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이 전부가 아니다” 하늘 나는 생선 날치, 알고 보면 횟감·국물까지 완벽한 미식 생선입니다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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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주황빛 알의 명성
그 뒤에 숨겨진 담백한 살코기의 매력과 일본 고급 육수 ‘아고다시’ 이야기

날치알 볶음밥
날치알을 올린 볶음밥 / 푸드레시피

톡톡 터지는 식감의 주황빛 알. 우리에게 날치라는 생선은 그 이름보다 ‘날치알’이라는 식재료로 더 친숙하게 다가온다. 고소한 맛과 독특한 식감으로 볶음밥부터 초밥까지 다양한 요리에서 존재감을 뽐내는 날치알은 명실상부한 국민 식재료다.

하지만 이 화려한 알의 명성에 가려져, 정작 그 주인공인 날치 자체의 가치는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날치는 알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훌륭한 맛과 영양을 지닌 생선이다.

날치라는 이름은 독특한 생태적 특징에서 유래했다. 동갈치목 날치과에 속하는 이 바닷물고기는 이름처럼 하늘을 ‘나는’ 능력으로 유명하다.

날치
날치 / 게티이미지뱅크

포식자에게 쫓기는 등 위급한 상황이 되면 물속에서 시속 60km에 육박하는 속도로 헤엄치다 수면으로 튀어 올라, 유난히 발달한 가슴지느러미를 활짝 펴고 활강한다. 이는 날갯짓으로 부상하는 새와는 다른 원리다.

서울대학교 연구팀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날치는 수면 가까이 낮게 날 때 지느러미와 수면 사이의 공기가 압축되며 양력이 증가하는 ‘지면효과(ground effect)’를 이용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다.

이 원리를 통해 날치는 단 한 번의 도약으로 최대 400m의 거리를 30초 이상 날아갈 수 있는, 바다의 명실상부한 글라이더인 셈이다.

담백한 감칠맛의 살코기, 한국과 일본의 다른 시선

날치 구이
불에 굽는 날치 / 푸드레시피

흔히 날치알의 작은 크기 때문에 날치 역시 작은 생선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성체는 30cm를 훌쩍 넘는 중형 어종에 속한다.

따뜻한 바다를 좋아해 한국 남해와 제주 연안, 일본 남부 해역에 주로 분포하며,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봄부터 초여름까지가 가장 맛이 좋다.

날치의 살코기는 등푸른생선 특유의 진한 감칠맛을 품고 있으면서도 지방 함량이 적어 맛이 매우 담백하고 깔끔하다.

식품안전나라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날치(생것) 100g당 단백질 함량은 21.6g에 달하는 고단백 식품인 반면, 지방은 3.5g에 불과하다.

부드러우면서도 탄탄한 식감 덕에 회로 즐기면 고등어회와 비슷하면서도 한결 산뜻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날치알
날치알 군함 /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국내에서는 날치알의 압도적인 인지도 탓에 날치 살코기를 맛보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수산시장에서는 날치알만 취급할 뿐, 생물 날치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반면 바다 건너 일본에서의 위상은 사뭇 다르다. 일본에서는 날치를 ‘토비우오(トビウオ)’라 부르며 고급 식재료로 여긴다.

가장 대표적인 요리는 토비우오시오야키(トビウオの塩焼き), 즉 날치 소금구이다. 지방이 적어 기름진 고소함은 덜하지만, 그 덕분에 살코기의 응축된 감칠맛과 담백함이 한층 돋보인다.

소금 간만 살짝 해서 구워내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날치 본연의 맛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일본 고급 요리의 정수, ‘아고다시’

날치
말린 날치 / 푸드레시피

날치의 진정한 가치는 일본의 국물 요리 문화에서 정점을 찍는다. 규슈 지방, 특히 나가사키현에서는 말린 날치를 ‘아고(あご)’라고 부르는데, 이를 우려낸 육수인 아고다시(あごだし)는 일본 내에서도 손꼽히는 고급 육수로 통한다.

‘아고가 오치루호도 오이시이(턱이 빠질 정도로 맛있다)’라는 말에서 유래했을 정도로 그 맛이 각별하다고 알려져 있다.

가다랑어를 훈연해 만드는 가쓰오부시 육수와 비교했을 때, 아고다시는 잡미와 비린내가 거의 없고 훨씬 더 맑고 은은하며 깊은 감칠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 고급스러운 풍미 덕분에 아고다시는 나가사키 짬뽕을 비롯한 지역 특산 요리는 물론, 전국의 고급 우동이나 전골 요리에 빠지지 않는 핵심 재료로 사용된다.

날치
날치 / 게티이미지뱅크

날치를 통째로 구워 말리는 복잡하고 정성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아고다시는 단순한 육수를 넘어 일본의 장인 정신이 깃든 식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날치는 우리가 알던 것보다 훨씬 다채로운 얼굴을 가진 생선이다. 바다 위를 활강하는 경이로운 생태, 담백하고 건강한 살코기, 그리고 한 나라의 식문화를 대표하는 고급 식재료로서의 지위까지.

이제는 주황빛 알의 익숙함에서 한 걸음 나아가, 그 뒤에 숨겨진 진짜 주인공 ‘날치’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해 볼 차례다. 다음에 횟집 메뉴판이나 수산시장에서 우연히 날치를 마주하게 된다면, 주저 없이 그 담백한 감칠맛의 세계를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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