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자마자 동해안이 들썩…알 꽉 찬 ‘이 생선’ 지금이 제철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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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제철 동해안 도루묵 풍년
자원 회복과 어획량 증가

도루묵
도루묵 / 게티이미지뱅크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은 동해안의 대표 어종인 도루묵이 본격적으로 식탁에 오르는 시기다. 도루묵은 늦가을부터 초겨울 사이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몰려드는데, 이 시기에 잡힌 도루묵은 알이 꽉 차 있고 살에 기름기가 올라 연중 가장 맛이 뛰어나다.

크기는 작지만 담백한 맛과 풍부한 영양을 지녀 겨울철 밥상 위 ‘작은 보물’로 불린다. 특히 다른 생선에 비해 소화가 잘되는 특성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건강 식재료로 주목받는다.

‘도로 묵’이라 불리게 된 사연

도루묵
도루묵 / 게티이미지뱅크

도루묵이라는 독특한 이름에는 흥미로운 일화가 전해진다. 이 생선은 원래 ‘묵’이라고 불렸으나, 조선 시대 임진왜란 당시 선조가 피난길에 이 생선을 맛보고 그 맛에 감탄해 ‘은어(銀魚)’라는 이름을 하사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뒤 환궁한 선조가 궁궐에서 다시 ‘은어’를 맛보았는데, 예전 피난길에서 먹었던 그 맛이 나지 않자 크게 실망했다.

이에 왕이 “맛이 예전 같지 않으니 ‘도로 묵’이라고 불러라”고 명했다는 것이다. 이로부터 ‘도루묵’이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이야기는 이 생선의 역사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소화 잘되고 뼈 건강 지키는 영양

도루묵 구이
도루묵 구이 / 게티이미지뱅크

도루묵이 겨울철 건강식으로 꼽히는 이유는 풍부한 영양 성분 덕분이다. 도루묵은 100그램(g)당 단백질 약 18g을 함유한 고단백 식품인 반면, 지방은 3g 내외로 매우 적다.

고단백 저지방 생선의 대표 격으로, 살이 매우 연해 소화력이 떨어지는 노년층이나 어린이, 환자들의 영양 보충에 적합하다.

지방 함량은 낮지만,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는 필수지방산인 오메가-3 지방산(DHA, EPA)은 풍부하다. 이는 혈중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고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해, 기온이 낮아져 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지는 겨울철에 특히 유익하다.

또한 도루묵은 뼈째 먹을 수 있는 생선 중 하나로, 칼슘과 인의 훌륭한 공급원이다. 햇빛 노출이 줄어드는 겨울철에 결핍되기 쉬운 비타민 D도 함유하고 있어, 칼슘의 체내 흡수율을 높여준다. 이는 뼈 건강과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을 주므로 성장기 어린이나 갱년기 여성에게 권장된다.

자원 고갈 위기에서 ‘풍년’의 상징으로

도루묵
도루묵 / 게티이미지뱅크

한때 동해안에서 흔하게 잡히던 도루묵은 2000년대 들어 남획으로 인해 자원이 급격히 고갈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금(金)도루묵’이라 불릴 정도로 어획량이 줄어들자, 강원도 해양수산연구원 등 관련 기관에서는 자원 회복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매년 인공 수정란을 부화시켜 어린 도루묵을 방류하는 사업을 꾸준히 진행한 결과, 최근 몇 년간 도루묵 자원은 기적적으로 회복되었다.

이로 인해 ‘도루묵 풍년’ 소식이 이어지며 어업인들의 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현재는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해 총허용어획량(TAC) 제도를 통해 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알과 살을 즐기는 조리법과 주의점

도루묵 알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11월 제철 도루묵은 알이 꽉 차 있어 특유의 식감을 즐길 수 있다. 가장 대중적인 방법은 구이다. 신선한 도루묵에 굵은 소금을 뿌려 노릇하게 구워내면 겉껍질이 터지면서 고소한 향과 담백한 살맛을 즐길 수 있다.

알의 톡톡 터지는 식감을 제대로 느끼려면 조림이나 찌개가 제격이다. 무와 파, 마늘, 고춧가루 등 양념을 넣고 자작하게 조려내면 밥반찬으로 훌륭하다. 맑은 탕으로 끓이면 기름기가 거의 없어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 맛이 일품이며 해장용으로도 좋다.

다만 섭취 시 주의할 점도 있다. 도루묵의 알은 익혔을 때 끈적한 점액질이 나오며 매우 단단하고 꼬들꼬들한 식감을 가진다. 이 알은 단백질 함량이 매우 높지만, 소화가 잘되지 않는 편이어서 한꺼번에 너무 많이 섭취하면 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위가 약한 사람은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11월의 도루묵은 맛과 영양, 그리고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담고 있는 동해안의 선물이다. 자원 고갈의 아픔을 딛고 회복의 상징이 된 도루묵은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서 겨울철 건강을 지켜주는 훌륭한 보양식이다. 알이 꽉 찬 제철 도루묵으로 소박하지만 건강한 겨울 밥상을 차려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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