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종이 하나로 구분되는 호빵과 찐빵

겨울 간식으로 사랑받는 호빵과 찐빵. 많은 사람이 같은 음식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호빵은 1971년 한 식품회사가 내놓은 제품 이름이다.

찐빵은 김에 쪄서 익힌 빵 전체를 가리키는 일반명사인 반면, 호빵은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찐빵의 상표명이 보통명사처럼 굳어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비슷하지만, 제조 방식과 포장에서 결정적 차이가 드러난다. 그 차이를 살펴봤다.

1971년 겨울 판매 부진이 만든 국민 간식

호빵은 1971년 10월 삼립식품(현 SPC삼립)이 처음 출시한 제품이다. 당시 빵은 겨울철에 잘 팔리지 않았는데, 회사는 1968년 말부터 시장 조사를 거쳐 뜨끈한 찐빵 아이디어를 얻었고 1년여 연구개발 끝에 호빵을 내놨다.

이름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다. 뜨거운 빵을 호호 불어 먹는다는 의미와 온 가족이 호호 웃으며 함께 먹는다는 의미다. 당시 다른 빵이 5원이던 시절, 호빵은 20원으로 4배나 비쌌지만 출시 즉시 인기를 끌었다.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2월까지 호빵 판매액은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했고, 겨울 3개월 동안에는 회사 전체 매출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였다.

이 덕분에 호빵이라는 단어가 고유명사처럼 굳어졌으며,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 약 60억 개를 돌파하며 대한민국 대표 겨울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찐빵은 중국 만터우에서 기원해 일본을 거쳐 한국에 전해진 전통 음식으로, 시장 솥단지에서 쪄내는 투박한 손 찐빵을 떠올리면 된다.

바닥 종이 유무가 호빵과 찐빵 구분 기준

호빵과 찐빵의 가장 큰 차이는 바닥에 붙은 종이다. 시장에서 파는 옛날 방식 찐빵은 찜기 바닥에 젖은 천을 깔고 쪄내기 때문에 바닥이 매끈하고 아무것도 붙어 있지 않다.

젖은 천은 반죽이 찜기에 눌러붙는 걸 막아주는 역할을 하며, 전통적으로 면보를 사용해왔다. 이 방식은 소량 생산에 적합하지만 대량 생산엔 비효율적이다.

반면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호빵은 바닥에 종이를 꼭 붙인다. 기계 위에서 빵이 움직일 때 바닥에 눌어붙는 것을 막고, 포장해서 전국으로 나갈 때 제품끼리 엉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만두 성형 기계에서도 비슷한 원리로 반죽이 기계에 붙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 활용되는데, 호빵 역시 같은 이유로 종이 받침을 사용하는 셈이다. 따라서 바닥 종이만 확인해도 공장 호빵인지 전통 찐빵인지 구분할 수 있다.

핫케이크 가루면 15분 만에 집에서 제조 가능

집에서 직접 찐빵을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전통 방식은 밀가루에 이스트를 넣고 12~18시간 발효시켜야 하지만, 핫케이크 가루를 쓰면 발효 과정을 완전히 생략할 수 있다.

핫케이크 가루에는 베이킹파우더 같은 팽창제가 이미 들어 있어 반죽 후 바로 찜기에 올리면 되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다수의 요리 레시피 사이트에서도 검증된 방법으로, 조리 시간을 크게 줄여준다.

필요한 재료는 핫케이크 가루 200g, 우유 50ml, 달걀 1개, 팥앙금이다. 핫케이크 가루에 우유와 달걀을 넣고 되직하게 반죽한 뒤, 팥앙금을 소복이 얹어 둥글게 빚는다.

찜기에 젖은 천을 깔고 반죽을 올린 후 10~15분간 찌면 완성이다. 이때 찜기 뚜껑을 면보로 감싸두면 수증기가 빵 위로 떨어져 표면이 쭈글쭈글해지는 걸 막을 수 있다. 이는 찐빵뿐 아니라 만두를 찔 때도 활용되는 전통 조리 팁이다.

호빵은 상표명, 찐빵은 일반명사

호빵과 찐빵은 엄밀히 따지면 다르다. 찐빵은 김에 쪄서 익힌 빵 전체를 가리키는 일반명사이며, 호빵은 1971년 삼립식품이 겨울 판매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한 제품의 상표명이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찐빵을 호빵이라 부르는 게 정확하며, 시장 솥단지에서 쪄낸 손 찐빵과는 구분된다.

바닥 종이 유무로 둘을 구분할 수 있고, 집에서는 핫케이크 가루를 활용하면 발효 없이 15분 만에 찐빵을 만들 수 있다. 50년 넘게 사랑받은 호빵의 역사를 알고 나면, 올겨울 호호 불며 먹는 간식이 한층 더 특별하게 느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