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C·식이섬유 가득한 ‘다래’
한국 토종 과일의 재발견

한때 깊은 산골 아이들의 주전부리에 불과했던 작은 열매가 ‘한국형 슈퍼푸드’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고 화려하게 귀환했다. 약 1,000년 넘게 이 땅의 산야를 지켜온 토종 과일, 다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겉모습은 털 없는 미니 키위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현대인의 건강을 지켜줄 강력한 영양소가 가득하다.
작은 열매 속 거인의 잠재력, 과학이 깨우다

다래(Actinidia arguta)는 우리가 흔히 아는 키위의 야생 조상 격에 해당하는 식물이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키위가 바로 다래의 사촌뻘인 중국 남부의 야생 식물을 개량해 탄생했다.
조상답게 다래는 키위와 달리 껍질에 털이 없고 얇아 깨끗이 씻어 통째로 먹을 수 있다는 편리함까지 갖췄다.
이 작은 열매의 진가는 과학이 증명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분석에 따르면, 다래의 비타민C 함량은 과일 중에서도 최상급이다.
품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레몬이나 오렌지를 훌쩍 뛰어넘는 양의 비타민C는 여름철 피로 해소와 면역력 강화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또한, 폴리페놀과 같은 강력한 항산화 물질은 우리 몸의 세포 노화를 막고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풍부한 수용성 식이섬유가 장 건강을 돕는 것은 물론이다.
고문헌 속 약재에서 세계인의 건강 간식으로

다래의 가치는 우리의 역사 속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다래를 ‘미후도(獼猴桃)’라 칭하며 “성질이 차고 맛이 달며, 가슴이 답답하고 뜨거운 번열(煩熱) 증상을 없애고 갈증을 멎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예로부터 더위로 인한 갈증과 피로를 푸는 천연 약재로 그 효능을 인정받아 온 것이다. 과거 “입이 헐게 만드는 야생 과일” 정도로 여겨졌던 천덕꾸러기의 위상은 이제 국경을 넘어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해외에서는 ‘하디 키위(Hardy Kiwi)’ 또는 ‘베이비 키위(Baby Kiwi)’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껍질째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프리미엄 과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는 다래를 동결 건조하거나 분말로 가공해 스무디나 요거트에 곁들이는 건강보조식품으로도 활발히 활용된다.
자연의 선물을 즐기는 가장 맛있는 방법

다래를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충분히 익혀 생과일로 먹는 것이다. 수확 직후에는 단단하고 떫은맛이 강하지만, 실온에서 며칠간 후숙을 거쳐 말랑해지면 당도가 최고조에 이른다.
잘 익은 다래는 새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단맛이 일품이다. 껍질을 벗길 필요 없이 깨끗이 씻어 한입에 넣으면 과즙이 터져 나오며 입안 가득 향긋함이 퍼진다.
물론 잼이나 다래청으로 만들어 사계절 내내 즐길 수도 있다. 설탕과 함께 조린 다래는 빵에 발라 먹거나 따뜻한 차, 시원한 에이드로 활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특유의 향과 부드러운 단맛 덕분에 다래주를 담가 마시는 것도 별미로 꼽힌다. 다만, 덜 익은 다래에는 단백질 분해 효소인 액티니딘 성분이 많아 위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완숙된 상태에서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랜 시간 우리 곁에 있었지만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던 토종 과일 다래.
이제는 과학이 그 가치를 증명하고 세계가 먼저 알아보는 귀한 몸이 되었다. 곧 시작될 다래 제철을 맞아, 우리 산야가 품어온 이 건강한 자연의 선물을 마음껏 누려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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