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배신 아닌가?” 믿고 있던 숙취 해소 음료 ‘여명808’, 술 깨는데 과학적 근거 없다 판명

by 오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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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808, 식약처 숙취 해소 시험서 제외

숙취 해소 음료 여명808
숙취 해소 음료 여명808 / 그래미

한때 술자리 다음 날 ‘필수템’으로 불리던 숙취 해소 음료 여명808이 믿었던 명성에 금이 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숙취 해소 식품의 인체적용시험 결과에서 여명808이 빠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랜 시간 소비자에게 사랑받아온 제품의 효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과학적 근거가 필수가 된 시대, 여명808은 왜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을까?

숙취 해소 시험 통과한 80개 제품, 여명808은 왜 빠졌나

숙취 해소 음료를 마시는 회사원들
숙취 해소 음료를 마시는 회사원들 / 게티이미지뱅크

식약처는 올해부터 ‘숙취 해소’를 내세우는 식품에 대해 인체적용시험 결과를 기반으로만 광고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이에 따라 46개 기업, 총 89개 제품이 시험에 참여했고, 이 중 39개사 80개 제품이 숙취 해소 효과를 입증했다.

대표적인 통과 제품은 ‘컨디션 헛개’, ‘상쾌환’, ‘모닝케어’, ‘깨수깡’ 등 술자리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제품들이 대거 포함됐다.

숙취 해소 음료 여명808
숙취 해소 음료 여명808 / 공식 SNS

하지만 그래미의 ‘여명808’은 이 명단에서 빠졌다. 식약처에 따르면 여명808은 제출한 실증자료가 객관성과 타당성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판단을 받았다.

2000년대 초반의 동물실험 자료 등을 근거로 제출했지만, 최신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해당 제품에 숙취 해소 표현·광고 금지 조치를 예고했다.

10월까지 타당성 입증 못하면 ‘퇴출’ 가능성도

숙취 해소 음료 여명808
숙취 해소 음료 여명808 / 공식 SNS

여명808이 포함된 9개 제품은 10월 말까지 인체적용시험 등 과학적 실증자료를 보완해야 한다. 이 기한까지 객관성과 타당성을 갖춘 자료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술깨는’ 등 숙취 해소를 암시하는 모든 표시와 광고는 금지된다.

이는 단지 문구 사용 금지에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 인지도와 마케팅 전략 전반에 타격을 주는 만큼, 사실상 시장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미 측은 현재 자료를 보완 중이며, 과거에 진행된 동물실험 외에도 새로운 임상자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시장에서 ‘효능 없음’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브랜드 이미지 회복은 쉽지 않을 수 있다.

177종 중 실제 효능 검증된 제품은 절반도 안 돼

숙취 해소 음료를 고르는 시민
숙취 해소 음료를 고르는 시민 / GS25

이번 시험에 응한 제품은 89종에 불과하며, 전체 숙취해소제 시장(177종 기준)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이 중 시험을 통과한 80개 제품은 전체의 45%에 해당한다.

즉, 아직도 숙취 해소를 표방하는 상당수 제품은 과학적 효능 검증 없이 판매되고 있는 셈이다. 숙취 해소제를 고르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명세’보다는 ‘검증된 자료’를 바탕으로 제품을 선택해야 할 때다.

숙취 해소 음료 여명808
숙취 해소 음료 여명808 / 공식 SNS

여명808의 효능 논란은 숙취 해소 음료 시장의 전환점을 예고한다. 광고와 입소문만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과학적 근거와 실증자료가 제품 생존의 기준이 되는 시대다.

과연 여명808은 10월까지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술꾼들의 오래된 친구가 될지, 역사 속 이름이 될지는 앞으로의 실증자료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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