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로, 혈당지수 45의 저당 곡물
장 건강 돕는 아라비노자일란 풍부

고대 곡물 파로(Farro) 100g당 저항성 전분 함량은 21.2g에 달한다. 이는 동일 중량의 백미(0.64g)보다 약 33배, 현미(2.63g)보다 약 8배 많은 압도적인 수치다.
혈당 반응 속도를 나타내는 혈당지수(GI) 역시 파로는 45로, 대표적인 건강 곡물 현미(GI 55)나 백미(GI 70)보다 현저히 낮다.
가을철 풍성한 먹거리로 식사량이 늘고 활동량은 줄면서 체중 증가와 혈당 관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시기다.
급격한 혈당 상승을 유발하는 고탄수화물 식단은 인슐린의 과도한 분비를 촉진해 지방 축적을 쉽게 만든다. 식단 전체를 바꾸기 어렵다면, 주식인 밥에 파로와 같은 저당 곡물을 섞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변화를 시작할 수 있다.
파로의 핵심 성분, 저항성 전분의 작동 원리

파로가 혈당 관리에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풍부한 저항성 전분(Resistant Starch) 때문이다. 저항성 전분은 일반 전분과 달리 소장에서 바로 소화·흡수되지 않고 대장까지 이동하는 특성을 가진다.
이 과정에서 저항성 전분은 포도당으로 분해되는 속도가 매우 느려 식후 혈당이 급격히 치솟는 ‘혈당 스파이크’를 억제한다.
또한 대장에서는 장내 유익균의 먹이(프리바이오틱스) 역할을 수행하며, 소화 속도가 느린 만큼 장시간 포만감을 유지시켜 과식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는 체중 감량과 혈당 안정화 모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기작이다.
장 건강을 지키는 프리바이오틱스, 아라비노자일란

파로에는 저항성 전분 외에도 다양한 식이섬유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특히 주목할 성분은 식이섬유의 일종인 아라비노자일란(Arabinoxylan)이다. 이 성분은 장내 미생물 환경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라비노자일란은 장내 유익균의 증식을 도와 유해균의 활동을 억제한다. 유익균은 이 성분을 먹이로 삼아 단쇄지방산(SCFA)과 같은 인체에 유익한 대사산물을 생성하며, 이는 장벽을 튼튼하게 하고 염증 반응을 조절한다.
또한 일부 연구에서는 아라비노자일란이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의 분비를 촉진해 포만감 조절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짜 파로’ 엠머밀과 스펠트의 차이

시중에서 ‘파로’라는 이름으로 유통되는 곡물은 크게 세 가지 품종으로 나뉜다. 바로 엠머밀(Emmer, Triticum dicoccum), 스펠트(Spelt, Triticum spelta), 아인콘(Einkorn, Triticum monococcum)이다. 소비자는 이 품종 간의 차이를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이 중 엠머밀은 ‘진짜 파로’ 또는 ‘정통 파로’로 불린다. 현재까지 유전자 변형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고대 곡물 본연의 순수성과 풍부한 영양 구성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품종으로 평가받는다.
반면 스펠트는 재배 편의성과 생산량 증대를 위해 현대 밀과 교잡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2020년 발표된 한 논문(마리야 보드로자 솔라로브 등)에 따르면 스펠트는 현대밀과의 교배를 거치며 유전적 변화가 이뤄져, 때로는 가축 사료용으로도 활용된다. 따라서 파로 특유의 건강상 이점을 온전히 기대한다면 품종이 엠머밀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엄격한 품질 관리 (IGP)

파로는 재배 지역의 환경에 따라서도 품질 차이가 크다. 대표적인 고품질 파로 산지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가르파냐나(Garfagnana) 지역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엠머밀 파로는 ‘Farro della Garfagnana IGP’라는 명칭으로 유럽연합(EU)의 엄격한 지리적 표시 보호(IGP) 인증을 받는다.
이 IGP 인증은 1996년에 획득했으며, 해당 지역의 고유한 기후와 전통 농법을 보존하기 위해 설정되었다. 인증 규약(disciplinare)에 따라 반드시 엠머밀(Triticum dicoccum) 품종이어야 하며, 화학비료나 살충제 사용이 금지된다.
또한 2년간의 휴경기를 두는 윤작 방식을 통해 토양의 지력을 자연적으로 회복시키는 등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다.
혈당 관리와 건강한 다이어트를 위해 무리하게 식사량을 줄이거나 특정 식품에만 의존하는 것은 장기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백미 밥에 파로 한 스푼을 더하는 것과 같이, 일상에서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식습관의 변화가 건강한 내일을 위한 견고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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