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사료 신세였는데…지금은 ‘완판’되는 가을 대표 생선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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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인과 미식가 모두 웃게 한 생선, 청어의 재발견

청어
청어 / 게티이미지뱅크

한때 가축 사료로 쓰이던 생선이 어떻게 가을 식탁의 주인공이 되었을까?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심한 냄새와 빠른 부패 속도 때문에 기피 대상이었던 청어가 오늘날 어시장과 마트에서 가장 먼저 팔려나가는 인기 어종으로 변신했다.

이러한 극적인 변화의 배경에는 현대적인 유통 시스템의 발전과 함께 청어 본연의 맛과 영양적 가치가 소비자들에게 새롭게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오메가3의 보고, 청어의 영양학적 가치

청어
손질된 청어 / 게티이미지뱅크

청어가 다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풍부한 영양 성분에 있다. 청어는 대표적인 등푸른생선으로,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산인 오메가3(EPA, DHA)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100g당 약 2,000mg에 달하는 오메가3는 혈중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고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 이는 국민 생선으로 불리는 고등어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또한 청어는 햇볕을 쬐기 어려운 현대인에게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D의 훌륭한 공급원이다. 비타민 D는 칼슘의 체내 흡수를 도와 뼈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이 외에도 양질의 단백질은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 주며, 적혈구 생성에 필요한 철분 함량도 높아 빈혈 예방과 피로 해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알이 꽉 찬 가을 청어는 각종 미네랄과 단백질 함량이 더욱 높아 예로부터 겨울을 앞둔 시기의 원기 회복 음식으로도 인정받았다.

외면의 역사와 화려한 부활

청어
청어 / 게티이미지뱅크

1970년대와 1980년대, 청어는 어획량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상하고 특유의 비린내가 강해 소비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당시에는 냉장·냉동 유통 기술, 즉 ‘콜드체인 시스템’이 발달하지 않아 산지에서 소비자의 식탁까지 신선하게 운송하기 어려웠다.

이로 인해 청어는 종종 방치되거나 저렴한 가축 사료, 혹은 어분으로 가공되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저렴한 생선’이라는 꼬리표는 청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더욱 강화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콜드체인 시스템이 전국적으로 확립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산지에서 갓 잡은 신선한 청어가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달될 수 있게 되자, 과거의 단점이었던 비린내는 크게 줄고 지방이 풍부한 살의 고소한 풍미가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버려지기 일쑤였던 청어알 역시 고급 젓갈이나 별미 반찬으로 재탄생하며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집밥 문화와 청어의 귀환이 미친 영향

청어
도마위에 올린 청어 / 게티이미지뱅크

청어의 인기는 집밥 문화의 확산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외식 대신 집에서 건강하고 맛있는 한 끼를 즐기려는 수요가 늘면서, 가격은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영양가가 높은 제철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청어는 이러한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하는 생선이었다. 특히 강한 불에 구우면 비린내는 사라지고 고소한 향이 극대화되며, 무나 파 등 향신 채소를 넣고 조리면 훌륭한 ‘밥도둑’ 반찬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이러한 변화는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어업인들에게는 안정적인 소득을 창출하는 새로운 효자 품목이 생겼고, 소비자들은 부담 없는 가격에 맛과 영양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식품 가공 업계에서는 청어알 젓갈, 과메기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하며 새로운 시장을 열어가고 있다.

가정에서 즐기는 청어 요리법

청어구이
청어구이 / 게티이미지뱅크

가정에서 신선한 청어를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구이다. 청어는 지방이 많아 별도의 기름 없이 소금 간만 해서 구워도 충분히 고소하고 풍미가 깊다. 조림을 할 때는 큼직하게 썬 무를 바닥에 깔고 조리면 무에 청어의 맛이 배어들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제철에 대량으로 구매했을 경우, 한 번 먹을 만큼씩 소분하여 냉동 보관하면 오랫동안 맛을 유지할 수 있다. 해동할 때는 냉장실에서 천천히 녹여야 육즙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한때의 천덕꾸러기에서 가을 식탁의 귀한 손님으로 돌아온 청어의 사례는 유통 기술의 발전과 식문화의 변화가 식재료의 가치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맛과 영양을 모두 갖춘 청어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철의 풍미를 만끽할 수 있는 훌륭한 선택지다. 앞으로도 청어는 우리 집밥 메뉴의 든든한 한 축을 담당하며 그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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