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뿌리에 2만 원”… 두통에 좋다고 알려진 약초 ‘고본’, 3년안에 사라질 위기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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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 완화부터 여름 보양 반찬까지, 채취가 까다로운 약초 ‘고본’ 이야기

고본뿌리
고본 뿌리 / 국립생물자원관

여름이 깊어진 숲, 축축한 이끼와 부엽토 사이로 붉은 기운을 띤 줄기가 솟아있다. 진한 향기의 근원을 따라 조심스레 땅을 파내면 단단하고 연갈색을 띤 뿌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미나리과(Apiaceae)의 다년생 식물인 ‘고본’이다.

뿌리에 상처를 내면 흘러나오는 하얀 유액과 독특한 향은 이 식물이 품은 강한 생명력을 짐작하게 한다.

고본은 예로부터 귀한 약재로 대접받았다. 인공 재배가 거의 불가능해 오직 깊은 산 그늘진 곳에서만 자생하며, 그 개체 수가 많지 않아 높은 가치를 지녀왔다.

하지만 오늘날 이 식물의 가치는 역설적으로 스스로를 위협하는 칼날이 되고 있다. 약효를 좇는 무분별한 채취가 자생지를 파괴하며, 이 귀한 식물을 우리 곁에서 사라지게 할지도 모른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뿌리에 담긴 전통의 지혜와 과학

고본
고본 뿌리 / 푸드레시피

민간에서 고본은 ‘두통 잡는 뿌리’로 명성이 자자했다. 전통적으로 감기, 코막힘, 특히 편두통이 있을 때 뿌리를 달여 마시거나 차로 우려먹는 지혜가 전해져 내려온다.

이러한 경험적 효능은 현대 과학을 통해 그 원리가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고본의 뿌리에는 쿠마린(Coumarin), 리그난(Lignan), 플라보노이드(Flavonoid) 계열의 화합물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현대 약리학 연구에 따르면, 쿠마린 계열 성분은 혈관을 이완시키고 혈액 순환을 촉진하며 강력한 항염 및 항균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본
고본 / 국립생물자원관

이는 고본이 혈관성 두통이나 염증성 질환 완화에 사용된 전통적 용도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어린잎을 데쳐 쌉싸름한 맛을 즐기는 반찬으로 활용하거나 뿌리를 튀김, 약선 요리에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 쓰임은 약용이 주를 이룬다.

다만 약효 성분이 농축된 만큼 섭취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빈속에 다량 섭취 시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으며, 특히 전문가의 지식 없이 야생에서 유사 식물을 채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고본이 속한 미나리과에는 독미나리 등 맹독성 식물이 많아 비전문가가 오인할 경우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위기의 뿌리, 보존이 시급한 이유

고본
고본 / 국립생물자원관

문제는 고본의 약용 가치가 알려지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이것이 남획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본은 한번 뿌리를 캐내면 식물 전체가 고사하고, 같은 자리에서 다시 자라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산림청국립수목원 등 관련 기관에서는 고본을 희귀식물로 지정하고 자생지 보존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특정 자생지에서 반복적으로 채취가 이루어질 경우 불과 3년 안에 군락 전체가 자생력을 잃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본
접시에 담긴 약재 고본 / 게티이미지뱅크

현재 일부 약초 시장이나 온라인을 통해 건조된 고본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지만, 이는 자생지의 희생을 대가로 한 것일 수 있다. 고본은 단순히 약초를 넘어, 토양의 습도를 유지하고 생태계의 균형을 맞추는 중요한 구성원이다.

일부 지자체와 환경 단체들이 고본 자생지 보호 구역을 설정하고 복원 사업에 나서는 이유다.

결론적으로, 고본을 발견했을 때 가장 바람직한 자세는 채취가 아닌 관찰과 보호다. 이 식물의 진정한 가치는 뿌리를 캐내어 내 몸을 이롭게 하는 것을 넘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는 데 있다.

꼭 필요한 경우, 정식으로 허가받은 농가나 약초상을 통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것을 구매하는 윤리적 소비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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