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는 알레르기, 잎은 나물”… 단풍잎돼지풀의 양면성과 봄철 활용법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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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알레르기 주범이자 생태계 교란종으로서의 단풍잎돼지풀

단풍잎돼지풀
단풍잎돼지풀 / 국립생물자원관

매년 8월 하순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입자로 재채기와 콧물, 결막염을 일으키는 단풍잎돼지풀(Ambrosia trifida)의 꽃가루다.

한 개체당 수억 개의 꽃가루를 바람에 날려 보내는 압도적인 번식력 탓에, 이 식물은 환경부에 의해 공식 지정된 ‘생태계교란 생물’이자 알레르기 유발 식물의 대명사로 악명이 높다.

그런데 이 최악의 기피 대상이 어느새 누군가의 식탁 위에서는 봄을 알리는 귀한 나물로 변신하고 있다.

단풍잎돼지풀
단풍잎돼지풀 / 국립생물자원관

1950년대, 미군 보급 물자에 섞여 한반도에 처음 상륙한 것으로 알려진 단풍잎돼지풀은 미군 기지를 시작으로 도로변, 하천, 휴경지 등 전국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토종 식물의 서식지를 빼앗는 것은 물론, 강력한 알레르기 항원을 가진 꽃가루는 심할 경우 기관지염까지 유발하며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미국 뉴욕이나 시카고 등에서는 이미 19세기 후반부터 대대적인 제거 캠페인이 벌어졌을 정도로 그 유해성은 일찍부터 알려져 왔다.

유해 식물에서 ‘봄나물’로, 풀뿌리 미식의 탄생

단풍잎돼지풀 나물
접시에 담긴 단풍잎돼지풀 나물 / 푸드레시피

이처럼 모두가 제거에만 골몰하던 단풍잎돼지풀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이들이 나타났다.

마치 취나물처럼 생긴 어린잎의 식용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꽃이 피기 전인 5~6월 초에 채취한 단풍잎돼지풀의 어린순은 독성이 없으며, 끓는 물에 데치면 쌉쌀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살아나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러한 정보는 특히 온라인 블로그와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된장국에 넣어 구수한 맛을 더하거나, 나물로 무치고, 전을 부치거나 볶아 먹는 등 한국인의 식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다양한 조리법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이는 정부나 기관이 주도한 것이 아닌, 풀뿌리처럼 번져나간 자생적인 미식 현상이었다. 식용을 위해서는 꽃가루가 발생하기 훨씬 전, 잎이 질겨지기 전인 이른 봄에 채취해야 한다는 시기와 식물에 대한 정확한 지식은 필수적이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지혜, 약초로서의 가능성

단풍잎돼지풀
단풍잎돼지풀 / 국립생물자원관

흥미롭게도 단풍잎돼지풀을 약용으로 사용한 기록은 역사가 깊다. 민족식물학 기록에 따르면, 북미 원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이 식물의 약효에 주목해왔다.

체로키 부족은 잎에서 짠 즙을 벌레 물린 곳이나 피부 발진에 발라 진정시키는 용도로 사용했으며, 이로쿼이 부족은 열을 내리고 땀을 내는 해열제로 활용했다고 전해진다.

이는 단풍잎돼지풀의 특정 성분이 염증 완화나 해열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며, 유해 식물이라는 단편적인 인식을 넘어 다각적인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현대적 관점에서 어린잎은 풍부한 수분과 섬유질을 함유하고 있어 장 건강과 원활한 배변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봄철에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산나물의 대체재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관리가 필요한 공존, 지혜가 필요한 활용

단풍잎돼지풀
단풍잎돼지풀 / 국립생물자원관

하나의 식물이 계절에 따라 알레르기의 주범에서 나물 반찬으로 극적인 변신을 꾀하는 단풍잎돼지풀의 사례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화두를 던진다.

1950년대 우연히 이 땅에 들어와 생태계 교란종이라는 오명을 썼지만, 한편에서는 토착화된 식문화에 편입되며 새로운 쓰임새를 얻었다.

물론, 알레르기 유발원으로서 단풍잎돼지풀에 대한 지속적인 생태적 관리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꽃가루가 날리기 전, 이른 봄의 어린잎을 채취해 식용하는 것은 생태계 교란종의 개체 수를 조절하는 데 기여하는 창의적인 방식이 될 수도 있다.

이는 무조건적인 제거가 아닌, 식물의 생태를 정확히 이해하고 지혜롭게 활용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단풍잎돼지풀의 두 얼굴은 우리에게 외래종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복합적인 질문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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