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어디서나 자라는 봄나물”… 노박덩굴의 먹는 법·독성 제거·주의사항 총정리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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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박덩굴 순의 독성 제거와 안전한 조리법

노박덩굴
노박덩굴 / 국립생물자원관

산행을 하다 보면 다른 나무나 바위를 뱀처럼 휘감고 올라가며 숲길을 가로막는 덩굴식물을 흔히 만날 수 있다. 길을 막는다는 뜻의 ‘노박폐(路泊癈)’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고 전해지는 ‘노박덩굴(Celastrus orbiculatus)’이다.

무성한 생명력으로 때로는 성가시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식물은 사실 아는 사람에게만 허락된 봄의 귀한 별미다.

물론 노박덩굴의 순을 맛보기 가장 좋은 계절은 봄이다. 하지만 늦여름을 지나는 지금, 다가올 가을의 붉은 열매를 기다리며 혹은 내년 봄을 기약하며 이 두 얼굴의 식물을 제대로 알아두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부드러운 식감의 나물이자 효능 좋은 약재, 그리고 동시에 독성을 품고 있는 노박덩굴을 안전하고 맛있게 즐기는 법을 소개한다.

뱀을 닮은 덩굴, 남사등(南蛇藤)의 정체

노박덩굴
노박덩굴 / 국립생물자원관

국 산야에서 자생하는 노박덩굴은 최대 10m까지 자라는 강력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한자로는 뱀이 나무를 감고 올라가는 모습과 닮았다 하여 ‘남사등(南蛇藤)’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5~6월경 잎겨드랑이에서 피어나는 연녹색의 작은 꽃들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가을이 되면 그 진가를 드러낸다. 노랗게 익은 열매껍질이 세 갈래로 갈라지면서, 그 안에 숨어있던 선홍색 씨앗이 보석처럼 모습을 드러내 장관을 이룬다.

이 노박덩굴은 식물분류학적으로 ‘노박덩굴과(Celastraceae)’에 속하는데, 우리에게 봄나물로 친숙한 화살나무의 어린 순(홑잎나물) 역시 같은 과에 속한다.

그래서인지 노박덩굴의 어린 순 역시 홑잎나물처럼 쓴맛이 거의 없고 부드러우며, 은은한 향이 매력적이다.

반드시 거쳐야 할 ‘독성 제거’ 과정

노박덩굴
끓는 물에 데치는 노박덩굴 / 푸드레시피

노박덩굴 순의 부드러운 맛을 즐기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은 바로 독성 제거다. 노박덩굴은 알칼로이드를 비롯한 여러 화합물을 미량 포함하고 있어, 생으로 섭취할 경우 인체에 유해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다행히 이 독성 물질들은 대부분 수용성이므로, 올바른 조리법으로 충분히 제독이 가능하다.

채취한 어린 순은 끓는 소금물에 넣어 살짝 데쳐낸다. 숨이 죽을 정도로 데친 순을 건져낸 뒤, 곧바로 찬물에 1~2시간 이상 충분히 담가 두어 독성 물질을 우려내는 과정이 핵심이다.

이 과정을 거친 노박덩굴 순은 비로소 안전하고 맛있는 식재료가 된다.

독성을 제거한 부드러운 순은 물기를 꼭 짠 뒤, 된장과 다진 마늘, 참기름 등 최소한의 양념으로 조물조물 무쳐내면 그 자체의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극대화된다. 은은한 향이 짭짤한 된장 양념과 어우러져 훌륭한 밥반찬이 된다.

약재와 독초, 그 아슬아슬한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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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박덩굴 / 국립생물자원관

노박덩굴은 나물뿐만 아니라 오래전부터 귀한 약재로도 쓰였다. 특히 가을에 붉게 익는 열매와 뿌리껍질을 약용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을 비롯한 여러 고서에서는 남사등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어혈을 풀어주어 관절통, 근육통, 생리통, 타박상 등에 효과가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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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박덩굴 / 국립생물자원관

하지만 이는 전문가의 손길로 정밀하게 가공했을 때의 이야기다. 노박덩굴의 열매와 뿌리는 어린 순보다 독성이 훨씬 강하다. 따라서 의학적 지식이나 전문가의 가공 없이 생으로 섭취하거나 차로 끓여 마시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아름다운 겉모습에 현혹되어 열매를 함부로 입에 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결국 노박덩굴은 우리에게 자연의 두 얼굴을 보여주는 식물이다. 올바른 지식과 정성을 더하면 입을 즐겁게 하는 봄의 별미가 되지만, 무지한 상태로 마주하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독초가 되기도 한다.

산과 들에 지천으로 널린 식물 하나에도 이처럼 깊은 지혜와 엄격한 규칙이 숨어 있음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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