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버려야 할지 망설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 고민의 답은 식품 자체보다 보관 조건에 있다.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소비기한 표시제는 단순히 날짜를 바꾼 제도가 아니라, 보관 방법에 따라 섭취 가능 기간이 달라진다는 원리를 전제로 설계됐다.
핵심은 산출 구조에 있다. 식품의 ‘품질안전한계기간’을 기준으로 유통기한은 60~70% 지점에서, 소비기한은 80~90% 지점에서 각각 결정된다.
이 때문에 소비기한은 통상 유통기한보다 20~50% 길게 설정되지만, 그 편차는 식품 유형과 포장 방법, 유통 온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같은 두부라도 포장 방식에 따라 기간이 갈린다

두부는 소비기한 제도의 차이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물충진 포장두부를 미개봉 상태로 0~5℃에서 냉장 보관하면 소비기한 참고값이 유통기한 경과 후 90일이 추가된다. 반면 시장에서 오픈된 상태로 판매하는 판두부의 유통기한은 3~5일에 불과하다.
다만 포장두부의 90일이라는 수치는 0~5℃ 조건을 엄격히 지켰을 때의 값이다. 국내 냉장 유통 기준은 0~10℃로, 마트 진열 단계에서 5℃를 초과하는 환경에 노출될 수 있어 실제 섭취 가능 기간은 참고값보다 짧아질 수 있다.
포장 방식과 보관 온도라는 두 가지 조건이 동시에 맞아야 참고값이 유효한 셈이다.
보관 조건이 바뀌면 수치도 달라진다

우유의 유통기한은 제조일 기준 약 10일이지만 보관 조건을 지키면 소비기한 참고값은 최대 50일까지 늘어난다. 식빵은 유통기한 3일이지만, 소비기한 참고값은 유통기한 이후 20일을 추가한 수준이다.
식약처 안내서에 따르면 23개 식품유형 80개 품목의 잠정 소비기한은 품목별로 상당한 편차를 보인다. 과자 81일·소시지 56일·영유아용 이유식 46일·생면 42일·어묵 42일·발효유 32일·빵류 31일·두부 23일 순이며, 간편 조리 세트는 8일로 23개 유형 중 가장 짧다.
현재까지 150개 식품유형 1,159개 품목의 참고값이 공개된 상태이며, 식품안전나라와 한국식품산업협회 누리집에서 식품 유형·포장 방법·보존 온도별로 직접 조회할 수 있다.
조건이 흔들리면 안전도 달라진다

소비기한 참고값은 식약처가 품목별 실험을 통해 제시하는 잠정 최대값이다.
식품 제조·판매 업체는 이 참고값 이하로 소비기한을 설정해 제품을 출시하며, 소비자가 제품 포장에서 확인하는 소비기한은 이미 참고값보다 보수적으로 설정된 값이다.

결국 소비기한의 핵심은 날짜가 아니라 보관 조건에 있다. 냉장 온도가 조금 올라가거나 개봉 후 밀봉이 불완전하면 표시된 소비기한이 남아 있어도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
식품을 구매한 뒤 포장지의 보관 방법을 확인하고 그 조건을 끝까지 유지하는 습관이, 소비기한 표시 이상으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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