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신 다음 날, 의사들이 추천한 단 하나의 음식…’이 생선’이었다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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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 100g에 단백질 80g 함유
아미노산이 간 해독 직접 지원

황태
황태 / 게티이미지뱅크

숙취의 주된 원인은 알코올이 분해되며 생성되는 1급 발암물질 아세트알데하이드다. 이 독성 물질이 체내에 남으면 두통과 울렁거림을 유발한다.

황태 해장국은 이 아세트알데하이드의 분해를 촉진하고 간세포를 보호하는 아미노산이 풍부해, 단순한 민간요법이 아닌 과학적 근거를 갖춘 숙취 해소 방안으로 확인된다.

황태가 간 해독을 돕는 핵심 원리

황태 해장국
황태 해장국 / 게티이미지뱅크

황태의 숙취 해소 능력은 압도적인 아미노산 함량에서 비롯된다. 황태는 아미노산의 결정체로 불릴 만큼 양질의 단백질을 고농축으로 포함한다. 국립수산과학원 등의 분석에 따르면 황태 100g당 단백질 함량은 약 80g에 육박한다.

이는 약 20g인 소고기나 약 31g인 닭가슴살과 비교해도 각각 4배, 2.5배 이상 높은 수치다. 반면 지방은 100g당 2g 수준으로 매우 낮아, 과음 후 부담 없는 고단백 공급원으로 최적이다.

이 풍부한 단백질 중에서도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은 ‘메티오닌(Methionine)’과 같은 필수 아미노산이다. 메티오닌은 간의 해독 시스템에 직접 관여한다.

황태
황태 / 게티이미지뱅크

알코올이 간에서 분해될 때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독성 물질이 발생하는데, 메티오닌은 이 독소를 중화시키는 글루타치온(GSH)의 생성을 돕고 간세포의 손상을 막는 항산화제 역할을 수행한다. 유해산소로부터 간세포를 보호하는 것이다.

황태에는 또한 알라닌(Alanine)과 아스파르트산(Aspartic acid) 같은 아미노산도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이 성분들은 알코올 분해 효소(ADH)와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 효소(ALDH)의 활동을 직접적으로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숙취의 원인 물질이 체내에 머무는 시간을 단축시켜 숙취의 근본적인 원인 제거를 돕는다.

실제 과학적 연구 결과도 황태의 효능을 뒷받침한다.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명태 추출물은 간세포 보호 및 항산화 활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진행한 동물실험에서도 황태 추출물을 투여한 생쥐의 혈중 알코올 농도와 아세트알데하이드 농도가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결과가 확인됐다.

명태의 변신 황태의 특별한 제조 공정

황태
황태 / 게티이미지뱅크

황태는 명태가 가공되는 방식에 따라 붙여진 여러 이름 중 하나다. 명태는 한국인의 식탁과 밀접한 생선으로, 상태에 따라 다양한 명칭을 갖는다. 갓 잡힌 것은 생태, 즉시 얼린 것은 동태, 겨울철 해풍에 자연 건조한 것은 북어라고 부른다.

이 외에도 반쯤 말린 코다리, 훈제한 훈태, 덜 자란 어린 명태인 노가리 등 가공 방식과 성장 단계에 따라 이름이 세분화된다.

황태는 이 중 가장 혹독하고 정성이 많이 드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강원도 등지의 추운 겨울철, 덕장(덕장)이라 불리는 건조대에 명태를 내건다.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혹한의 밤에는 명태가 돌처럼 단단하게 얼어붙는다. 낮이 되어 햇볕이 내리쬐면 명태는 다시 녹기 시작한다.

이 ‘동결과 해동’ 과정이 수십 번, 길게는 서너 달간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살 속의 수분은 얼면서 밖으로 빠져나오고, 녹으면서 증발한다. 이로 인해 살은 황금빛을 띠며 부풀어 오르고 단백질 조직은 스펀지처럼 부드러운 구조로 변형된다.

원문에 언급된 ‘백태’는 이 과정을 더욱 세심하게 관리한 고급 건조 명태를 칭한다. 맑은 날씨에 빠르게 말려 단백질 변성을 최소화하고 잡내 없이 깔끔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반대로 날씨가 따뜻하거나 습해 실패하면 검게 변한 ‘먹태’가 되기도 한다.

소화 용이성과 수분 보충 효과

황태
황태 / 게티이미지뱅크

황태의 독특한 제조 공정은 뛰어난 소화흡수율이라는 장점을 낳는다. 과음으로 지친 위는 자극적이거나 딱딱한 음식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지만 스펀지처럼 변한 황태의 단백질 조직에는 소화 효소가 쉽게 침투할 수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황태의 소화흡수율이 약 90%에 달한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위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도 양질의 단백질이 쉽게 흡수되어 간의 해독 활동을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술을 마시면 이뇨 작용이 활발해져 몸은 탈수 상태에 빠지기 쉽다. 이때 각종 미네랄과 비타민도 함께 배출된다. 뜨끈한 황태 해장국 국물은 일차적으로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는 역할을 한다. 황태 자체에도 비타민A와 비타민B군 등이 포함되어 있어,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무기력한 몸에 활력을 더해준다.

숙취 해소 시장과 황태의 의미

황태 해장국
황태 해장국 / 게티이미지뱅크

황태 해장국이 숙취 해소의 ‘국민 메뉴’로 자리 잡은 것은 소비자, 외식 산업, 그리고 수산 가공업계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에게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빠르고 효과적인 숙취 해소책을 제공한다. 외식 산업 측면에서는 아침 식사 메뉴나 해장 전문 메뉴로서 꾸준한 수요를 창출하는 안정적인 아이템이다.

수산 가공업계에도 황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명태를 단순히 동태나 북어로 유통하는 것을 넘어, 혹독한 건조 과정을 거쳐 ‘황태’라는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재탄생시키기 때문이다.

이는 명태의 저장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아미노산이 풍부한 건강식품으로서의 가치를 더해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과음 후 숙취로 고통받을 때 황태 해장국을 찾는 것은 선조들의 지혜와 현대 과학이 만나는 합리적인 선택이다. 풍부한 아미노산은 간의 해독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며, 부드러운 조직은 지친 위에도 부담 없이 흡수된다. 뜨거운 국물로 수분까지 보충할 수 있어, 황태 해장국은 숙취 상황의 응급 처방으로 손색없는 식품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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