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푸드라 불리던 ‘이 음료’, 오히려 빈혈을 악화시킬 수 있다

by 한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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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차 속 카테킨·탄닌이 철분 흡수 막아 어지럼증 유발… 말차를 건강하게 즐기는 방법 3가지 정리

슈퍼푸드 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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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건강 음료로 각광받는 말차를 마신 뒤 어지럼증, 피로감, 피부 가려움증 등 부작용을 겪었다는 사례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슈퍼푸드’로 알려진 말차가 오히려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말차의 특정 성분이 체내 철분 흡수를 심각하게 방해하여 ‘철분 결핍성 빈혈’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말차의 두 얼굴, 항산화 성분의 역설

말차 원액
게티 이미지뱅크

말차는 찻잎을 곱게 갈아 물에 타 마시는 방식으로, 잎을 우려내는 일반 녹차보다 영양 성분 함량이 높다. 특히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카테킨과 탄닌, 그리고 심신 안정에 도움을 주는 L-테아닌이 풍부해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문제는 건강에 이롭다고 알려진 바로 그 카테킨과 탄닌 성분이 인체 내에서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 폴리페놀 화합물은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긍정적 역할을 하지만, 소화 과정에서 특정 미네랄, 특히 철분과 강력하게 결합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형성된 복합체는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배출되어, 우리가 식품을 통해 섭취한 철분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철분 흡수 방해의 과학적 원리

채식, 비햄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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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이 흡수하는 철분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육류나 생선 등 동물성 식품에 포함된 ‘헴 철(Heme iron)’과 시금치, 콩, 곡물 등 식물성 식품에 들어있는 ‘비헴 철(Non-heme iron)’이다. 헴 철은 체내 흡수율이 비교적 높은 반면, 비헴 철은 흡수율이 낮아 섭취에 더 신경 써야 하는 영양소다.

말차 속 탄닌과 카테킨은 바로 이 비헴 철의 흡수를 집중적으로 방해한다. 이들 성분은 위장에서 비헴 철과 만나면 물에 녹지 않는 단단한 복합체를 형성, 소장에서의 흡수 경로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연구에 따르면 차에 함유된 탄닌은 비헴 철의 흡수율을 최대 60% 이상 저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평소 식물성 식품 위주로 식단으로 구성하는 채식주의자나 비헴 철 섭취 비중이 높은 사람은 말차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철분 결핍성 빈혈’의 주요 증상과 위험군

빈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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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내 철분이 부족해지면 혈액 내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 생성이 줄어들어 철분 결핍성 빈혈로 이어진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을 수 있지만, 점차 만성 피로감, 어지럼증, 창백한 피부, 가슴 두근거림, 손발 저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일부에서는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심한 가려움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특히 채식주의자 및 비건, 월경으로 혈액 손실이 많은 가임기 여성이나 태아 성장에 철분이 많이 필요한 임산부, 급격한 신체 발달로 철분 요구량이 높은 성장기 청소년 등은 말차 섭취에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만성 질환자나 위장 수술 이력이 있어 철분 흡수 능력이 이미 저하된 사람도 고위험군에 속한다.

건강하게 말차 즐기는 3가지 방법

말차와 딸기, 오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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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차의 이점을 누리면서 빈혈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섭취 습관을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다음 세 가지 방법을 권장한다.

첫째, 식사 시간과 간격을 두어야 한다. 철분이 풍부한 식사나 철분 보충제를 섭취했다면, 최소 1~2시간의 간격을 두고 말차를 마시는 것이 좋다. 특히 식사 직후 디저트처럼 말차 음료를 마시는 습관은 철분 흡수율을 가장 크게 떨어뜨리므로 피해야 한다.

둘째, 하루 한두 잔 이내로 섭취량을 제한해야 한다. 진한 말차를 하루에도 여러 잔씩 물처럼 마시는 것은 과도한 탄닌과 카테킨 섭취로 이어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셋째, 비타민 C가 풍부한 식품과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 C는 비헴 철을 체내에서 흡수하기 쉬운 형태로 전환시켜 흡수율을 높여준다. 말차를 마실 때 오렌지, 레몬, 딸기, 파프리카 등을 곁들이면 탄닌의 철분 흡수 방해 작용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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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차 자체는 유익한 성분이 많은 건강식품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이로운 것은 아니다. 자신의 식습관과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섭취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말차를 즐기되 섭취량과 시간을 조절하고, 빈혈 증상이 의심된다면 전문가와 상담하여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슈퍼푸드에 대한 맹신보다는 균형 잡힌 식단과 현명한 소비 습관이 건강을 지키는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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