내와 초기 거품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얇은 고기 조각으로 맑은 국을 끓일 때는 찬물부터 서서히 가열해야 불순물이 표면에 잘 응집되어 걷어내기 쉽다.

다시마는 육수의 감칠맛을 더하지만, 끓는 점 이상으로 오래 가열하면 안 된다. 다시마 표면의 알긴산과 같은 다당류 성분이 끓는 물에서 끈적한 점액질로 용출되어 국물을 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물이 끓기 시작하는 시점에 바로 건져내는 것이 좋다.

육수 거품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결론적으로 육수 거품은 유해 성분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한식 조리에서 깔끔한 맛과 맑은 국물을 위해 제거하는 것이 좋다.

특히 끓기 시작하는 초반에 떠오르는 거품은 불순물의 비율이 높으므로 꼼꼼히 걷어내야 한다. 거품을 제거해도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 등 대부분의 영양 성분은 이미 국물에 용해되어 있어 영양 손실은 미미하다.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