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 달걀과 흰색 달걀, 건강에 더 좋은 것은 무엇일까

갈색 달걀이 흰색 달걀보다 더 건강할까? 이는 많은 소비자가 한 번쯤 품어봤을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달걀 껍데기의 색은 영양적 가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 과학적 사실이다. 두 달걀의 영양 차이는 사실상 없으며, 이러한 오해는 과거의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껍데기 색을 결정하는 과학적 원인

달걀 껍데기의 색깔은 전적으로 알을 낳는 닭의 품종에 따라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깃털이 흰색인 레그혼(Leghorn)과 같은 품종의 닭은 흰색 알을 낳고, 깃털이 갈색인 로드아일랜드 레드(Rhode Island Red) 품종의 닭은 갈색 알을 낳는다.
갈색 껍데기는 ‘프로토포르피린 IX(Protoporphyrin IX)’라는 색소가 껍데기 표면에 침착되어 나타나는 결과물이다. 이 색소의 유무는 영양 성분인 단백질, 지방, 비타민, 미네랄 함량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축산식품과학 산업 저널(Journal of Food Science and Technology)에 발표된 여러 연구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진짜 좋은 달걀을 고르는 기준 ‘숫자’

달걀의 품질을 좌우하는 진짜 요소는 껍데기 색이 아닌, 닭의 사육 환경과 먹이다. 닭이 무엇을 먹고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가 달걀의 질을 결정한다. 소비자가 이를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껍데기에 인쇄된 ‘사육환경 번호’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 번호는 1, 2, 3, 4로 나뉘며 숫자가 작을수록 닭의 복지 수준이 높은 환경임을 의미한다. ‘1번’은 닭을 실외 방목장에서 자유롭게 키우는 방사 사육, ‘2번’은 케이지 없이 축사 내에서 키우는 평사 사육을 뜻한다. ‘3번’은 개선된 케이지, ‘4번’은 기존의 좁은 케이지 사육을 나타낸다.
국내 시장에서 흰 달걀이 사라진 배경

과거 1980년대 이전만 해도 국내 시장에서는 흰색 달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갈색 달걀이 시장을 장악했다. 이는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당시 ‘갈색 설탕’, ‘현미’ 등 정제되지 않은 갈색 식품이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달걀에도 동일한 이미지가 투영됐다. 또한, 흰색 껍데기는 이물질이나 오염이 눈에 잘 띈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이 구매를 꺼리는 경향도 있었다.
이러한 소비자 선호도에 맞춰 양계 농가들이 갈색 닭 품종 위주로 사육을 전환하면서 흰색 달걀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구매 전 확인할 핵심 지표

따라서 좋은 달걀을 고르기 위해서는 색깔이 아닌 다른 객관적 지표에 주목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산란일자’다. 포장지에 표기된 산란일자가 최근일수록 신선한 달걀이다. 그다음으로는 앞서 언급한 ‘사육환경 번호’를 통해 닭이 자란 환경을 가늠할 수 있다.
배재대학교 외식조리학과 김정수 교수는 “요리 전문가들은 달걀 색을 구분해 사용하지 않으며, 노른자를 둘러싼 흰자의 밀착도인 결착력 등을 등급 기준으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색이 아닌 달걀 자체의 신선도와 품질이 핵심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수십 년간 이어진 ‘갈색 달걀이 더 좋다’는 인식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오해다. 달걀의 가치는 껍데기 색이 아닌 내용물에 있으며, 이를 결정하는 것은 닭의 사육 환경과 신선도다.
이제부터는 달걀을 고를 때 껍데기 색에 현혹되지 말고, 산란일자와 사육환경 번호를 확인하는 현명한 소비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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