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정부 할인정책이 만든 배추값 반토막
김장 시즌 맞은 대형마트 할인 경쟁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배추 한 포기 7천 원’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전국 마트 곳곳에서 세 포기에 6천 원 미만으로 판매되는 ‘저가 배추’가 등장하며 김장철을 앞둔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다시 가벼워졌다. 급등했던 배추값이 한 달 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진 배경에는 풍부한 공급과 정부·유통업계의 발 빠른 대응이 있었다.
기온과 작황이 만든 ‘풍년 효과’

배추 가격이 이렇게 빠르게 안정된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날씨’다. 올해 여름은 폭염과 긴 장마가 덜했고, 그 덕분에 고랭지 배추의 생육 환경이 예년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가을배추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3.2% 늘어날 전망이다. 작황이 좋다 보니 자연스레 출하량이 증가했고, 공급이 안정되자 시장가격도 빠르게 진정됐다.
무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김장철 필수 재료인 무의 생산량이 전년 대비 7.2% 늘어나면서 가격은 2007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금배추’와 ‘금무’로 불렸던 시절이 무색할 정도다. 올해는 풍년 덕분에 김장 재료 대부분이 예년보다 저렴하게 거래되고 있다.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과 할인 경쟁의 시너지

작황 호조만으로는 이번 가격 안정세를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 지난해 배추 대란을 겪은 정부가 올해는 일찌감치 대응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대형마트와 협력해 농축산물 할인쿠폰을 지급하고, 소비자 체감 물가를 낮추기 위한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추진했다.
대형마트들도 경쟁적으로 참여했다. 이마트는 농식품부와 협력해 오는 12일까지 배추 세 포기를 6000원 이하, 포기당 20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 역시 회원 대상 행사를 통해 배추뿐 아니라 홍갓, 청갓 등 김장 부재료까지 할인한다. 생굴이나 삼겹살처럼 김장철 함께 소비되는 품목들도 20%가량 할인되며 소비자 부담을 줄였다.
절임배추와 온라인 시장까지 번진 할인 경쟁

가격 안정 흐름은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해남·괴산산 절임배추 예약 판매를 19일까지 진행하며, 카드 결제 시 1만 원의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농협 하나로마트 역시 13일부터 26일까지 김장 필수품인 배추, 무, 마늘 등을 묶은 대규모 판촉전을 열어 소비자 유입에 나선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김장 재료를 중심으로 한 할인 경쟁이 치열하다. SSG닷컴은 이마트 배추, 생굴, 돼지고기 등을 최대 20% 할인하며, 10일 라이브 방송을 통해 일부 품목을 최대 50%까지 낮춘다.
컬리는 완제품 김치 수요 증가에 맞춰 조선호텔 배추김치와 비비고 총각김치 등을 최대 46% 할인해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절임배추 예약 구매와 완제품 김치 판매가 동시에 활기를 띠며, ‘김장’의 개념 자체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김장 문화의 변화가 불러온 소비 패턴

가격 하락의 이면에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도 있다. 과거에는 가족 단위로 직접 김장을 담그는 것이 연례행사처럼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완제품 김치나 절임배추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맞벌이 가정 증가와 주거공간 축소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일부 대형마트는 절임배추 예약 물량이 전년 대비 2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변화는 결과적으로 생배추 수요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며, 가격 하락세를 가속화했다. 공급이 넉넉한 가운데 수요까지 완화되자, 배추값은 전년 대비 22.4%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이는 최근 5년 평균 가격보다도 약 12% 저렴한 수치로, 김장철을 앞둔 소비자들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고 있다.
배추값이 한 달 만에 반 토막 난 올해 김장철은 그야말로 이례적이다. 풍년으로 인한 공급 안정, 정부의 선제적 물가 대책, 그리고 소비문화 변화가 함께 맞물리며 만들어낸 결과다. 지난해 ‘금배추’ 사태로 김장을 포기했던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며, 올해는 부담 없는 가격으로 다시 ‘집김장’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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