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넣자마자 샤베트처럼 녹는다…지금 아니면 못 먹는다는 제철 생선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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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 삼치회
간장 대신 김과 김치에 싸먹는 이유

삼치회,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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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집을 방문했지만 간장 종지나 초장이 나오지 않는다. 대신 식탁에는 구운 김과 묵은지, 혹은 갓김치가 오른다.

낯선 조합이지만, 이것이 바로 지금 이 시기에 절정의 맛을 내는 ‘삼치회’를 가장 맛있게 즐기는 전통 방식이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늦가을, 거문도를 중심으로 한 남해안은 제철 삼치로 활기를 띠고 있다.

지금이 가장 맛있는 이유, 지방 10%의 과학

삼치
삼치 / 게티이미지뱅크

삼치가 늦가을부터 겨울철(10월~2월)에 가장 맛있는 이유는 ‘지방’ 때문이다. 삼치는 겨울을 나기 위해 이 시기 몸에 지방을 대량으로 축적하는데, 이 함량이 10%에 육박한다.

이 지방은 대부분 오메가3(EPA, DHA) 등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지방산이다. 풍부한 지방이 살 전체에 고루 퍼지면서, 퍽퍽함 대신 극도로 고소하고 달콤한 맛을 만들어낸다. 원문에서 유튜버가 “지금이 제일 맛있다”고 강조한 이유가 바로 이 계절적 지방 축적에 있다.

활어와 선어, 삼치회의 독특한 질감

삼치
삼치 / 게티이미지뱅크

삼치회는 다른 활어회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유명 셰프가 극찬한 ‘생삼치회’는 사실 선상에서 갓 잡은 ‘활어’ 상태를 의미하며, 이는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하지만 삼치는 성질이 급해 뭍으로 나오면 금방 죽고, 붉은살 생선 특유의 부드러운 육질(무른 살)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삼치회는 ‘선어(鮮魚)’ 상태로 숙성을 거친다.

선어는 활어를 즉시 피를 빼고 저온에 숙성시키는 방식이다. 이 숙성 과정에서 감칠맛 성분인 ‘이노신산(IMP)’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따라서 삼치회의 ‘샤베트 같은 질감’은 횟감이 신선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라, 붉은살 생선의 감칠맛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신호다.

거문도식 조합, 김과 김치의 시너지

삼치회 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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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치회의 독특한 섭취 방식은 영양학적으로도 치밀한 계산이 깔려있다. 원문에서 초장이나 간장 와사비를 곁들이면 비린내가 난다고 경고한 것은, 삼치의 풍부한 지방과 일반적인 소스의 조합이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남 여수나 거문도 지역에서는 예로부터 독특한 방식을 고수했다. 바로 김에 삼치회를 싸고, 그 위에 묵은지나 돌산 갓김치를 올려 먹는 것이다.

김의 고소함과 묵은지의 산미가 제철 삼치의 풍부한 지방을 만나 느끼함을 완벽하게 잡아주고, 오히려 감칠맛을 폭발시킨다. 소설가 한창훈이 언급한 방식처럼 뜨거운 밥과 매운 양념을 더하는 것 역시 이 지방을 중화시키기 위한 지역의 지혜다.

시속 63km로 유인하는 트롤링 조업

삼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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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귀한 삼치를 잡는 방식 또한 이색적이다. 거문도 앞바다에서는 ‘트롤링(Trolling)’ 방식으로 삼치를 잡는다. 이는 낚싯줄을 배 뒤편으로 길게 늘어뜨리고 배를 고속으로 달리며 물고기를 잡는 방법이다.

원문 영상의 26톤급 어선은 약 34노트(시속 약 63km)의 빠른 속도로 달렸다. 이는 자신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낚아채는 삼치의 공격적인 습성을 이용한 것이다.

낚싯줄에는 60개가 넘는 바늘을 달고, 멸치처럼 보이도록 반짝이를 붙여 삼치를 유인한다. 트롤링은 ‘끌낚시’와 달리 원하는 수심(15m~70m)까지 채비를 내려 조절할 수 있어 조과가 더 좋다. 현장에서 멸치 떼가 발견되는데, 이는 ‘멸치→고등어→삼치’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이 건강하게 형성되었다는 증거다.

삼치는 숙성 방식부터 먹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다른 생선회와는 뚜렷한 차별점을 지닌다. 늦가을에만 맛볼 수 있는 이 ‘샤베트’ 같은 질감과 고소함은 붉은살 생선인 삼치가 가진 고유의 매력이다. 초장 대신 김과 묵은지를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제철 삼치를 제대로 경험하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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