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넣는 순간 다들 놀란다” 한번 맛보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바다의 별미 ‘개불’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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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불의 진짜 제철과 효능, 그리고 달콤한 맛에 숨겨진 과학적 비밀

개불
갯벌에 있는 개불 / 국립생물자원관

여름 해산물 시장의 활기 속에서도 유독 시선을 강탈하는 식재료가 있다. 꿈틀거리는 모양새는 영락없는 지렁이를 닮아, 웬만한 해산물 애호가조차 선뜻 젓가락을 뻗기 망설이게 만든다.

바로 개불이다. 하지만 첫인상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한 점 입에 넣는 순간, 모든 편견은 눈 녹듯 사라진다. 뽀드득 터지는 경쾌한 식감과 함께 터져 나오는 기분 좋은 단맛은 이내 감탄을 자아낸다.

오해 속에 가려진 진짜 정체

개불
자른 개불 / 게티이미지뱅크

우선 개불에 대한 가장 큰 오해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개불은 지렁이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의충동물(Echiura)이라는 독립된 분류군에 속하는 독특한 해양 무척추동물이다.

주로 남해안과 서해안의 갯벌 깊숙한 곳에 U자형 굴을 파고 서식하며, 갯벌 속 유기물을 걸러 먹고 산다.

이 과정에서 굴을 파고 드나드는 활동은 갯벌 깊은 곳까지 산소를 공급하는 ‘생물교반’ 작용을 하여, 다른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환경을 만드는 ‘갯벌의 엔지니어’ 역할을 한다.

설탕 없는 단맛의 과학, 아미노산의 마법

개불
바구니에 담긴 개불 / 게티이미지뱅크

개불의 맛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인공적이지 않은, 기분 좋은 단맛이다. 이 단맛의 비밀은 개불의 몸을 구성하는 풍부한 아미노산에 있다.

특히 단맛을 내는 아미노산인 글라이신(Glycine)과 아스파라긴산의 함량이 매우 높아, 씹을수록 자연스러운 단맛이 우러나온다.

여기에 감칠맛을 내는 글루탐산(Glutamic acid)이 더해져, 소금이나 초장 없이도 그 자체로 완벽한 맛의 균형을 이룬다. 신선한 개불일수록 이 아미노산 함량이 높아 단맛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찬 바람 불 때 진짜 맛이 드는 자연 보양식

개불 회
접시에 담긴 개불 회 / 게티이미지뱅크

개불은 여름에도 시장에서 볼 수 있지만,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단맛이 절정에 이르는 진짜 제철은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다. 이 시기의 개불은 겨울을 나기 위해 몸속에 영양분을 가득 품고 있다.

개불은 고단백 저지방 식품의 대표주자로, 간 기능 개선과 피로 해소에 탁월한 타우린이 풍부하다. 또한, 즉각적인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글리코겐과 혈액 생성에 필수적인 철분 함량이 높아, 기력이 쇠했을 때 훌륭한 자연 보양식이 된다.

최상의 맛을 즐기는 법과 선별 요령

개불 회
접시에 담긴 개불 회 / 게티이미지뱅크

개불의 독특한 식감과 단맛을 가장 잘 느끼는 방법은 단연 날것 그대로 먹는 회다.

내장을 제거하고 깨끗이 씻어 썰어내면, 씹을 때마다 ‘뽀드득’ 소리를 내는 경쾌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현지에서는 마늘 기름에 살짝 볶아내거나, 고추장 양념에 무쳐 별미로 즐기기도 한다.

신선한 개불은 몸통이 탁하지 않고 투명한 붉은빛을 띠며, 손으로 만졌을 때 단단한 탄력이 느껴진다. 살짝만 건드려도 몸을 움찔거리며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이 최상품이다.

낯선 생김새에 대한 장벽만 넘는다면, 개불은 한국 바다가 선사하는 가장 달콤하고 특별한 미식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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