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 2배 뛴 팥 값
1개 1000원 붕어빵 시대

10월 기준 국산 붉은 팥 40kg 도매 가격이 78만 4200원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집계한 수치로, 지난해 같은 시기 49만 8600원 대비 1.5배 이상 폭등한 수준이다.
5년 전 36만 7950원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상승 폭이다. 팥 가격 급등은 올겨울 ‘국민 간식’ 붕어빵 가격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원재료 가격 폭등은 즉각적인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과거 ‘2개 1000원’ 또는 ‘3개 2000원’으로 인식되던 붕어빵은 최근 서울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1개 1000원’이라는 가격표가 보편화되고 있다. 팥 외에도 밀가루, 식용유(버터), LPG 가스비 등 부대 비용이 모두 상승하며 노점 상인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붉은 팥 생산량 급감 원인

이번 ‘팥플레이션’의 근본 원인은 기후 변화로 인한 공급 충격이다. 팥은 7월에서 9월 사이 개화 및 결실이 이루어지는데, 최근 몇 년간 이 시기에 폭염, 가뭄, 집중호우가 반복되며 작황이 극도로 부진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팥 생산량은 2019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3년에는 5256톤(t)까지 줄었다.
국내산 공급이 부족해지자 수입산 팥으로 수요가 몰렸다. 하지만 국제 곡물가 상승세와 물류비 부담이 겹치면서 수입 팥 가격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국내산 가격 안정화에 기여하지 못하고 전반적인 원가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노점 상인의 이중고

겨울철 대표 간식인 군고구마의 상황도 유사하다. 고구마(상품) 10kg 가격은 3만 1620원으로 전년 대비 5.2% 상승했으며, 10년 전 2만 원대와 비교하면 1.5배가량 올랐다.
노점 상인들은 이러한 원재료 부담 외에도 손수레 마련 비용(약 30만 원)과 LPG 가스비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로 인해 겨울철 간식 판매는 더 이상 과거처럼 수익성이 높은 계절 장사로 기능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붕세권’의 이동 편의점의 공세

길거리 노점이 원가 압박으로 위축되는 사이, 편의점 업계는 겨울 간식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대량 구매와 유통망을 갖춘 편의점은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용이하다.
GS25는 지난해 붕어빵 운영 매장을 4000곳에서 5000곳으로 확대했다. CU 역시 군고구마 매출이 매년 20%가량 신장함에 따라 올해 햇고구마 판매 시기를 예년보다 두 달 앞당겼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노점보다 저렴하고 위생적’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는 점도 편의점 유입을 가속화한다.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이라는 신조어가 노점 감소의 상징이 된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들이 붕어빵이나 군고구마를 ‘K-간식’으로 찾는 수요까지 편의점이 흡수하고 있다.
1930년대 시작된 ‘서민 간식’의 역사

붕어빵이 ‘국민 간식’으로 불리는 데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1930년대 일본의 도미빵(타이야키)이 국내에 들어온 것을 원형으로 본다.
이후 1960년대와 70년대, 밀가루가 배급되던 시절에 값싸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서민형 간식으로 대중화되었다. 달콤한 팥소와 고소한 밀가루 반죽의 조화, 그리고 겨울철 거리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풍경은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정서적 추억이자 계절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팥 값 급등에서 시작된 원자재 인상 파도는 한국인의 추억이 담긴 붕어빵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노점 감소와 편의점의 대체라는 시장 변화 속에서 올겨울 붕어빵은 소비자에게 심리적,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