떫은감 숙성 방식 따라 달라지는 맛
단감·떫은감·대봉의 구분 핵심 포인트

가을이 무르익으면 시장 좌판은 붉고 노란 감으로 가득 찬다. 아삭한 단감, 젤리처럼 말랑한 홍시, 부드러운 연시 등 이름도 모양도 다양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단감, 연시, 홍시가 완전히 다른 품종이거나, 혹은 단감이 익으면 홍시가 된다고 오해하곤 한다.
그러나 감을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기준은 품종과 숙성 단계가 아니다. 바로 ‘떫은맛’의 유무, 즉 ‘단감’과 ‘떫은감’이라는 두 가지 큰 분류에서 시작해야 한다.
감의 첫 번째 분류: 단감과 떫은감

감은 품종에 따라 수확했을 때 떫은맛이 없는 ‘완전 단감’과 떫은맛이 강한 ‘떫은감’으로 나뉜다. 우리가 아삭하게 껍질째 먹는 ‘부유’, ‘차랑’ 같은 품종이 바로 ‘단감’이다. 이 품종들은 나무에서 익으면서 떫은맛이 자연스럽게 사라지도록 개량되어, 수확 직후부터 단맛을 낸다.
반면 ‘대봉시’나 ‘청도반시’ 등 대부분의 재래종 감은 ‘떫은감’에 속한다. 원문 기사에서 ‘청도반시’를 단감의 일종으로 언급했으나, 이는 대표적인 ‘떫은감’ 품종이다. 이 감들은 수확 직후에는 떫은맛이 극도로 강해 생과로 먹을 수 없다.
떫은맛의 정체: 수용성 탄닌

떫은감이 입안에서 혀를 조이는 듯한 불쾌감을 주는 이유는 ‘탄닌(Tannin)’ 성분 때문이다. 정확히는 물에 녹는 ‘수용성 탄닌’이다.
이 수용성 탄닌이 혀의 돌기와 구강 점막의 단백질과 결합하며 수축 작용을 일으킨다. 이는 미각이 아닌 ‘촉각’의 일종으로, 우리가 ‘떫다’고 느끼는 감각의 정체다.
떫은감을 먹을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을 ‘탈삽(脫澀)’이라고 부른다. 탈삽은 이 수용성 탄닌을 ‘불용성 탄닌’으로 바꾸는 화학적 과정이다.
탄닌 성분이 불용성으로 변하면, 입안의 침(물)에 녹지 않아 우리 혀의 단백질과 결합하지 못하게 된다. 즉, 떫은맛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떫은감의 변신: 홍시와 연시

‘홍시’와 ‘연시’는 바로 이 떫은감 품종을 ‘탈삽’ 과정을 거쳐 숙성시킨 결과물이다. 두 용어는 종종 혼용되지만 미세한 차이가 있다. ‘홍시(紅枾)’는 이름처럼 붉은 감이라는 뜻으로, 주로 나무에 매달린 채로 자연의 온도 변화를 겪으며 붉게 익고 떫은맛이 빠진 감을 의미한다.
반면 ‘연시(軟枾)’는 수확한 떫은감을 인위적으로 후숙시켜 부드럽게(軟) 만든 감을 뜻한다. 즉, 단단한 떫은감을 상자에 넣어 두거나 특정 처리를 해 부드럽게 만든 것이 연시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장에서 두 용어의 구분 없이 말랑하게 익은 감을 통칭해 홍시 또는 연시로 부른다.
떫은감 집에서 후숙하는 비결

가정에서 떫은 대봉시 등을 구입했다면 간단한 방법으로 ‘연시’를 만들 수 있다. 핵심은 ‘에틸렌 가스’ 또는 ‘알코올’을 이용하는 것이다. 상자 안에 감을 넣고 사과 1~2개를 함께 넣어 밀봉해두면, 사과에서 나오는 성숙 호르몬인 에틸렌 가스가 감의 탈삽 과정을 촉진한다.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소주(알코올)를 이용하는 법도 있다. 감의 꼭지 부분을 소주에 살짝 담갔다가 빼서 밀폐 용기에 보관하면, 알코올 성분이 감의 호흡을 도와 탈삽을 유도한다. 이 두 가지 방법 모두 상온(약 20~25도)에 두면 3~7일 이내에 맛있는 연시를 즐길 수 있다.
탄닌의 두 얼굴: 효능과 주의점

떫은맛의 원인인 탄닌은 무조건 나쁜 성분이 아니다. 폴리페놀의 일종인 탄닌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며, 혈관 벽을 튼튼하게 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알코올의 흡수를 지연시키고 아세트알데히드를 배출시켜 숙취 해소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과다 섭취 시 주의가 필요하다. 탄닌은 수분을 흡수하는 성질이 강해 변을 딱딱하게 만들 수 있다. 특히 감의 심지 부분에 탄닌이 몰려있어, 변비가 심한 사람은 이 부분을 제거하고 먹는 것이 좋다.
또한 탄닌은 철분(Fe)과 쉽게 결합해 체내 철분 흡수를 방해한다. 따라서 빈혈이 있거나 철분제를 복용 중인 사람은 감 섭취에 주의가 필요하다. 극히 드물지만, 감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탄닌과 식이섬유가 위산과 만나 단단한 돌처럼 뭉치는 ‘위석(Bezoar)’을 유발할 수도 있다.
가을 감을 제대로 즐기려면, 모든 감이 같은 숙성 과정을 거친다는 오해 대신 ‘단감’과 ‘떫은감’이라는 근본적인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삭한 식감을 원한다면 ‘단감’ 품종을, 부드럽고 젤리 같은 달콤함을 원한다면 ‘떫은감’ 품종을 구입해 홍시나 연시로 후숙시켜 먹어야 한다. 탄닌의 과학을 이해하면 올가을 더욱 풍성하게 감의 맛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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