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분이 바뀌면 혈당 반응도 달라진다는 실험 결과

흰 빵은 식후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대표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빵을 단순히 ‘어떻게 보관했느냐’만으로도 혈당 반응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연구가 나왔다면 믿을 수 있을까.
최근 공개된 실험에서, 같은 빵이라도 냉동·해동 과정만 거치면 혈당 상승폭이 크게 줄어드는 현상이 확인됐다. 단순한 조리법 변화가 아니라, 빵 속 전분의 구조가 실제로 변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그 변화가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하나씩 살펴보면 의외의 결론이 드러난다.
냉동 과정에서 전분 구조가 변하면서 혈당 반응이 낮아진다

빵을 얼렸다가 해동하면 전분이 ‘레트로그레이데이션’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일부 전분이 노화하듯 재배열되며 저항성 전분으로 바뀌는데, 이 전분은 포도당 흡수가 느리고 식이섬유 비율이 크게 높아지는 특징이 있다.
이 변화는 실제 혈당 반응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냉동 후 해동한 빵은 식후 두 시간 동안 혈당 상승폭이 약 31% 감소했다.
냉동과 해동 이후 다시 토스트하면 그 수치는 39%까지 줄어 가장 큰 효과를 보였다. 신선한 빵을 그대로 토스트한 경우에도 25% 감소해, 조리 방식만으로도 혈당 흡수 속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험 방식은 단순했지만 전분 변화가 가진 영향은 분명했다

이 연구는 22~59세 건강한 성인 1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네 가지 방식—신선한 빵, 냉동 후 해동한 빵, 토스트한 빵, 냉동·해동 후 토스트한 빵—을 각각 섭취한 뒤 혈당 변화를 측정했다.
저항성 전분이 늘어날수록 포도당과 인슐린 수치가 덜 치솟았고, 소화 속도가 느려지니 공복감 해소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항성 전분의 열량은 1g당 약 2.5kcal로 일반 전분의 절반 수준이고, 대장의 유익균에게도 영양을 공급해 장 건강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보관·해동 방식은 주의가 필요하다

전분 구조 변화로 인한 이점이 많다고 해도, 냉동 빵을 다루는 과정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안전 수칙이 있다. 특히 해동과 재냉동 과정에서 세균이 증식할 수 있어 관리가 허술하면 식중독 위험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냉동식품 해동 시 상온 해동을 피하라고 권고한다. 실온에서는 해동 속도가 느려지는 동안 세균이 빠르게 번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냉동 빵을 사용할 때는 냉장 해동 또는 전자레인지 해동처럼 세균 번식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한 번 해동한 빵은 가급적 다시 얼리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저항성 전분이라는 이점은 유지되지만, 보관 과정에서 위생 리스크가 생기면 건강 효과보다 위험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흰 빵이 혈당을 빠르게 올린다는 통념은 냉동이라는 단순한 과정만으로도 바뀔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연구로 확인됐다. 전분이 재배열되며 저항성 전분이 늘어나는 과정은 혈당 반응을 줄이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며, 장내 유익균에게도 도움을 준다.
냉동 후 해동, 그리고 토스트까지 더하면 혈당 상승폭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은 실생활에서도 바로 응용할 수 있는 정보다.
다만 올바른 해동 방식과 위생 관리를 지키는 것은 필수다. 잘만 활용하면 냉동빵은 ‘혈당 부담을 낮춘 탄수화물’로 변신할 수 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식사에서 작은 조정만으로도 건강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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