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과학이 왕바랭이의 항염·항산화 효능을 주목하다

한 포기가 수천 개의 씨앗을 퍼뜨리며 아스팔트 틈새마저 점령하는 왕바랭이는 현대 농업에서 가장 방제하기 어려운 잡초 중 하나로 꼽힌다. 제초제에 대한 저항성까지 키우며 농부들에게 골칫거리가 되고 있지만, 시선을 과거로 돌리면 이 식물의 위상은 극적으로 달라진다. 우리 조상들은 왕바랭이의 끈질긴 생명력에서 오히려 사람을 이롭게 하는 특별한 가치를 발견하고 귀한 약재로 사용했다.
다른 이름, 다른 가치 ‘우근초’

왕바랭이는 전통 의학에서 ‘우근초(牛筋草)’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소의 힘줄처럼 질기고 강한 풀’이라는 뜻으로, 땅속 깊이 파고드는 강한 뿌리와 성인 남성의 힘으로도 쉽게 끊어지지 않는 줄기 특성에서 유래했다.
한번 뿌리내리면 농기구로도 제거하기 어려운 이 강인함은 농사에 방해가 되는 단점이었지만, 조상들은 바로 이 특이야말로 약효의 근원이라고 해석했다. 척박한 환경의 독성을 이겨내는 힘이 인체의 질병을 다스리는 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전통 의학이 기록한 효능

한의학 서적에 따르면 우근초, 즉 왕바랭이는 서늘한 성질을 지녀 체내의 열을 내리고 독성을 해소하는 ‘청열해독(淸熱解毒)’ 작용이 뛰어나다.
이 때문에 여름철 더위로 인한 발열이나 감기, 아이들의 갑작스러운 고열과 경련 증상(소아 급경풍)을 다스리는 데 활용됐다.
또한 몸속의 불필요한 습기를 제거해 류머티스성 관절염의 통증을 완화하고, 황달이나 장염과 같은 다양한 염증성 질환에도 처방됐다. 외상으로 출혈이 발생했을 때는 왕바랭이 생풀을 짓찧어 상처 부위에 붙여 지혈 효과를 얻기도 했다.
현대 과학, 선조의 지혜를 검증하다

왕바랭이에 대한 전통 의학의 기록은 최근 현대 과학 연구를 통해 그 근거를 찾아가고 있다. 다수의 연구에서 왕바랭이 추출물이 항산화 및 항염증 효과를 내는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 같은 다양한 생리활성물질을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이는 왕바랭이가 전통적으로 각종 감염성 질환과 염증을 다스리는 데 사용된 배경에 과학적 타당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조상들의 경험적 지혜가 현대 분석 기술을 통해 점차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길가 왕바랭이, 약으로 써도 괜찮을까
왕바랭이의 약효가 알려지면서 도시의 길가나 공원에서 자라는 것을 채취해 사용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도시의 토양은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온 중금속이나 각종 오염물질로 가득할 수 있다.
농경지 주변의 왕바랭이 역시 잔류 농약이나 제초제 성분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야생 왕바랭이를 임의로 채취해 약용이나 식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절대 금해야 한다.
생존을 위한 마지막 보루

왕바랭이의 가치는 약용에만 그치지 않았다. 극심한 가뭄과 흉년으로 모든 작물이 말라죽었을 때, 왕바랭이는 마지막 구황작물(救荒作物) 역할을 했다. 척박한 땅에서도 강인하게 자라 씨앗을 맺어, 굶주린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양식을 제공하며 목숨을 잇게 해준 고마운 식물이었다. 또한 소가 잘 먹는 풀이었기에 중요한 가축의 사료로도 널리 이용됐다.
왕바랭이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성가신 잡초와 귀한 약재라는 극단적인 평가를 받는 식물이다. 농부에게는 작물의 양분을 빼앗는 경쟁자이지만, 의원의 손에서는 열을 내리고 염증을 다스리는 약초가 되며, 굶주린 이에게는 생명을 잇는 양식이 되기도 했다.
길가에서 흔하게 마주치는 왕바랭이를 통해, 하나의 생명에 담긴 다양한 가치와 그것을 발견하고 활용했던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