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기름 쓰지 마세요”…’이 방법’ 쓰면 생선구이 수준이 달라집니다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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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자체 지방이 식용유 역할을 해 연기와 냄새를 줄인다

조기구이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조기를 구울 때 왜 기름을 두르지 말아야 할까? 조기 자체의 풍부한 지방이 최적의 조리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생선이 팬에 달라붙을 것을 우려해 식용유를 사용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연기와 냄새를 유발하는 주된 원인이 된다. 조리 과학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면 명절 주방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연기 없이 굽는 단계별 조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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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조기 구이를 위해서는 준비 과정이 중요하다. 우선 신선한 조기를 고르는 것이 첫걸음이다. 눈이 맑고 투명하며, 비늘이 손상 없이 촘촘하게 붙어 있고, 살을 눌렀을 때 탄력이 느껴지는 것이 좋다.

손질된 조기는 굽기 약 10분에서 15분 전에 천일염을 고르게 뿌려 밑간을 한다. 이 과정은 단순히 짠맛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삼투압 작용으로 생선 살의 불필요한 수분을 배출하고 단백질을 응고시켜 살을 더 단단하고 맛있게 만든다.

비린내를 잡기 위해 레몬즙, 청주, 혹은 다진 생강을 표면에 가볍게 발라두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후 조리 직전, 밀가루나 전분가루를 아주 얇게 입히면 남은 수분을 잡아주어 기름이 튀는 것을 방지하고 겉면을 더욱 바삭하게 만들 수 있다.

조리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팬을 충분히 예열하는 것이다. 팬 위에 손을 10cm 정도 띄웠을 때 뜨거운 열기가 명확히 느껴질 때까지 달군다.

예열이 끝나면 불을 중약불로 즉시 줄이고 조기를 올린다. 한 면을 약 3분에서 4분간 뒤집지 않고 그대로 익혀 노릇한 색이 나면, 그때 뒤집어 반대편도 동일하게 익힌다.

기름과 냄새 제어의 과학적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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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는 지방 함량이 높은 생선에 속한다. 팬에서 가열되면 조기 껍질과 살 사이에 있던 지방이 자연스럽게 녹아 나온다. 이 자체 기름이 팬을 코팅하며 생선이 눌어붙지 않게 하는 동시에, 고소한 풍미를 내는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키는 최적의 매개체가 된다.

여기에 식용유를 추가하면 과도한 지방이 타면서 그을음과 연기가 발생하고, 발연점이 낮은 생선 기름과 섞여 불쾌한 냄새를 증폭시킨다.

생선 비린내의 주성분은 트리메틸아민(TMA)이라는 염기성 화합물이다. 굽기 전 레몬즙(산성)을 바르는 것은 이 염기성 물질을 산으로 중화시켜 냄새가 없는 비휘발성 염으로 바꾸는 화학적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청주의 알코올 성분은 다른 냄새 분자와 함께 증발하며 비린내를 제거하고, 생강의 방향 성분은 냄새를 효과적으로 가려준다.

추석과 조기의 문화적 의미

조기
조기구이 / 게티이미지뱅크

조기는 추석 차례상에 빠지지 않는 상징적인 음식이다. 이름의 ‘조(助)’는 ‘돕다’를, ‘기(氣)’는 ‘기운’을 의미하여 복을 부르고 기운을 돕는 생선으로 여겨져 왔다.

특히 황금빛을 띠는 참조기는 부와 번영의 상징으로 귀하게 취급되었다. 영광굴비의 원재료로 유명한 서해안 참조기가 차례상에 오르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차례상에 조기를 올릴 때는 머리와 꼬리를 자르지 않은 온전한 형태로 올리는데, 이는 가문의 번영이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추석에 조기를 굽는 것은 단순한 요리를 넘어 가족의 건강과 풍요를 기원하는 전통 의식의 일부다. 조리의 과학적 원리를 조금만 이해하고 적용하면, 연기와 냄새라는 불편함 없이 더욱 맛있고 의미 있는 명절 음식을 준비할 수 있다.

자체 지방을 활용한 저유분 조리법은 조기 본연의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극대화하며, 건강까지 챙기는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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